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과 2020년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이하 JCPOA)'이라는 이란 핵합의의 파기다. JCPOA를 통해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는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해 왔지만, 2018년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이란의 반발을 촉발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반발하며 점차적으로 JCPOA의 이행 수준을 줄여나가다가 결국 JCPOA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은 기습 공습으로 이란의 군 장성을 제거했고 이란은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미군기지 2곳을 보복공격하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이번 포커스 코너에서는 2020년 이란의 JCPOA 탈퇴 선언의 의미를 짚어보고 향후 전개 방향과 국제사회의 대응방안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이란의 핵개발 역사와 JCPOA의 체결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과거부터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보면 이란의 핵기술에 대한 관심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은 1957년에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1959년에는 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미국의 지원으로 중동에서는 원자력 연구개발에 있어 가장 앞선 국가였다. 그러나 1979년 이란 혁명이 발생하여 친미 성향의 팔라비 왕조가 실각하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정치체제로 변경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이란 원자력 협력은 단절되었다. 더욱이 이란이 비밀리에 농축 시설을 건설하고 핵무기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2006년부터 8개의 안보리 제재 결의가 채택되는 등 이란은 10년 이상 국제 제재를 받게 됐다. 특히 미국이 제재한 원유수출 금지는 이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JCPOA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와 이란의 협력을 통해 국제 핵비확산 체제를 굳건히 하는 합의였다.

그러나 2013년 5월 이란에서 중도파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정권이 출범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비핵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면서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인 핵협상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2015년 7월 14일 극적인 핵협상 타결의 결과로 P5+1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 및 독일)와 JCPOA가 체결되었다. 이후 대이란 안보리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새로운 제재 해제 결의(2231호)를 채택하였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을 통해 이란의 JCPOA 합의 이행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안보리 및 미국의 제재는 2016년 1월 6일 이행일부터 해제되기 시작하였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미국의 일방적인 JCPOA 합의 탈퇴와 이란의 합의 불이행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정권에 적은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주었으며 명목상 연구 목적의 핵활동을 용인한다며 JCPOA를 최악의 협정이라 강하게 비판하였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한 이 협정이 만료되는 2025년 이후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며 일몰조항을 지적하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에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하고 같은 해 8월과 11월, 대이란 경제 제재를 두 차례에 걸쳐 복원했다. 이란은 석유 수출이 타격을 받아, JCPOA 체결로 인해 회복세였던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되었으며(-3.9%), 2019년에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에 미국이 JCPOA를 탈퇴한 지 1년 만인 2019년 5월 8일 이란은, 단계적 핵합의 불이행 조치를 선언하면서 이란산 원유 거래를 보장하고 이란에 경제 지원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후 이란은 60일마다 핵합의 불이행 조치를 공표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 2020년 1월 5일에 이르러서는 최종 조치로서 JCPOA에 따른 모든 제한·동결 조치를 더 이상 준수하지 않겠다는 5단계 조치를 선언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이란이 나탄즈(Natanz) 농축 시설에 대한 IAEA 사찰관의 출입을 제한하고, 이란의 미신고 시설에서 인공적인 핵활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천연 우라늄 입자가 탐지되는 등 JCPOA뿐만 아니라 IAEA의 안전조치(Safeguards) 불이행과 연관될 수 있는 이슈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란의 JCPOA 합의 단계적 불이행 조치 현황
단계 공표일 불이행 조치 내용 JCPOA 합의 내용
1단계 2019.5.8.
ㅇ 농축우라늄 상한선 합의 이행 중단
- 2019년 7월 1일부터 농축우라늄 재고량 상한선을 초과
( 2019년 11월 3일 기준: 3.67% 농축도 육불화우라늄 212.6kg, 4.5% 농축도 육불화우라늄 159.7kg )
ㅇ 중수 재고량 상한선 합의 이행 중단
- 2019년 11월 16일부터 중수 재고량 상한선을 초과
( 2019년 11월 17일 기준 : 131.5톤 )
ㅇ 15년간 3.67% 농축도의 육불화우라늄 기준 300kg
(우라늄 기준 202.8kg) 이하의 비축량 유지
ㅇ 15년간 추가적 중수로 또는 중수(130톤)의 축적 금지
2단계 2019.7.7.
ㅇ우라늄 농축도 상한선 이행 중단
- 2019년 7월 8일 이후 4.5% 농축우라늄 생산 돌입
ㅇ15년간 우라늄 농축도 상한선을 3.67%로 유지
3단계 2019.9.6.
ㅇ원심분리기 연구개발 제한 이행 중단
- 신형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농축 우라늄 생산 돌입
ㅇ10년간 신형 원심분리기에서의 농축우라늄 생산 금지 및
연구개발 가능한 원심분리기의 유형 제한
4단계 2019.11.5. ㅇ포르도 농축 시설(FFEP)에서의 우라늄 농축 금지 이행 중단
ㅇ15년간 오직 나탄즈 농축 시설에서만 우라늄 농축 및 관련 R&D
실시, 포르도 농축 시설에서의 우라늄 농축 및 관련 R&D 금지
5단계 2020.1.5 ㅇJCPOA에 따른 모든 제한·제한 규정 이행 중단


JCPOA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의 합의 불이행 선언에 따라 지난 1월 14일에 JCPOA에 따른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이란이 핵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에 대이란 제재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반발하여 이란의 자리프 외무장관은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 제재가 논의될 경우 핵비확산조약(이하 NPT)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JCPOA 탈퇴 선언은 2002년 이란의 비밀 핵개발 프로그램이 폭로된 이후 약 13년간 진행된 국제사회의 핵합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이며, 미국과 이란 양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 핵비확산의 위기이다. 이에 이란의 핵합의 탈퇴선언을 크게 네 가지, 기술적·제도적·핵비확산·국제정치적 측면에서 그 의미와 향후 전망을 분석해보자.

핵합의 탈퇴 선언의 기술적·제도적 측면에서의 전망

IAEA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신형 원심분리기를 설치한 것을 확인했다. 출처 : AP

먼저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이란은 핵합의에 규정된 제약에서 벗어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 아래 현재의 모든 역량을 활용하여 핵개발 관련 활동을 확대할 수 있다. NPT는 핵무기 비보유 국가일지라도 안전조치와 같은 국제 핵비확산 의무를 준수할 경우 농축, 재처리 활동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약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핵합의하에서 저농축우라늄 보유량 제한(300kg), 우라늄 농축도 제한(3.67%), 우라늄농축용 신규 시설 건설 금지(원심분리기 IR-1 5,060기만 생산에 사용) 등과 같이 핵개발 역량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제한으로 이란이 핵합의하에서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시간 즉, '전용시간'(Breakout Time)은 1년이었다. 그러나 이란은 JCPOA 탈퇴에 따라 이러한 제한을 준수할 필요가 없게 되므로 신형 원심분리기 사용 1)을 포함하여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역량의 확대 수준에 따라 전용시간도 기존 1년보다 줄어들 것이다. 데이빗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란이 현 상황에서 핵무기 1개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을 얻는데 2~3개월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2)

두 번째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이란은 자국에 대한 IAEA 안전조치 적용 수준을 낮출 수 있다. 이란은 현재 IAEA와 전면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나 강화된 안전조치체제로 자발성에 근거한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란이 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이상 신고되지 않은 시설과 검증이 필요한 모든 핵물질에 대해 IAEA가 사찰할 수 있도록 하는 추가의정서를 따를 필요가 없다. 사실 이란은 핵합의하에서 파르친(Parchin) 등 군사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왔던 상황으로 추가의정서를 뛰어넘는 IAEA 안전조치를 수용해왔다. 3) 핵합의 문서에는 사찰 및 투명성 조치로 IAEA의 군사시설의 접근을 허용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향후 이란이 IAEA 추가의정서 적용을 거부하게 되면 IAEA는 NPT상 전면안전조치협정에 따른 안전조치만이 가능하다. 이 경우 IAEA는 더 이상 이란 내 '미신고(undeclared)' 시설에 대한 접근이 불가하게 되므로 4) 이란 내에서의 모든 원자력 활동이 완벽하게 평화적 목적으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보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란은 JCPOA 탈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추가의정서의 적용을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영국, 프랑스 및 독일은 2020년 1월 14일 이란이 JCPOA 의무를 위반했다고 선언하고 유엔 제재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분쟁조정 절차에 들어간 상황으로 이란은 향후 이 분쟁조정의 진행 과정을 포함하여 추가의정서의 계속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란이 군사적 차원의 핵 활동을 추구했던 만큼 향후 이란의 추가의정서 계속 적용을 위해 IAEA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1) JCPOA는 이란에게 15년 간 제1세대 원심분리기인 IR-1 5,060기만을 농축우라늄 생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란은 2019년 9월 7일 3단계 대응 조치로 신형 원심분리기 IR-4 및 IR-6 각각 20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IR-4와 IR-6은 IR-1보다 우라늄 농축 능력이 각각 5배 및 10배가 우수하다.
2) David Albright, "How quickly can Iran make a nuclear bomb," Vol. 578 p. 18, News in Focus, Nature, 6 February 2020.
3) NPT 가입국이 추가의정서를 체결하더라도 IAEA에 군사시설 접근을 허용할 의무는 없다.
4) 전면안전조치협정(Comprehensive Safeguards Agrement) 하에서는 해당 국가가 신고한 핵물질 및 장비/시설에 한하여 사찰, 격납·감시 등의 안전조치가 가능하다.

핵비확산·국제정치적 측면에서의 의미와 전망

세 번째로 핵비확산 측면에서 보면, 이란의 핵합의 탈퇴선언은 중동 지역 내 핵개발 경쟁의 유인이다. 이란은 2020년 1월 20일 영국, 프랑스, 독일이 이란의 핵합의 위반을 빌미로 이란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다면 NPT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핵합의가 이란의 농축 활동을 허용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비난해왔다. 특히 모하메디 빈 살만(Mohammad Bin Salman) 왕세자는 2018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는 핵무기의 획득을 원하지 않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아라비아도 가능한 한 빨리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핵합의 탈퇴와 NPT 탈퇴 위협에 대하여 향후 정치적 차원의 대응 수위를 높여 나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합의 탈퇴는 이란의 핵 능력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 medium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자력발전소의 도입 추진 등 원자력 개발의 초기 단계이므로 이러한 정치적 대응이 당장 임박한 핵확산 위협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적 대응은 중동지역 내에서의 핵확산 우려를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한국 및 미국은 물론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원전 수주를 포함하여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협력을 추진하려는 국가들에게는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농축 및 재처리 권리 포기를 담은 소위 '최적 기준(Gold Standard)' 적용 및 추가의정서 가입을 포함하는 핵비확산이 담보된 원자력협력협정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하기 위하여 수년간 노력해왔으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동 지역 내 핵비확산을 위하여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하는 국가들에게 높은 수준의 핵비확산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한국에도 해당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핵합의 탈퇴는 자유제도주의와 현실주의 간의 충돌, 즉 외교정책의 충돌 또는 중요 변화다. 이란 핵합의를 볼 때,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핵능력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강화된 국제 감시체제에 두는 것이 더 낫다고 본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능력 보유 자체가 중동지역 내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으로 인지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5) 또 다른 예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합의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는 2003년 부시 행정부에서 파기되었다. 물론 그 직접적 원인은 북한이 비밀리에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본질적으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하여 북한 핵시설을 동결하고 국제 감시하에 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 반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능력의 완전한 제거가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5) Keonhee Lee, Jae Soo Ryu et al, "A Comparative Analysis of Approaches toward JCPOA Between the Obama and Trump Administration," Korean Nuclear Society Spring Meeting, May 22-24, 2019.

이러한 외교정책의 충돌 또는 변화는 향후 국제 합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즉, 국가 내에서의 외교정책의 충돌 또는 변화는 국제 합의에 대한 계속적인 신뢰의 보장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협력 대상국에게 협상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북-미 핵 협상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인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 합의를 도출하였으나, 부시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파기하였다. 북한은 그동안 핵개발 관련 도발-합의-위반을 반복해왔던 만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를 보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핵 협상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촉발된 핵확산 위협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핵 협상에 대한 영향을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핵문제의 검증을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 IAEA와 유엔 안보리가 어떠한 대응을 하게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란 핵합의 갈등은 미국과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며, 핵비확산은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