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나만의 공간에서 힐링하는 법,
홈카페 꾸미기

어느 햇살 좋은 오후, 큰 창문 옆 작고 둥근 원형 테이블 위에 예쁜 유리컵이 놓여있다. 테이블에 햇살이 쏟아진다. 곧이어 유리컵에 투명하고 시원한 얼음이 가득 담긴다. 신선한 우유 한 잔이 얼음 사이사이로 흘러 컵을 채운다. 그리고 진한 고동색의 에스프레소 한 샷이 흰 우유와 섞일 듯 말듯 우유 위에 쌓인다. 이내 섞여 옅은 갈색이 된다. 그 자리에 몽글몽글한 새하얀 우유 거품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잘 연출된 카페를 묘사한 장면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꺼내 SNS에 '#홈카페'를 검색해보라. 앞에서 묘사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이 무수히 많이 나올 것이다. 이제 누구나 커피전문점 같은, 혹은 내 취향에 맞춘 맞춤 커피를 집에서 즐기는 홈카페의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약 350잔(2018년 기준)이며, 2020년 커피 수입액은 7억3,780만 달러(약 8300억 원)로 전년 대비 11%가 늘어 사상 최대치라고 한다. 한국의 커피 전문점(카페) 시장규모는 약 5조4,000억 원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며, 커피 전문점에 매일 가거나 주 3회 이상 간다는 비율이 60%를 넘는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우리나라 성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 커피는 일상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홈카페의 시작은 공간 만들기부터

홈카페에서는 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에 테이블, 트레이, 꽃을 놓아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인테리어가 필수다. ©shutterstock

내 집에다 카페를 옮겨오고 싶다면 먼저 공간부터 만들자. 공간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개인마다 다르기에 장소에 따라 홈카페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빛이 잘 드는 거실을 좋아한다면 창 쪽이 홈카페로 제격이다. 베란다도 더할 나위 없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다. 아늑하고 살짝 어두운 장소를 좋아한다면 창이 없는 부엌 한켠이나 방의 구석을 홈카페로 정해보자.

장소를 정했다면 가구나 소품으로 꾸며보자. 가장 기본적인 것은 테이블이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원형이나 원목으로 선택한다면 공간의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찻잔, 디저트 그릇, 핸드드립 기구, 커피 머신 등 커피 관련 용품을 수납할 수 있는 카페장이 있다면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집 안에 50~60cm 정도의 폭이 있다면 수납이 잘 되는 카페장을 놓기에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커피잔이나 컵, 그릇을 갖추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과 소품숍에는 홈카페 관련 용품이 즐비하다. 인터넷 전문쇼핑몰이나 빈티지한 느낌의 소품숍을 방문해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이 외에도 의자, 테이블, 러그 등을 이용하면 진짜 카페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 손으로 만드는 커피, 그 즐거움을 느껴보자

자, 이제 공간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면 커피를 만들 차례다. 홈카페로는 원두를 직접 갈아서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핸드드립이 단연 인기다. 내 손으로 직접 물을 조절해 가며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물의 온도, 필터 종류, 물을 붓는 속도에 따라 맛이 달라져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홈카페 방법으로 제격이다.

핸드드립은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과 그 향 자체가 감성적이라서 홈카페족이 가장 애용하는 방식이다. ©shutterstock

핸드드립을 하려면 꼭 필요한 장비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장비는 커피 원두,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분쇄된 원두를 사면 필요없다), 간 커피를 넣고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드리퍼, 주전자, 필터, 커피를 담는 서버이다. 더 전문적으로 갖추고 싶다면 온도계를 추가하자. 커피를 내리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드리퍼에 필터를 장착하고 간 커피를 넣은 다음, 주전자로 뜨거운 물을 천천히 원형으로 돌려가며 붓거나, 혹은 한 번에 부어 추출된 커피가 서버에 모이기를 기다리면 된다.

핸드드립은 수천만 원대의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도 저렴하고 단순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핸드드립이 매력적인 것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원두를 갈고,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매혹적인 커피향이 마음을 감성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핸드드립보다 더 간편하게 홈카페를 즐기고 싶다면 캡슐 커피머신을 추천한다. 캡슐 커피머신을 이용하면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같은 다양한 커피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커피전문점용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원두보다 관리가 편하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균일한 품질의 커피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캡슐 커피머신만 있으면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다양한 커피 음료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shutterstock

캡슐 커피머신 브랜드로는 최초로 캡슐 커피를 만든 네슬레의 돌체구스토, 캡슐이 다양하고 호환성이 좋다는 평을 받는 네스프레소, 가격이 저렴하고 화이트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일리 제품이 인기가 많다. 캡슐 커피머신은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1잔 분량씩 담긴 전용 캡슐을 머신에 넣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다만 식품을 다루는 기계인만큼 청소 및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씻지 않은 손으로 캡슐을 만진 채 머신에 넣는 행동을 삼가고 머신 내부에 원두 가루가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일정 기간 후에는 꼭 청소를 해주자.

캡슐 커피머신을 사용한다면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다양한 커피 음료를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 얼음을 넣은 컵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찬물을 넣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된다. 여기서 찬물이 아니라 우유를 넣는다면 카페 라떼가 된다. 연유를 넣는다면? 스타벅스의 그 유명한 돌체라떼가 된다.

홈카페 열풍 덕에 검색창에서 '홈카페 레시피'만 검색해도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이색 커피음료 레시피를 많이 볼 수 있다.

가수 빌리조엘은 커피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커피 잔 속에 위안이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내 취향이 가득 담긴 커피나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힐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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