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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힐링하는 시대

역사학자들은 대개 향수가 향이 나는 나무나 풀을 태우는 종교의식에서 기원했을 것이라 본다. 향수를 나타내는 단어는 영어로 'perfume'인데, 이는 라틴어 'per fumum'에서 유래했다. per는 '통하여'라는 뜻이고 fumum은 '연기'라는 뜻이다. 즉 고대인은 향이 퍼지는 연기를 태움으로써 신과 교감했다. 향료는 이를 위한 매개체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향료 제조에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이집트 제18왕조 파라오(BC 1580~1314년)인 투탕카멘의 무덤 안에서 발견된 향료에서는 은은한 향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이런 이집트의 향료는 고대 그리스, 로마로 수출되었다.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이 물질은 사람을 잠에 빠지게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꿈을 생생하게 한다. 한밤에도 가장 환희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만들어져 있다."라고 기록했다. 이런 기원 덕분에 향수는 사람의 신체 건강과 정신적 정화와 깊은 관련을 맺어 왔다.

국내 백화점 소비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내적인 만족감과 힐링을 위해 향기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었다. 꼭 남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보다는 실내에서 좋은 향기를 맡으며 심신 안정을 얻으려는 목적이 강하다. 이를 증명하듯 백화점과 드러그스토어에서는 향수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고, 50ml에 1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 향수'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향수뿐만이 아니다. '향멍'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인센스'라는 향불을 피워놓고 멍하니 시간을 즐긴다는 뜻인데,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힐링 아이템으로 인기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은 곡 작업에 들어가기 전 집중을 위해 인센스를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개그맨 박나래는 가수 화사의 집들이 때 인센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향기로 힐링까지 하는 시대다.

향으로 명상하는 인센스

인센스는 마치 종교의식처럼 내적인 고요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shutterstock

인센스는 라틴어 '잉켄데레(Incendere)'에서 유래했으며, '불태우다, 밝게 하다'라는 뜻이다. 종교의식에서 사용하는 향불을 생각하면 된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인센스 스틱은 그 모양도 향도 정말 다양하다.

인센스의 주재료는 숯이나 목재 분말이다. 여기에 식물에서 추출한 점착성 물질과 다양한 향료와 혼합물이 첨가돼 있다. 그 종류는 작은 원뿔 모양의 콘형, 막대 모양의 스틱형, 고리 모양의 코일형, 허브를 말려 만든 스머지스틱형 등이 있다.

인센스 향은 실내에 가득 퍼지는 데 그 향이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또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거나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도 사용할 수 있다. 창조적 영감을 받는 데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흔히 절에서 맡았던 향기와 비슷한 아시아계 침목향은 명상과 심신 안정에 좋다. 꽃과 과일향을 은은히 풍기는 서양계 프래그런스향은 스트레스 완화, 숙면, 공기 정화에 도움이 된다.

인센스는 사용법이 있다. 스틱형은 스틱 끝에 불을 붙이면 불꽃이 생긴다. 5~10초 정도 놔두었다가 불거나 흔들어 끄면 연기와 함께 향이 번지기 시작한다. 인센스를 끄고 싶을 때는 타고 있는 인센스 끝부분에 살짝 물을 묻히면 된다. 물티슈로 인센스의 타는 끝부분을 대면 바로 꺼진다.

다만 인센스를 사용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향 제품 특성상 쉽게 흡입되는 미세먼지 미립자 물질을 포함할 수 있으므로 가까이서 향을 맡아서는 안 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향을 피워서도 안 된다. 사용 후에는 반드시 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

자기 표현이자 힐링의 수단인 향수

향수는 고대 이집트부터 그 제조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그만큼 향의 종류는 엄청나게 다양하다. 꽃 계열인 플로럴, 허브, 과일 계열인 시트러스, 풀 계열인 그린, 나무 계열인 우디, 시나몬 같은 스파이스, 비누 계열인 코튼 등이 있고 이를 조합해 수천 가지의 향이 나온다.

플로럴 향부터 시트러스, 우디 등 오래된 역사만큼 다양한 종류의 향수가 있다. ⓒshutterstock

다양한 화합물이 섞여 있기에 향을 내는 각 분자마다 공기 중에 휘발하는 정도가 달라 향수를 뿌리면 시간대별로 다른 향이 나타난다. 이를 향수의 '노트'라 한다. 향수를 뿌린 직후에는 '톱 노트'의 향이 난다. 주로 레몬, 베르가모트 등의 시트러스 계열 혹은 라벤더, 일랑일랑 등 플로럴 계열이 톱 노트에 속한다. 하트 노트라고도 불리는 '미들 노트'는 향의 중간 단계다. 안정된 향으로 베이스 노트와 함께 향수의 기반이 된다. 지속 시간은 길지 않다. 베이스 노트는 향수를 뿌린 후 2~3시간 뒤부터 느껴지는 잔향이다. 우디, 머스크 같은 향이 여기에 속한다.

향수는 향료 이외에 알코올과 증류수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향료의 비율(부향률)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부향률이 높은 제품일수록 향이 강하고 지속 시간이 길다. 향의 농도가 높은 순서대로 퍼퓸, 오 드 퍼퓸, 오 드 투왈렛, 오 드 코롱, 샤워 코롱이 있다. 가장 많이 쓰는 건 오드 퍼퓸과 오드 투활렛, 오 드 코롱이다.

오 드 퍼퓸은 알코올 72~92%에 향 원액이 10~18% 정도다. 보통 4~5시간 정도 향이 지속된다. 오 드 투왈렛은 가장 대중적인 향수로 향수 입문자가 사용하기 좋다. 부향률은 5~12%, 지속 시간은 3~4시간 정도다. 오 드 코롱은 3~7%의 향료를 알코올에 부향한 제품으로 잔향이 1~2시간 정도로 짧다. 잠들기 전 샤워 후에 혼자서 즐기기 좋은 향수다.

다양한 향수 중에 내 취향에 꼭 맞는 향수를 찾으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오늘은 내 취향의 향기로 힐링해보면 어떨까.

향수 테스트 링크 : 향수 추천서비스, 퍼퓸텔러(Perfume T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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