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의 최전선, 수출입통제
전략물자관리원 심사판정실 김현배 실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수출입통제실 신동훈 실장

사람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듯이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한 국가는 자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하며 물자와 인력을 교환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국가는 국가 간 협력이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엄격한 규칙을 정해 각종 물자의 수출입을 통제한다.
이런 이유로 수출입통제는 안보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다.
전략물자관리원(KOSTI) 심사판정실 김현배 실장과 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수출입통제실 신동훈 실장을 통해 국제교역의 최전선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두 얼굴의 물품, 수출입통제로 평화를 보장한다

▲ 전략물자의 예시. 일반 산업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사용 가능한 이중용도 품목이 전략물자에 해당한다. c. 전략물자관리원
먼저 전략물자 수출입통제에 대해 살펴보자. 전략물자란 무엇일까. 전략물자란 두 얼굴을 지닌 물품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산업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지만 대량파괴무기로도 오용될 수 있는 모든 물자이다.
예를 들어 탄소 섬유는 테니스 라켓을 만드는 데 활용되지만 순식간에 인명을 앗아가는 미사일의 재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김현배 실장은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어머니가 쓰는 부엌칼과 강도가 쓰는 부엌칼은 다르다"라며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부엌칼, 즉 전략물자가 강도, 즉 테러리스트 같은 위험인물에게 이전되는 일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제사회는 약 1,700여 개의 전략물자를 지정했으며 전략물자가 유익한 일에만 쓰여 인류를 위협하지 않도록 국제규범으로서 다자 간 수출통제체제를 구축해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략물자관리원이 산업용 이중용도 품목 전반을 아우른다면 원자력분야는 KINAC이 전문기관이다. KINAC 수출입통제실은 전략물자 중에서도 핵무기의 개발 등에 활용이 가능한 원자력전용품목을 담당한다. 원자력산업에 쓰이는 물품, 기술도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인류를 해치는 무기로 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 핵비확산 규범을 준수하며 원자력공급국그룹(NSG) 및 국내 관련 제도에 따른 철저한 수출품목의 관리를 시행해 오고 있다.
정확하고 신속한 심사로 안정적인 수출통제를 이행한다
전략물자관리원이 담당하는 수출통제 품목은 기계, 전자, 소재, 화학, 항공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전략물자관리원은 특정 물품이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판정한다. 김현배 실장은 "전략물자관리원은 신속성과 정확성이라는 모토로 전략물자 수출통제를 수행하고 있다.
정확성을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 두 명 이상이 블라인드 방식으로 판정을 진행하며 모두의 의견이 일치할 때만 승인이 이루어진다.
또한 신속성을 위해 판정 업무를 난이도에 따라 분류하여 상대적으로 쉬운 판정을 먼저 처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월간 1500~2000건, 많을 때에는 2500여 건에 육박하는 판정업무를 안정적으로 해내고 있다.

▲ KINAC은 원자력전용물품의 수출입을 통제하고 있다.c. shutterstock
KINAC의 수출통제도 정확성과 신속성이 중요한 가치이다. 2009년 UAE 원전 수출 이후 수출물자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기술적으로 검토하고 비평화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업무가 급증했다. 2015년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원자력연구원간 중소형원자로(SMART)에 대한 공동연구가 시작됨에 따라 업무가 더 많아졌다.
신동훈 실장은 "수출 이전에 비하면 문서 검토와 심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정확성과 신속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성과가 있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지능형 원자력 전략물자 심사지원 시스템(IXCRS)'이다.
이 시스템은 정보기술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심사 업무의 신속성을 높인다. 신청 물자가 전략물자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용어 데이터베이스 기반 시스템, 심사 신청 시 제출된 문서 간의 유사성을 측정하는 시스템, 도면 렌더링 이미지 간의 유사성을 측정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체계적이며 객관적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심사 과정에서 IXCRS를 이용해 검색한 결과가 자동으로 저장돼 더욱 풍부해진 데이터베이스로 신뢰도 높은 심사 결과를 낼 수 있게 돕는다.
효과적인 수출입통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신동훈 실장과 김현배 실장은 한 목소리로 수출입통제에서는 체계적인 심사 프로그램을 구축해 산업계의 이해를 돕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익에 민감한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물자관리를 자유로운 수출입을 억제하는 규제로 보기가 일쑤였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 기업의 수출을 제재하거나 불신할 우려가 커지자 KINAC과 전략물자관리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우리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교육(아웃리치) 및 지원으로 점차 공감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김현배 실장은 "전략물자관리원에서는 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홈닥터 컨설팅과 자율준수기업(CP) 이행지원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홈닥터 컨설팅은 기업이 신청하면 저희 연구원이 직접 기업을 방문하여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에 대한 종합상담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준수기업(CP) 이행지원 프로그램은 기업 스스로가 전략물자관리를 전사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전략물자 수출입통제 워크숍, 수출입통제 이행실태 점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INAC 수출입통제실은 까다로운 전략물자 수출입 허가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수출입통제관리시스템(NEPS)을 개발, 운영해 오고 있다. NEPS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꾸준히 발전해왔다. 특히 2017년도 8월부터 적용한 전문판정 심사시스템은 자료의 키워드 검색 효율을 월등히 높여 업무 시간 단축과 더불어 오류를 줄였다. 그 외 NEPS의 주요 시스템인 수출허가 심사시스템은 2018년 4월, 핵물질 수출입요건 확인 심사시스템은 12월 말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동훈 실장은 이 3가지 시스템을 통해서 업무 효율이 2016년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심사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과거보다 서비스 품질은 높아져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라고 평했다. 올 해에는 NEPS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 전면 재구축할 계획이다.
수출입통제 전문가에게 필요한 태도
김현배 실장은 잘 갖춰진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과 소통하는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으로 전략물자 수출입통제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기업의 고충을 들어주고 기업의 입장에서 고민할 때 쉽게 해결방안이 나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수출입통제 전문가로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KINAC 신동훈 실장은 규제의 균형감을 강조했다. 수출입통제란 사업자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의무를 지키면서 안전하게 수출입을 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신동훈 실장은 수출입통제실의 최대 성과로 UAE 바라카 원전(Barakha Nuclear Power Plant)의 준공(1호기 연료장전 2020년)을 꼽았다. 이는 비핵국으로서 세계 최초로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고
상용 운전을 시작하는 것으로서 수출입통제실은 국제규범에 따라 전략물자를 철저히 수출통제하는 것과 더불어 적기에 원자력 관련 물자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하여 십여년간 수많은 서류 더미와 씨름을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김현배 실장은 오랫동안 전략물자 관련 업무에 종사하면서 2010년 UAE 원전수출, 이란에 대한 UN 안보리 결의, 2016년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등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을 종종 겪었다. 이를 통해 김 실장은 전략물자 수출입통제란 언제나 불확실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에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 환경에 대한 학습을 꾸준히 하고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새로운 지식을 계속 학습하려는 태도와 기업을 돕고 국가안보와 사회를 위한 공의로운 일을 한다는 신념이 불확실성에 흔들림 없이 대처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김현배 실장은 세미나 등을 통해 전략물자 관련 최신 지식을 습득하고 넓은 시각에서 국제 정세를 보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수출입통제의 미래 과제
최근에는 물품뿐만 아니라 기술 및 인력에 대한 수출통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연구자가 해외 관계자에게 관련 내용을 서류로 넘기는 경우뿐만 아니라 구두로 설명하는 것도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 국외에 관련 교육이나
사후 활동을 할 때도 보고 등의 절차가 구체화됐다. 2017년 8월경 한국수력원자력(주)은 UAE의 원전 운영회사인 나와에너지사(Nawah Energy Company)와 'APR 협력협정'을 체결했고 나와에너지사는 다음해 1월에 한국전력기술과도 엔지니어링 사업을 체결했다.
이에 연 400명 정도 국내 전문가가 UAE에 파견되는 데 따른 관리를 KINAC 수출입통제실에서 지원한다.
일례로 KINAC에서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인사담당부서에 관련 제도를 설명하는 등 효과적인 인력의 통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신 실장은 인력의 해외유출을 우려하며 무형의 이전을 통제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꼽았다.
또한 KINAC 신동훈 실장은 인력 문제를 가장 걱정되는 과제로 꼽았다. 스마트 원자로의 수출 등 원자력 기술 수출에는 계속 힘쓰고 있지만, 정작 국내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관련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위기에 빠져있다.
신 실장은 "이제 곧 국내 원전 관련 하청 업체들의 일거리가 사라지면서 여기서 일하던 인물들의 해외 유출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계 일이 줄어든다고 해도 KINAC과 같은 통제 기관의 업무는 더욱 가중될 것이다. 수출입통제는 국제사회에서 점차 강해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야 한다. 이전에는 없던 원자력 R&D 과제에 대한 통제도 시작했다. 기존 규정을 강화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국가 R&D 과제는 선정 기간이 짧기 때문에 단시간에 수천 건의 자료를 검토해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신 실장은 "이쪽 업무는 특정 규정이 있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일이 많아 경력자가 많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 김 실장은 전략물자 수출입통제에서 잘 짜여진 프로그램과 함께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자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배 실장 역시 수출입통제 업무에서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김 실장은 더욱 탄탄한 판정 업무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연구원들의 현장학습 기회를 늘리고 대내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업무에 지치지 않도록 업무 효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KINAC 같은 유관기관과의 공동 세미나와 업무 협력도 지속적으로 유지·확대해 수출입통제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현배 실장은 수출입통제 강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1990년 자동차 앞좌석 안전벨트 의무착용 정책 도입 시 초기에는 불편하다며 반발하는 저항이 강했으나, 지금은 강제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수출통제제도를 준수하는 것이 물론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기업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인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원활히 제도 준수를 할 수 있도록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를 한 기관만 고군분투 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 및 국가안보와 관련된 모든 정부기관들이 서로 협력하여 효율적으로 제도를 운영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