
원전 침투 드론, 안전하게 포획한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연구원, KAIST와 손잡고 드론 포획기술 개발

▲ 이번 연구에 사용한 위협용 드론(우)과 대응용 드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 현실에서 일반인에게 가장 익숙한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드론이다. 드론은 무인 항공기 체계, 즉 사람이 직접 탐승하지 않고 원격조정 또는 자동으로 비행하는 장치를 뜻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항공 촬영용이나 농약 살포용이 있는가 하면 군사적 용도로 정찰, 전투 임무 등에 활용하는 드론도 현존하고 있다.
다빈치연구소(Davinci institute)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 소장은 "2030년 정도가 되면 약 10억 개의 드론이 머리 위를 떠다닐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앞으로 드론은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미래 기술 중 하나다.
드론의 발달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일조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중 하나가 작은 크기와 빠른 기동력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지역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프랑스에서는 원전 6곳에서 불법 드론 비행이 15회나 목격된 사건이 발생했다. 더 심각한 것은 프랑스 정부는 이 드론을 누가 조종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프랑스는 법에 따라 원전으로부터 최대 5km 이내로의 항공기 접근을 금지했다. 프랑스 공군이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었지만 작은 소형 드론의 침입까지는 막아낼 수 없었다. 이후로 소형드론에 대한 원전 방호 연구가 강화되고 있다.
KINAC, KAIST가 손잡고 포획용 드론 개발

▲ 포획용 드론은 그물을 이용해 적기를 포획한다.
우리나라도 원전 24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국내 원전의 물리적 방호 능력은 타국에 전파할 정도로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드론에 대한 대비는 어떨까? 한국원자력통제기술연구원(이하 KINAC)은 국내 드론연구자 1세대인 심현철 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와 함께 2016년 8월부터 드론 방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1년여의 연구 끝에 얼마 전 관련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의 내용과 실제 개발 뒷이야기 등을 듣기 위해 KINAC을 찾아가 물리적방호실의 백인선 연구원을 직접 만나봤다.
백 연구원은 "국내법상 원자력 사업자가 방호해야 하는 것은 소형 드론"이라며 "이 드론은 주로 원전 내 현황을 촬영하거나 다른 침입과 함께 운용돼 교란 용도로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원전에 침투하는 드론을 방호하는 데는 반드시 2가지 중요한 원칙을 적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안전성이다. "침투하는 드론을 격추하거나 방해전파를 날려 운전을 못 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막게 되면 드론이 지상으로 떨어질 수 있다"라며 "이때 혹시라도 드론에 폭발물이 장착돼 있거나 중요 시설에 떨어진다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안전하게 드론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회수가능성이다. 백 연구원은 "프랑스 사건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드론은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라며 "정보 분석을 위해서는 회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원칙에 맞는 방호 시스템을 고려하다 보니 포획용 드론이 가장 좋다는 결론이 섰다. 연구에서는 일단 작은 시스템을 테스트용으로 제작해 탐지에서 대응까지 한 사이클을 구현했다.
KAIST 심현철 교수와 함께 연구한 내용은 사진과 같이 포획용 드론에 그물을 연결해 적기(敵機)를 포획하는 식이다. 그물을 이용해 드론을 포획하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수동 조종에 의한 방법이어서 사람의 시야 안에서만 운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지상 탐지 시스템을 이용해 자동으로 적기를 검출한다.
다수의 카메라를 이용해 설치된 위치를 기준으로 '삼각측량법'을 응용해 적기의 위치를 추정한다. 적기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파악하면 대응 시나리오에 맞춰 포획용 드론이 자동으로 출동해 포획한다. 실험에는 위협용 드론 1kg짜리와 대응용 드론 5kg짜리를 새롭게 제작해 사용했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적기 포획을 위한 대응용 드론과 지상관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으며 지상 대응 시스템 정확도도 성과 목표치를 만족했다. 목표물 탐지거리를 애초에 10m로 잡았는데 이 수치도 만족했고 4m/s 속도의 침입 드론을 탐지하는 데도 성공했다.
상용을 위한 걸음마를 뗀 수준
백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장에 바로 적용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상용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수준이다. 이번 연구과제는 끝이 났지만, 지속해서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드론 방호 시스템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백 연구원에 따르면 3, 4년 사이에 드론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회사별로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자체 성능 평가보고서 정도도 내놓은 업체가 없다고 한다. 지난해가 돼서야 겨우 프로토타입을 출시한 업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직 검증이 많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은 상용 시스템을 구매하면 드론이 침입하더라도 완벽하게 막아내고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내년에는 직접 해외 드론 대응의 성능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 보안 컨퍼런스 등에도 자주 나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해외 제조사와 직접 만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더 좋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자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드론이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 관련 정보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드론이 다양한 만큼 방호 시스템도 다양해야 하고 방호를 담당자들도 관련 정보를 많이 숙지하고 있어야 하지만 알 길이 막막하다. KINAC은 지난 11월 원전 방호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드론 교육 및 시연회를 진행한 바 있고, 드론 방호 시스템을 연구하고 관련 기술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는 등 드론의 위협에 안심하고 원전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