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통제, 주재검사원에게 맡겨 주세요"
주재검사원이 하는 일과 KINAC의 원자력 통제에 관해

▲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현장에서 즉시 확인이나 대응이 필요한 일을 대전 본원과 상의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제 일이죠. 이 일을 하면서 제가 몰랐던 현장 분위기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고리원자력발전소(부산 기장 소재) 주재검사원으로 파견된 이정훈 팀장은 그가 하는 일의 성격처럼 '각 잡힌' 어투로 주재검사원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인터뷰 사이사이 '보람 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주재검사원, 무통보사찰, 원자력 규제 방침처럼 일반인에게 생소한 단어 투성이었지만, 현장 사람들과 부딪혀 생긴 '보람된 일'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정훈 팀장에게 주재검사원이 하는 일과 KINAC의 원자력 통제 이행 사례에 대해 들었다.
4개 지역사무소와 주재검사원의 유기적 관계
주재검사원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역사무소를 알 필요가 있다. 지역사무소는 원자력 안전 현장을 규제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설치한 조직이다. 원전 시설의 안전성과 방사능 방재 관련 안전사항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정부는 고리, 월성, 한빛, 한울원전에총 4개의 지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고나 고장 등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해 조사한다. 이 때 주재검사원의 역할이 발휘된다. 주재검사원은 지역사무소의 업무를 하기 위해 각 원전 부지에 주재하는 직원이다. 즉, 원자력통제기술원의 업무 중 안전조치, 물리적방호, 사이버보안 등의 업무를 좀 더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된 사람이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발전소 해당분야 담당자와 수시로 연락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바쁘게 움직여요. 크게는 우리나라의 원자력활동이 오직 평화적 목적으로만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증명하고 있는 역할을 하는 거죠."
KINAC 주재검사원은 기존에 월성원전 지역에만 파견자가 있었는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무통보사찰을 도입하면서 고리, 한울 및 한빛원전을 포함한 국내 4개 원전으로 확대적용 됐다. 무통보사찰이란 IAEA의 사찰관이 국내의 원자력시설에 아무런 통보 없이 진행하는 사찰 방법 중 하나다. 핵물질을 전용하지는 않는지, 미신고 핵물질이 존재하는지 검증하는 것으로 대외적으로 핵투명성이 가장 높은 방법이다. 2016년 5월 무통보사찰 도입에 따라 IAEA 사찰에 대응할 통제기술원의 국가검사원이 현장에 상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비하여 가장 접근성이 낮은 한울원전(울진지역)을 시작으로 고리원전, 한빛(영광)원전까지 국내 4개 원전에 주재검사원을 파견하게 되었다. 이 팀장이 2017년 주재검사원으로 파견받았고 올해 8월 IAEA의 무통보사찰을 경험했다.
핵투명성 가장 높은 '무통보사찰'
"무통보 사찰은 아직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한수원(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담당자들도 '무통보 사찰이 과연 나올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도 한수원 담당자도 처음이었지만 나름 꼼꼼하게 매뉴얼을 확인하고 세부사항을 준비해서 잘 지나간 것 같아요. 이제 무통보 사찰이 나오면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듯합니다."
주재검사원은 IAEA 사찰관이 도착한 후 2시간 이내에 전략지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신속한 시설 출입을 지원한다. 2시간 안에 건강상의 체크를 받고 교육이수를 받고 계측장비 반입신청을
완료하는 등의 일을 처리해야 해서 빠듯하지만, 시설의 상시대비란 측면에서 꼭 필요한 절차다. 사이버보안 업무와 관련해서도 올해 큰일을 겪었다. "5월 13일과 6월 27일에 세계적으로 랜섬웨어 공격이 굉장히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원전설비에 대한 긴급사이버보안 점검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주재하고 있으니 즉각 검사와 대응이 가능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현장에 주재검사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어요."
주재검사원 자격 까다롭지만 의미 있는 일

▲ 고리 주재검사원 이정훈 팀장
주재검사원은 원자력통제기술원 직원 중에서 안전조치, 물리적방호, 사이버보안 등 해당분야의 검사원 자격(검사원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검사원증은 원자력안전위원회 훈령이 정하는 까다로운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이 취득할 수 있다.
"저도 물리적방호, 사이버보안 분야 검사원증만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주재검사원에 지원하기 위해 안전조치 분야의 검사원증이 필요했어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원자력통제기술원 내부 규정(원자력발전소 주재검사원 운영규정)을 가지고 엄격하게 심사하기 때문에 주재검사원으로 선발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팀장이 몸담고 있는 고리지역사무소는 '고리원자력본부'와 '새울원자력본부'의 2개 원자력본부가 있는 지역으로 운영원전 7개 호기, 영구정지 1개 호기, 원전건설소 지역이 포함된다. "2개 원자력본부가 인접하다 보니 생기는 여러 변수들이 있어 체계를 잡아나가야 할 부분들이 있어요."
아직 필요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이 팀장은 주재검사원으로서 근무하면서 보람이나 느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주재검사원으로 근무하면, 아무래도 대전에서 근무할 때보다 다른 기관 사람들과 같이 업무를 할 기회가 많은데, 새로운 구성원들과 부딪히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우선 제가 일하는 분야가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여러 가지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현장에서 함께 일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어려움이나 고생을 느낄 수 있었고, 정부의 규제 방향처럼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원자력사업자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그분들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나누고 설명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게 주재검사원으로서 가장 좋은 점이고 보람이라는 이 팀장은 이런 이유로 다른 사람도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을 권한다.
"주재검사원의 근무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려고 했으면 합니다. 주재검사원으로 있을 때 원자력통제 이행과 관련해 현장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돌아가고, 거기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를 많이 경험 해야, 대전에 돌아가서도 현장을 반영한 효과적인 규제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전조치와 IAEA
핵물질은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전기를 만들 수 있지만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면 핵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핵물질이 핵무기 또는 기타 핵폭발장치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량, 격납․감시 및 사찰 등 일련의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를 안전조치(safeguards)라고 한다. 핵물질이 핵무기로 사용되지 않고 평화적으로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약속하면서 IAEA(국제원자력기구)를 창설했다.
따라서 IAEA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안전조치 활동이고 이에 따라 각 원자력 시설 등에서 사용되는 핵물질을 계량관리하고 감시하며 사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