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IAEA 제66차 총회,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 핵비확산·핵안보 논의의 장이 열리다

2022년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제66차 총회가 열렸다. IAEA는 매년 9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본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있다. 총회는 IAEA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1년간 진행된 IAEA 활동을 보고하고 시급한 당면 과제에 대해 회원국들과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이사국을 선출하고 새로운 회원국을 승인하거나, 예산과 사업계획 및 연차 보고서 심의 등도 수행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전면 대면 행사로 개최돼 전체 175개 회원국(2022년 3월 기준) 중 153개 국가 대표를 비롯 2,5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에서는 황용수 원장, 혁신전략실 정희준 실장, 박은비 연구원이 대표로 참석했다. 국제 원자력 외교의 주요 무대로 손꼽히는 IAEA 총회에서 논의된 핵비확산, 핵안보 핵심 의제와 KINAC의 활동을 살펴보자.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안전 및 보안 강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제66차 IAEA 총회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Dean Calma / IAEA

총회 본회의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그로시 총장은 원자력이 과학기술에 크게 응용되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해 원자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른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안전이 현재 IAEA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럽 최대 원전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안전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해 국유화를 주장하며 운영권 통제에 나서고 있다.

이에 IAEA는 지난 9월 1일, 14명의 사찰단을 파견해 자포리자 원전의 상황을 점검했다. 사찰단은 핵연료 반출이나 방사성 물질의 누출 등 핵확산을 우려할 만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원전 주변의 잇따른 포격으로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등 원전 안전이 취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IAEA는 조사 이후에도 2명의 사찰관을 현장에 잔류시키는 등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이끄는 사찰단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Fredrik Dahl / IAEA

그로시 사무총장은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위해 포격을 중단하고 원전 주변을 '핵 안전과 안보 보호구역'으로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자포리자 원전의 위기 해소를 위해 양측 대표들을 만나 협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진행한 오태석 과기부 제1차관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IAEA의 핵안보와 안전조치 규정, 최근 사무총장이 제시한 원전 안전 운영의 7대 필수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차관은 우크라이나 원전 안전을 위한 IAEA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오 차관은 한국의 IAEA 역점사업과 현 정부의 원자력 정책 및 활동을 소개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우려를 표명했으며, 북한의 비핵화 및 핵안보를 촉구했다.

회원국 간 이견으로 결의안 채택 난항

회원국들은 총회 결의안을 합의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논의했다. ⓒDean Calma / IAEA

총회 전체위원회에서는 핵안보 결의안과 안전조치 결의안을 논의했다. 결의안은 다음 1년간의 IAEA 활동의 원칙과 방향을 설정한다. 중요성도 높고 채택 방식도 만장일치 형식이기 때문에 회원국 간의 열띤 논의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오커스(AUKUS) 문제 등 전 의제에 걸쳐 현안과 쟁점 사항이 누적돼 회원국 간의 이견을 해소하고 결의안을 채택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KINAC은 이번 결의안 협의를 위한 기술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회원국들 모두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오랜 시간 논의를 통해 합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올해 핵안보결의안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표결에 부쳤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러시아와 이란 측이 특정 국가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포괄적인 핵안보 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요구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EU가 제안한 초안이 다수결의 찬성으로 채택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안전조치결의안도 마찬가지로 공방이 이어졌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유연성을 발휘해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전면안전조치협정(CSA)과 추가의정서(AP) 등 안전조치 관련 협정에 대한 의견이 다수 제기됐지만, 비공식협의회를 통해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르렀다.

양자회의를 통한 핵비확산·핵안보 현황 공유

KINAC은 이번 총회에서 전체위원회와 본회의를 참석하는 것 외에도, 여러 원자력 규제 협력기관을 만나 관련 최신 현황과 국제 정세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공유했다. 우선 KINAC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주관하는 양자회의에 참석해 기술자문을 제공했다. 원안위는 IAEA 안전조치 마시모 아파로 사무차장과 양자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소형모듈식원자로(SMR) 안전조치 적용 등에 대한 의제를 논의했다. 이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SMR 협력, 규제체계 등에 대해 고민했다. 양 기관은 양자 및 다자 협력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규제체계를 수립하길 기대했다.

이와 별도로 KINAC은 호주 안전조치 비확산청(ASNO)과 양자회의를 개최해 오커스와 안전조치체제에 대해 논의했다. KINAC은 앞으로도 차기 총회에서 협력 파트너인 국외 규제기관들과의 양자회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이번 총회를 바탕으로 주요국의 핵비확산·핵안보 동향 및 정책 기조를 파악해, 한국의 핵비확산·핵안보 체계와 향후 양자협력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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