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스토리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

"핵안보와 핵비확산은 한국의 세계적 국익을 높인다"

국립외교원 전봉근 교수


한국은 항상 대내외적 환경의 대변동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변화와 중국의 부상, 일본과의 경제 전쟁,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탈퇴,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태도 등 그 어느 때보다 부침이 심한 외부 상황하에서 어떻게 핵비확산을 증진할 수 있을까. 청와대 국제안보비서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뉴욕본부 전문위원, 통일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내고 현재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국제안보 및 핵비확산 정책 전문가인 전봉근 교수를 만나 고견을 들어봤다.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핵안보와 핵비확산 연구에 주력

전봉근 교수는 현재 국립외교원에서 안보통일연구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 소장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외교학과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수십 년간 경력을 쌓았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정부 자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외교부 자문도 했다. 그야말로 외교 및 안보통이다.

"북한도 핵문제도 제 전공은 아니었지만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첫 경력으로 국제안보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맞닥뜨린 것은 북한의 핵문제였습니다. 그런데 국제정치학자로서 훈련받은 제가 보기에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적 시각과 국내적 시각이 서로 달라 대화가 잘 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핵문제를 논의할 때 사용하는 개념과 용어 정리부터 필요했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다양한 동기에 대해서도 외교 및 국제 안보적 관점 역시 강화되어야 했습니다."

▲ 전 교수는 국제정치학자로서 북핵문제와 핵비확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원자력 분야를 새롭게 공부하고 연구했다.

전 교수는 이런 계기로 핵문제와 핵비확산을 깊이 공부하게 됐고 정책 실행에 적용하였다. 또한 핵비확산 및 핵안보 정책 개발을 위해 전문가들을 한 데 모으고자 힘썼다. "2012년에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는데, 제가 보기에 한국에 핵안보 정책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과 함께 핵문제를 조금이라도 다뤄 본 국내 지식인들을 모아 정책 개발 연구를 하는 일에 머리를 맞댔죠. 또 하나의 주요 의제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도 원자력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아야 했고 과거 북한 핵문제에 집중했던 관점을 벗어나 좀 더 거시적 시각에서 핵안보에 대해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제가 핵안보와 핵비확산 정책 연구자로 거듭나게 하는 동력이 됐죠."

2012년 서울핵안보정상회의 개최 이후 국립외교원에서는 핵안보와 핵비확산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내용을 심화시키고자 '핵비확산·핵안보 네트워크 세미나'를 열게 됐고 한국핵정책학회도 창설돼 국내외 핵정책에 대해 비판과 제언을 하고 있다. 전 교수는 "연간 2~3회 세미나를 통해 핵안보·핵비확산 전문가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와 더불어 한국핵정책학회에서는 이른바 간행물을 만들어 국민에게 핵비확산의 중요성과 그 실행 방법을 알릴 수 있도록 정책제언을 널리 공유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핵비확산은 한국의 국익을 위한 필수 조건

전 교수는 한국의 안보적 특수성을 성찰하되 국제적 시각을 바탕으로 핵안보·핵비확산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안보 환경에 있을 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현안도 많은 나라입니다. 우리 주변을 강대국이 둘러싸고 있고 남북이 분단되어 있으며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되어 있죠.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 정책은 냉전 이후 미국이라는 강자가 만드는 세계 질서를 잘 이용하는 데 치중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먼저 중국이 떠오르며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었습니다. 일본도 독자적인 안보를 추구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북한의 핵개발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이렇게 동북아를 둘러싸고 세계의 갈등이 표출되는 시대에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에만 집중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할 수 없다. 전 교수는 "현재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도 예외가 아니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주변국과의 외교와 협력을 더욱 증진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 즉 자강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전 교수는 그 자강에 외교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 또는 동북아에 집중된 외교가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이득을 주고받는 호혜적 네트워크를 실현하는 외교적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전 교수는 한국은 북한 핵문제 하나만 보기보다는 핵비확산 정책을 제안하고 세계적으로도 선도하는 국가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며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은 글로벌 핵비확산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정책 전문가들은 핵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핵비확산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

전 교수는 핵안보와 핵비확산이 한국의 '세계적 국익'을 높인다고 말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와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대외무역이 없이는 성장하기 어려운 나라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핵물질의 수출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테러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고 하면 당연히 무역은 위축될 것입니다. 따라서 핵비확산에 힘쓰는 것은 우리의 국익을 증진합니다. 전문가들은 국제 핵비확산을 위한 노력이 국가와 국민의 번영과 관련 있음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핵비확산 분야의 국제적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

▲ 전 교수가 핵안보·핵비확산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국제적 시각을 가진 인재의 양성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KINAC은 정확히 전 교수가 말했던 핵안보·핵비확산 정책 개발과 이행에 주력하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전 교수는 KINAC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핵안보와 핵비확산을 위한 규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KINAC은 국내적으로 핵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려 핵투명성을 인정받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KINAC이 이런 역할을 더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실무 직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해 조기에 해외연수를 경험하는 체계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제언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많은 국가와 호혜적 네트워크를 다지는 것이 핵비확산을 튼튼히 하는 기반이기에 국제적 시각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야 합니다."

전 교수는 현실적으로 미래에도 국제 사회의 핵비확산 정책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핵비확산에 관한 담론을 국제 사회에 꾸준히 제기하고 공론화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핵무기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보 환경을 개선하는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KINAC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정책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