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으로 떠나는 대게 맛 여행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 끝나고 봄의 문턱을 넘어가는 3월이다.
봄을 느끼기엔 여전히 좀 쌀쌀한 날씨지만 한낮의 나른하고 따뜻한 봄의 기운은 막을 수 없다. 새로운 봄의 기운으로 몸에 활력이 생기는 이때 입과 눈이 즐거운 울진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니들이 게맛을 알아?

▲ 대게는 속살과 함께 내장도 별미에 속한다. 사진 제공 : 최인경
맛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비싼 가격으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 바로 대게찜 요리다. 속살과 함께 내장까지 별미로 통하는 대게. 대게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대부분의 생선이 그렇듯 대게도 추울 때 살이 차고 실해진다. 보통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철이지만 살이 꽉 찬 대게는 2월부터 맛볼 수 있다. 그래서 대게 관련 축제는 3월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과 일본, 베링해협, 알류샨 열도,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의 차가운 바다에 주로 사는데, 우리나라에서 잡으면 영덕 대게, 일본에서 잡으면 훗가이도 대게라 불린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대게라는 명칭은 게의 크기가 커서 대(大)게가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근대에 들어 유명해진 음식이 아니다. 대게의 맛에 대한 평가는 조선 시대 야사에 등장할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조선 초, 울진에서 게를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렸는데, 임금님이 게 요리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코와 입에 게살이 묻는 것도 모르고 먹었다고 한다.
이를 본 신하가 이런 요리는 임금님의 용태를 추하게 만드니 좋지 않다고 하여 진상품에서 게를 빼라고 명했다. 그러나 그 이후, 임금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수라상에 올리라 명하여 게는 다시 진상품에 오르게 됐다고 하니 게의 맛은 예나 지금이나 일품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대게는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도 좋다. 대게에는 단백질 함량이 많으며 칼슘, 인, 철분과 함께 필수 아미노산(라이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좋은 음식이다. 또한 게살은 몸을 차게 하는 성분이 있어 해열에 효과적이며 알코올의 해독에도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동맥경화증인 사람에게 매우 좋으며, 알에는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핵산이 많아 노화를 방지한다고 하니 팔방미인 음식이다.

▲ 울진은 영덕, 구룡포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게 명소다. 사진 제공 : 울진군
보통 '대게' 하면 영덕을 떠올리겠지만 사실은 울진과 포항시 구룡포에서도 많이 잡힌다. 그런데도 영덕 대게가 유명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1930년대 교통수단이 좋지 못할 때 동해안 일대에서 잡힌 대게는 내륙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었던 영덕으로 모여 전국 각지로 유통되었다. 이 때문에 영덕이 대게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실은 울진, 구룡포와 큰 차이는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 지방에서 잡히는 대게는 모두 같은 종으로 잡히는 지역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기 때문이다.
최근 지자체들이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지역 축제를 많이 여는데 대게를 축제와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울진에서는 매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를 개최한다. 올해에도 3월 1일부터 4일까지 4일간 울진 후포항 왕돌초 광장과 한마음 광장 일대에서 다양한 행사와 함께 개최된다.
'울진대게 풍어 해원굿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세계대게요리 시연 및 전시', '대게잡이 참관', '떼배 노젓기 체험' 등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특히 축제 이틀째인 2일 오후 4시 후포항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초청 공연팀인 '진주 솟대쟁이 놀이단'이 우리나라 전통 기예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시간을 맞춰 방문한다면 더욱 즐거운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눈과 몸이 즐거운 울진 여행

▲ 덕구온천의 노천탕.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용천 온천이다. 사진 제공 : 덕구온천리조트
대게 축제에서 배를 채웠다면 눈과 몸을 즐겁게 해 보자.
울진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온천으로 손꼽히는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이 있다. 백암온천은 전국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며, 덕구온천은 우리나라 유일의 자연 용출온천으로 유명하다. 특히 덕구온천은 지난 2015년 11월 행정자치부로부터 '국민보양온천'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힐링 명소로 인정받게 됐다.
여유가 있다면 온천과 함께 덕구온천 근처에 있는 구수곡 계곡과 휴양림을 들러 보는 것도 좋다. 구수곡 휴양림에는 세계적인 명품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있는데, 울진군은 휴양림 초입에 '금강송 문학관'이 조성돼 있어 '울진금강송'의 생태적 특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 울진 성류굴 사진 제공 : 울진군
또 '국민동굴'로 불리는 '성류굴(聖留窟)'도 구수곡 휴양림에서 20분 거리에 있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155호이자 천연 석회동굴인 성류굴은 임진왜란 당시 굴 앞 사찰의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 성불이 흐르는 장소라는 뜻으로 그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800m의 깊이를 가진 성류굴에는 12개의 광장과 3개의 연못이 있다. 특히 연못의 깊이가 5m가 넘는 것도 있어 동굴의 규모와 깊이를 짐작케 한다.
이 외에도 관동팔경(총석정, 삼일포, 청간정, 의상대, 경포대, 죽서루, 망양정, 월송정) 가운데 월송정과 망양정, 두 곳이 울진에 있다. 옛 선인들이 극찬했던 명소의 풍취를 체험하고자 한다면 이곳에 가 보자. 특히 월송정과 망양정은 자동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서 자가용으로 여행을 한다면 동선을 잘 조정해 둘러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