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스토리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

"지구는 안전해야 한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이병철, 백승혁 연구위원


외교정책을 수립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핵비확산'과 '핵안보'이다. 핵비확산과 핵안보 정책은 한 국가의 안전 확보를 넘어서 세계의 평화 유지와 인류의 존속과 연결된다. 이에 핵비확산과 핵안보 실무를 이행하는 KINAC은 정책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KINAC은 정책 연구 강화의 일환으로 핵비확산·핵안보 정책전문가 두 사람을 연구위원으로 초빙했다. 평화협력원 이병철 부원장과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 백승혁 박사를 만나보자.

핵비확산이란 브레이크와 같다

백승혁 위원은 원자력에너지가 "사람을 해롭게 하는 통로를 차단하고 원자력 발견의 최초 기원처럼 이롭게 하는 길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핵비확산의 기본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큰 원칙이 있어야만 원자력을 다루는 구체적인 규칙들을 끌어낼 수가 있다고 말이다.

이병철 위원은 비유를 들어 말했다. "핵비확산이란 이를테면 자동차의 브레이크 같은 것입니다. 브레이크 덕분에 우리는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것이고 이에 자동차를 그 본래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지요." 따라서 핵비확산이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원자력에너지를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쓰도록 만드는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두 연구위원은 핵비확산과 핵안보 정책 분야의 베테랑이다. 이병철 연구위원은 영문학도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실무 경험도 풍부하다. 대통령비서실에서 외교안보실 행정관을, 국회의장실에서 정책기획비서관을 지냈고 이후에는 평화협력원에서 핵비확산정책을 연구했다.

백승혁 연구위원은 국방부에서 근무 중에 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자이자 국가안보실, 군비통제검증단 등에서 각종 전략무기의 군비통제 업무를 20년 넘게 담당한 핵비확산 전문가이다.

2012년 이후 핵비확산·핵안보 인식 확산

두 연구위원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핵비확산 정책을 논평하며 '변곡점'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니까 과거와 달리 핵비확산이라는 안전의 토대가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는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원자력은 안전(Safety), 안보(Security), 안전조치(Safeguards)의 3S가 중요 원칙"이라며, 이 중 "핵비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안전조치(Safeguards)인데 국제 사회는 이를 두고 창과 방패의 싸움을 지속해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 이 위원은 과거 우리나라에는 핵비확산 정책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며 핵비확산 정책은 정부 및 정책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911 테러로 핵안보에 대한 관심이 늘고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NSS) 이후 핵비확산에 대한 국민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라고 말하며 특히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핵비확산·핵안보 인력양성 센터를 오픈하겠다고 약속해 지금의 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가 건립되었고,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즈음 KINAC이야말로 명함이 필요 없는 핵비확산 연구소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라고 말했다.

▲ 백승혁 위원은 핵비확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정책이 계속 발전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백 위원 또한 서울핵안보정상회의가 핵비확산 정책의 변곡점이었다는 데 동의했다. 백 위원은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이후 국민의 관심을 반영하여 안전과 비확산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정책의 체계화, 세분화도 함께 이뤄졌다고 봤다.

이어서 백 위원은 2019년 핵비확산 정책에 있는 핵심 이슈는 아무래도 북한 핵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진행된 것은 국제체제가 핵비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주체가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안보 차원에서도 큰 위협이다. 하지만 백 위원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평화적 해결 무드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비핵화 로드맵이 수립되고 이행되어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핵비확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여러 가지 정책, 실질적인 조치, 핵비확산을 세계 의제로 만드는 체제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일치된 노력과 의지를 북핵문제에 어떻게 투사하느냐 문제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라며 국제적 노력을 강조했다.

효과적인 정책의 요건

이 위원은 정책전문가로 활동하면서 핵비확산 정책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신념 하나를 갖게 됐다. 그것은 바로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전쟁 억제를 위한 핵무장이란 지구 전체를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라고 말이다. 게다가 북핵실험 때마다 핵무장을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협약의 존재와 경제제재의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밝혔다.

백 위원은 재래식 무기, 화학 무기, 대량살상무기 등의 무기 군축을 검증하는 일을 하면서 정책의 힘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한 조건은 '인식'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책은 정책을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정책의 목적을 이해하고 잘 받아들일 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군비통제검증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이유는 참여하는 기관, 구성원들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군비통제검증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국제 군비통제검증 체제는 통제의 의의를 알리고 설득하는 교육과 훈련을 마련해놓고 있죠."

이와 더불어 두 연구위원은 한 목소리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국제협력과 공조를 강조했다. 백 위원은 "핵비확산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백 위원은 IAEA와 더불어 "아르헨티나-브라질간의 핵물질 계량 및 통제기구(ABACC), 아시아-태평양 안전조치 네트워크(APSN)처럼 지역협의체의 역할도 강화하여 국가안보와 직접 연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특정지역 내에서 국가간 조약 또는 협약에 의해 핵무기의 생산, 보유, 배치 및 실험 등이 포괄적으로 금지된 지역'을 의미하는 비핵지대(Nuclear Weapon Free Zone)를 설정하는 조약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는 동북아 비핵지대화가 지구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거기에 "한국이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역동적인 KINAC, 소통하는 기관이 되기를

▲ 이병철 위원은 지구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으로 비핵지대 설정을 제안했다.

두 연구위원은 외부 전문가로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이 위원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 생각보다 젊은 조직이라는 데 놀랐다"라며 "젊은 조직은 창의성과 역동성으로 핵안보와 핵비확산 문화를 널리 전파하는 데 유리하겠지만, 각자의 아이디어를 하나로 모으는 소통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종사자들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모르게 사상이 한정되게 마련이므로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고 교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백 위원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에서 사이버보안, AI를 이용한 핵안보 같은 새로운 분야를 연구, 대비하고 있어 흥미롭다"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전통적인 핵비확산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세상에 맞춘 새로운 시각의 핵비확산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제언했다. 특히 국제적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KINAC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는 밑거름이라며, 교류와 연구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낼 수 있는 전문가 역할을 강화해 주기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