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스토리 KINAC 사람들, 그들이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

공정한 채용, 평가제도 개선으로 일하기 즐거운 직장을 만든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행정지원실

▲ 행정지원실 홍성철 행정원(좌)과 김억권 실장(우)

'사람이 먼저다'라는 새 정부의 기조는 정부출연연구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이 먼저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곳은 어디일까? 다양한 부서가 손을 들겠지만, 인사 분야만큼 중요한 곳도 없을 듯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옛말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최근 몇 년간 인사 분야에 많은 공을 들였다. 기존의 채용 방법의 문제점을 파악해 가장 적절한 방법을 적용하는 한편,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중심에 행정지원실이 있다.

최적의 인재를 찾는 채용 시스템

2013년 KINAC에 입사한 행정지원실 홍성철 행정원은 같은 해 결혼에 골인해 딸 하나를 둔 초보 가장이다. 교사를 꿈꾸는 사범대학생이었던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행정직에 매력을 느끼고 KINAC에 들어왔다. 자기 일이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이라는 꿈을 뒤로하고 KINAC 행정원으로서 인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홍 행정원은 자신이 입사할 당시에는 채용시스템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 한 번의 면접으로 입사가 결정됐는데, 면접관 7명 앞에 지원자 3~4명이 앉아 있었다"며 "1인당 질문과 답변에 할애되는 시간은 고작 7~8분이 전부였다"라고 회고했다. 행정지원실 김억권 실장은 "향후 20~30년간 함께할 인재를 제한된 검증 시간에 판별하는 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2015년 11월 행정지원실장으로 부임하면서 이런 문제를 개선할 기회를 갖게 됐다. 김 실장은 "기업의 인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채용 과정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투영하기 위해서는 평가 방법, 절차 등 채용 시스템의 혁신에서부터 면접질문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채용과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방침에 따라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기반 채용제도와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KINAC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시스템도 함께 고안했다. 필기시험에는 직무논술 제도를 도입했다. 자료 해석, 논리적 사고능력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채점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제공했다. 평가위원의 주관적 판단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면접도 과거 1회 종합면접에서 토론면접, 전공면접, 인성(역량)면접으로 세분화했다. 토론면접을 제외한 나머지 면접은 1인당 30분(총 3회 면접을 합산하여 1인당 70분 내외) 동안 지원자들을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제대로 된 면접을 위한 면접위원 교육도 시작했다. 연구원 생활에 적합한 인성을 가졌는지 파악하기 위한 인적성 검사나 KINAC의 업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역량진단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사용했다.

홍 행정원은 지금의 시스템대로 입사 시험을 봤으면 자신이 불합격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는 "당시에는 스펙 위주로 짧은 시간에 입사를 준비했지만 지금은 모집 직무별로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 중심으로 준비해 온 인재들이 아니면 채용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채용 시스템은 '최고의 인재가 아니라 최적의 인재'를 찾으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 KINAC의 인재상. KINAC의 인재상은 2017년도에 전 직원이 참여해 함께 만들었다.



끊임없는 노사 협의를 통해 직원 평가 시스템 개발

인사시스템은 채용-인재육성-평가의 주기를 이룬다. 채용 외에 직원 평가 역시 중요하다. 평가는 직원들의 승진 여부나 급여와 연계되다 보니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간의 평가는 주관적 요소가 많았고, 심각한 경우 평가의 공정성을 해치고 나아가서는 조직문화를 해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에 행정지원실에서는 인사평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결심했다.

이 과정에서 반발도 적지 않았다. 홍 행정원은 "10년이나 유지한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보니 직원들의 저항감이 컸다"며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행정지원실에서 선택한 방법은 직원과의 대화였다. 이후 전 직원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부서별로 직무 전문가를 선정해 워크숍도 개최하며 개선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또 노동조합과 합의를 위해 노사워킹그룹을 결성해 10번 이상을 만나면서 인사평가제도에 대해 조율해 나갔다.

김실장은 "전면 개정된 현재의 인사평가제도는 약 1년 동안 연구하고 직원들과 협의해 만든 제도"라고 설명했다.

인사 평가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이를 위해 평가 결과는 항목별로 개인에게 모두 공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평가 후 면담절차도 신설하고 이의신청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평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새롭게 만들어진 인사평가제도는 지난해 12월 개정돼 올해 처음 시행한다. 김 실장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며 이를 보완해서 정착해 나가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 홍성철 행정원은 인사 시스템이 안정되면 솔선수범해 가족 친화 직원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인사 업무는 연구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좀 더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에는 가족 친화 우수기관 인증도 받았다. 하지만 정작 행정지원실 직원들은 가족 친화와 멀어진 느낌이다. 홍 행정원은 "뭐든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는 데는 손이 많이 간다. 덕분에 야근도 많았고 어린 딸과 아내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정작 자신이 가장 가족 친화적이지 못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1~2년 안에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나면 솔선수범해서 가족 친화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행정지원실의 노력은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직원들의 인정과 격려가 들려오고 타 기관에서도 우수사례로 인정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아빠의 얼굴을 잘 못 알아볼 정도로 고생한 보람을 이제 서서히 느끼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사제도의 개선은 현재 진행형이다"라는 김 실장의 말처럼 앞으로도 KINAC의 인사 시스템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일이 행복한 직장 만들기.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