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
식물 돌보고 모시는 '식집사' 는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가까이 두어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의 반려동물은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들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어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식물에게도 이러한 인식이 퍼지면서 '반려 식물'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오래 이어지며 많은 사람이 야외 활동 대신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다. 구독형 OTT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비교적 조용한 실내 취미라면, 자신의 공간에 식물을 들이는 결정은 일상의 루틴을 바꾸는 일종의 기분 전환인 한편 나와 다른 생명체의 세계에 발 들이는 과감한 도전이다. 반려동물인 고양이를 애지중지 돌보는 사람들의 애칭 '냥집사'를 바꿔 말하면 이들은 반려 식물과 처음 관계 맺은 '식집사' 후보인 셈이다. 식집사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는 반려 식물 두 종과, 최근 반려 식물 트렌드를 함께 살펴보자.

집사 도움 없이도 쑥쑥, 스킨답서스

일상 속 스킨답서스와 열대 우림 속 스킨답서스. ⓒ위키미디어

손바닥만큼 넓고 통통한 잎이 매력인 스킨답서스는 초보 식집사에게 추천하는 반려 식물 중 하나다. 생육 적정 온도가 21~25도, 습도가 40~70%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조건 속에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키울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화분에 심고 직사광선을 피한 곳에 두어, 흙의 표면이 말랐을 때 한 번씩 물을 주면 된다.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므로 공간이 협소한 원룸이나 햇빛 들어오는 자리가 애매한 집에서도 무리 없이 키울 수 있고, 일반적인 화분 대신 행잉 화분에 담아 실내 또는 베란다 등에 길게 늘어뜨린 형태로 즐길 수도 있다.

스킨답서스는 어떻게 입문용 반려 식물로 자리매김했을까? 답은 스킨답서스의 고향에 있다. 원래 스킨답서스는 남반구 호주의 위쪽을 아우르는 폴리네시아의 화산섬인 무레아섬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었다. 이후 사람에 의해 전 세계 각지로 귀화해, 열대뿐만 아니라 아열대 지역의 숲에서도 자라게 됐다. 스킨답서스는 생존에 필요한 햇빛을 받기 위해 아름드리나무를 타고 위로 쑥쑥 올라가며 덩굴줄기를 만들며 자란다.

동네 화원에서 몇천 원 안팎의 가격으로 들일 수 있지만,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에 천적 없이 잘 자라는 스킨답서스의 특성상, 담벼락에 가득한 넝쿨을 정리하고자 하는 이웃이 있다면 동네 중고 거래 앱 등에서 스킨답서스 한 줄기를 분양받을 수도 있다.

'식테크' 열풍의 주인공, 몬스테라

지난겨울 코로나 등으로 인해 대파 한 단 가격이 6000~7000원 선까지 올랐을 때,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파테크'를 소재로 가정집 텃밭에서 직접 파를 키우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었다. 대파 외에도 상추, 허브 등은 특별한 관리 없이 키워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식물들이다. '키워서 먹는다'가 최종 목표라는 점에서 '가꾸고 돌보는' 식집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식물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섬세한 식집사 활동이 신종 재테크로 이어지기도 한다. 몬스테라는 '식물로 하는 재테크', 곧 식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로 곧잘 언급된다. 스킨답서스와 나란히 소개되는 초보 식집사용 식물이 어떻게 식테크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두껍고 반질반질한 잎을 가진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위키미디어

몬스테라는 스킨답서스와 같은 열대 지방 출신으로 웬만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두껍고 반질반질하고 큰 잎이 특징인데, 다 자란 몬스테라 잎은 그 끝이 손가락 열 개처럼 길게 갈라지고 드문드문 구멍이 나 있어 집안이나 카페에 두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 일반적인 몬스테라는 스킨답서스처럼 직사광선을 피한 양지에 두고 키우되 그보다 덩치가 크므로 화분의 크기를 넉넉히 둔다. 햇볕을 얼마나 쬐고 물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새로 나는 잎의 크기나 잎에 생기는 구멍 크기가 달라져 조금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몬스테라는 종에 따라 잎이 길게 갈라지기보다 구멍이 크게 나는 것도 있고, 특유의 무늬를 띠는 것도 있다. 영국 큐 왕립 식물원과 미국 미주리 식물원이 공동 운영하는 식물종 검색 사이트 '플랜트 리스트'를 보면, 2022년 7월 현재 승인된 몬스테라의 종류는 48종이다. 앞서 언급한 갈라진 잎 모양을 띠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모습의 몬스테라는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종이고, 초록 잎에 흰색이 섞인 몬스테라 알보, 노란색이 섞인 옐로 몬스테라 등이 식테크의 대명사로 꼽힌다.

몬스테라 알보 종은 초록색과 흰색의 잎이 섞인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 식테크로 가장 유명한 식물 중 하나다. ⓒshutterstock

저마다 다른 독특한 무늬가 특징인 이런 무늬 종은 다른 종들보다 햇빛을 흡수하는 정도가 떨어져 키우기가 유독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식물을 잘 돌보는 '황금손'의 무늬 몬스테라잎 한 장이 있다면 씨앗에서 싹을 틔우는 번거로운 일 없이 식집사 생활에 도전해볼 수 있다. 무늬 몬스테라가 한 장에 50~60만 원을 호가하는 재테크 상품이 된 이유다.

LG전자에서 출시한 식물 생활 가전 'LG 틔운'. ⓒLG전자

최근에는 이러한 유행을 반영하듯 한 가전제품 기업에서 '거실이 정원이 된 듯한 플랜테리어'라는 문구를 단 식물 생활 가전을 신제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꽃과 허브, 채소 등의 씨앗 키트를 활용해 일상에서 더 손쉽게 식물을 키우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머나먼 자연이 아닌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식물과 인간-식물 사이의 새로운 생활 방식이 앞으로 더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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