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오커스, 핵비확산체제 위기인가 기회인가

SUMMARY

  • 2021년 9월 미국, 영국, 호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결성했다.
  • 오커스 협정으로 호주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핵비확산체제에 문제가 제기됐다.
  • IAEA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핵비확산체제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핵 추진 잠수함 기술 및 핵물질 이전에 대한 여러 제도적, 기술적 도전에 대해서 적극 대체해야 한다.

오커스를 통한 해양 안보협력

2021년 9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 영국, 호주의 '오커스' 창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U.S. EMBASSY IN AUSTRALIA

2021년 9월 미국, 영국, 호주 3국은 '오커스(AUKUS)'라는 새로운 안보협력체를 결성했다. 이들은 오커스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협력을 이끌어가는 '발전된 삼자 안보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결성된 해양 민주주의 국가 간 협력체이기도 하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고, 중국과 전방위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냉전 이래로 유지해온 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는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서태평양에서는 일본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고 있으며, 남태평양에서는 영국, 호주와의 오커스 협력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지 않도록 견제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은 미·영·호 삼국 협력이 해군력을 중심으로 발전될 것임을 시사한다.

호주는 어떻게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게 됐나

호주는 오커스 협정을 통해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 8척을 도입할 예정이다. ⓒshutterstock

오커스 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양 안보협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호주가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사실 호주는 2016년 프랑스의 국영 조선업체인 DCNS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재래식 추진(디젤) 잠수함 12척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차세대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일본 업체 간 경쟁이 벌어졌고, 호주는 바라쿠다(Barracuda)급 잠수함을 건조한 이력을 가진 프랑스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DCNS사는 바라쿠다급 잠수함의 동력을 원자력에서 가져왔는데, 호주에 공급하는 잠수함은 디젤 엔진을 탑재하도록 개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호주-프랑스 간 계약이 오커스 결성으로 인해 한순간 깨지게 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프랑스가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대서양 동맹 관계에도 파열이 생기게 되었다.

호주는 오커스 협정을 통해 핵 추진 잠수함 8척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영국은 2023년 3월까지 호주가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운용할 능력을 지원할 수 있는 합동팀을 조직했다. 합동팀은 미·영·호 해군 간 핵 추진 정보교환협정을 맺도록 하여 기술이전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호주 해군이 핵 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는 초기 단계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핵비확산 논쟁

오커스 협정으로 미·영·호 삼각 안보협력이 실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커스 협정과 이에 따른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은 핵비확산체제에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핵비확산조약(NPT)은 핵확산의 범위에 핵 추진 잠수함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잠수함 관련 민감 기술이나 핵연료를 이전하게 되면 잠재적으로 핵개발 국가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도 크다. 중국이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지역 핵확산을 자극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한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을 금지하고 있는 호주는 의료 및 산업 용도로 '개방수조 호주형경수로(Open Pool Australian Light-Water reactor)'라 불리는 원자로 1기만을 보유하고 있다. ⓒANSTO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핵비확산체제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오커스 협정으로 인해 핵무기 보유국에서 핵무기 비보유국으로 고농축 핵물질이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잠수함 추진에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HEU)을 사용한다. 반면,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인도는 무기급이 아닌 고농축 우라늄이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 호주는 미국형, 영국형 어느 쪽을 도입하든 핵연료로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호주는 연방법에 따라 원자력 발전을 금지하고 있고, 보유하고 있는 원자로 1기도 의료 및 산업용으로 그 용도를 제한하고 있다. 호주는 국내적으로 비핵 여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핵무기 보유도 시도한 적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이 곧바로 핵확산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NPT에 의해 고농축 핵물질 이전 자체가 엄격하게 제한된 만큼 호주의 사례는 조건부 확산을 용인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적극적 역할 기대

미국이 1950년대 원자력 협정을 통해 영국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한 적은 있었지만 NPT 체제의 공식 출범이후 이와 같은 이전은 국제사회에서 전례가 없었던 일이기에 사실상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NPT에는 핵 추진 잠수함에 대한 안전조치 적용 여부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규제 공백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볼 수 있으며, IAEA 안전조치 측면에서도 핵 추진용 핵물질에 대한 사찰적용 면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사항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호주가 NPT 가입국이면서 추가의정서 가입국으로 지금까지 국제 핵비확산 체제 유지를 위해 적극 노력해왔음을 감안한다면, 핵물질 전용에 대한 위험성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호주 핵 잠수함 공여는 향후 핵비보유국이 핵 잠수함을 도입할 때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번 오커스 협정을 계기로 핵비확산체제의 규제 공백이기도 했던 핵 추진 잠수함의 안전조치 방안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사례는 향후 이란이나 타 핵비보유국의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에 대한 안전조치 이행의 의무를 약화시키는 데 악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구체적인 안전조치 방안도 확립되어야 한다. KINAC 유호식 전문위원은 "호주가 핵잠수함 도입 시 농축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가능하면 연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면 핵물질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핵잠수함 공여에 대해 조건부로 한정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IAEA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번 호주의 사례를 핵비확산체제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핵 추진 잠수함 기술 및 핵물질 이전에 대한 새로운 조치를 마련할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여 향후 예상되는 여러 제도적, 기술적 도전에 대해서 적극 대체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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