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스토리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갈 것

임기 반을 돌아보다... 김석철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인터뷰


"가장 KINAC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취임 후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김석철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원장의 운영 철학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해 7월 10일 제5대 KINAC 원장으로 취임 당시 " 우리 스스로가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침, 평가 방법, 규제기준 등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기의 반이 지난 시점, 김 원장의 구상은 어느 정도 실현됐을지 직접 찾아가 들어봤다.

APEX 정신으로 키워가는 최정예 조직...세대 간 간극 채우기도 고심

▲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의 모습. 핵비확산, 핵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국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국제적으로 핵비확산, 핵안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모범사례로 인식되고 있죠. 세계를 선도하는 작지만 강한 조직을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좀 더 노력해야 하지만 좋은 첫 발자국을 뗐다고 생각합니다."

KINAC이 운영하는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에는 올해도 수많은 해외 원자력 담당자들이 핵안보와 관련한 교육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올해만 벌써 9번의 국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매회 10여 개국 이상, 20~30여 명의 교육 훈련생이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김 원장은 이러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원자력선진국의 경험을 전수하여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대표적 모범사례로 알려져 있다. 국제적으로 그만큼 인정받는 이유에 KINAC의 노력도 한몫한 것이 사실이다. 작은 조직이지만 탄탄한 최정예 조직을 만들겠다는 철학이 조금씩 성과를 보인다는 자평이다.

김 원장이 최정예 조직을 만들기 위해 내세웠던 철학은 에이펙스(APEX)다.  사전 뜻 그대로 정점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상황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Agility),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미래를 선도하는 조직(Proactive), 공감의 조직(Empathy), 최정예 전문가 조직(eXcellency)이 되도록 핵심가치의 내재화에 힘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인력 활용도 고심거리 중 하나다. 인력의 부족 문제에 대한 김원장의 해법은 지식의 조직화이다. 퇴직자가 발생하더라도 조직의 기억(Corporate memory, 기업이 축적해 온 데이터, 정보, 지식)은 유지되도록 개인의 지식을 조직의 지식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선배들의 지식을 추출해서 조직의 지식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현재 기관 구성원은 30대가 주축으로 습득력이 빠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라며 "경험이 많은 선배들과의 조합을 고민해 집단지성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국제 사회...핵안보도 안전과 연계

▲ 김 원장은 원자력 시설 내부에 침투하는, 오늘날 더 교묘해진 핵안보 위협에 대비해 안전과 안보를 연계하는 융합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 정세 파악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 원장이 올 3월부터 IAEA 핵안보 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KINAC에는 큰 이점 중 하나다.

"9.11 테러 이후부터 테러에 대한 국제적인 분위기가 변했습니다. 이제는 어느 한 국가가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합니다. IS 같은 테러 단체는 세계 국가 공통의 책임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원자력 시설 대상 테러도 파괴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안전과 관계된 계통을 공격해 방사능 재해를 일으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따라서 핵안보 역시 원전의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최근 '안전, 안보의 연계성'이라는 말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그런 차원에서 안전-안보 융합연구에 대한 필요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예전에는 안전과 안보를 별개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별도로 때어 놓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어 "정책과 상관없이 안전, 안보는 항상 최우선적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핵비확산을 이행하면서 중요한 원칙으로 정확성(Correctness)과 완벽성(Completeness)를 꼽았다. 정확성은 신고한 내용이 틀린 바 없도록, 숨기는 것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완벽성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경로를 없앴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두가지 측면에서 핵비확산을 잘 이행하고 있으며,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우수성을 정작 "우리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는 원자력 전반에 대한 소통 경험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위험에 대한 소통'이 필요하나 부족했기 때문에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고 설득하려는 태도가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의미다. 따라서 과학적인 논리보다는 합리적인 종합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김 원장은 거창한 계획보다는 앞으로도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고 KINAC의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미래의 포부를 밝혔다.

김 원장은 KINAC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규제는 공공재로서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며, 특히 핵비확산․핵안보 규제는 "사회적 공익(Public Goods)을 넘어, 핵무기없는 국제평화와 테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글로벌공익을 위한 국제규제의 패러다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국제적 관점을 유지해 줄 것을 당부한다. 더불어 관련된 원자력 종사자들도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것을 제언했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어느덧 임기의 반이 지났다. 원장 개인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거창한 수식어 없이 "업무에 충실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겠다"라고 깔끔하게 답한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는 두 번, 세 번 같은 철학을 반복 강조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장 KINAC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겁니다. 직원 모두 국제 선도책임을 가지고 일하며 역량을 개발해 나가길 바랍니다. 건강도 꼭 지켜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