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비확산 FOCUS KINAC이 주목하는 핵비확산 이슈

안전조치의 한국형 리더십 과시, MSSP 조정관회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심 기능은 면밀한 관리와 감시를 통해 원자력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AEA는 회원국의 자발적 지원을 받아 '회원국지원프로그램(Member State Support Program, MSSP)'라는 R&D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MSSP는 IAEA 안전조치 활동의 능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MSSP에서는 장비, 훈련, 안전조치 접근법, 정보처리 및 관리를 비롯해 7개 카테고리, 24개 분야, 약 264개의 세부 연구ㆍ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참여했으며 국내 안전조치 이행에 필요한 사업, 장비 개발 인증,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 시설에 대한 안전조치 접근법을 개발하고 훈련을 지원해 왔다.

이에 IAEA는 2018년 2월 11일부터 17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MSSP를 진행하는 회원국들에게 향후 비전 및 계획을 설명하고 상호 논의하는 MSSP 조정관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MSSP 조정관 회의에서는 안전조치와 관련된 장기적 비전을 전망하고 차기 R&D 계획 및 이에 따른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체코, 아르헨티나, 헝가리, 일본, 스페인, 러시아 등 21개국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NSSC)와 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의 안전조치 전문가 4명이 참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MSSP 가입 20주년을 기념해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첨단 기술과 기법을 개발하는 안전조치 R&D 계획

현재 원자력 안전을 둘러싼 국제 환경과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이에 IAEA는 2012~2023 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2018~2023 중기 계획을 세웠다. 우선 외부 환경, SWOC(강점, 약점, 기회, 도전) 분석을 통해 △임무 수행, △성공을 위한 파트너십, △조직적 수행 능력 강화, △지적 자본 관리의 총 네 가지 전략목표를 설정했다. 단기적으로는 핵물질 검증 지원 프로그램으로 안전조치 24개 주요 분야에 대한 연구를 독려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분야의 세부 추진사항은 다음과 같다. 교육 훈련 분야에서는 안전조치 및 핵연료주기와 관련한 기술과 장비가 발전함으로써 교육훈련 필요성이 크게 증대하고 있다. 이에 IAEA는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훈련 과정을 개설해 핵물질계량관리 역량, 미신고핵물질 감지 능력을 향상시키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2018년 4월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를 통해 핵물질 계량관리(SSAC)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감시 기술 분야에서는 원자력 시설에 설치한 감시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동영상 자료를 분석해 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이미 차세대 감시 카메라 시스템(NGSS)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원자력 시설에 설치해 사용 중이다. IAEA는 지속적으로 장비를 개선해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용 음파카메라, 극저조도 카메라, 내방사선 카메라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신기술 개발 분야는 사찰에 필요한 장비를 개선하여 측정기, 카메라 등이 부착된 조끼형태의 장비 키트(kit)를 개발하여 사찰 장비의 휴대성과 기능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사찰관의 동선 추적 및 특정 위치에서의 사진 촬영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또한 로보틱스 분야와 결합하여 튜브 형태로 저장수조 위를 떠다니며 안전조치 계량관리를 수행하는 기기도 개발한다.

통계 분석 분야는 원자력 시설 사찰 결과, 각 국가의 보고 자료, 지리정보 분석 자료 등을 통계적으로 처리해 미신고한 핵활동을 탐지한다. IAEA는 신규 원자력 시설 설계 단계부터 안전조치를 적용하고자 통계전문가를 원자력 시설 안전조치 접근법을 개발하는 데 참여시키기로 했다. 또 신규 원자력 시설에서 실시간 계랑관리 방법론 개발을 위한 전문가 지원을 요청했다. 우리나라도 통계 분석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추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안전조치 접근법 분야에서 IAEA는 각 국가의 핵연료주기 기술과 시설 현황을 바탕으로 국가별 안전조치 적용 방법과 지침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운전정지, 제염해체 중인 원자력시설의 안전조치 적용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모든 원자력 시설의 핵주기 정보를 설명하는 문서도 펴낼 계획이다. 그밖에도 IAEA는 MSSP를 통해 핵안보와 핵비확산에 대처하는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도 향후 MSSP 활동을 통해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예정이다.

APSN와 안전조치 심포지움의 연계

이번 MSSP 조정관 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룬 또 다른 안건은 2018년의 안전조치 심포지움이다. 4년마다 열리는 안전조치 심포지움은 안전조치와 관련된 연구내용을 발표하고 협의하며, 국가별로 부스를 운영해 안전조치와 관련된 이행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다. 2018년 11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안전조치 심포지움이 개최될 예정이며, 안전조치 분야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도전, 안전조치 기술 혁신, 새로운 시설에 맞는 안전조치, 미래 안전조치 이행 계획이라는 4가지 큰 주제를 논의한다. IAEA는 안전조치 심포지움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안전조치협의체(APSN) 회의와 연계하는 방안을 우리나라에 요청했다. APSN은 아시아태평양 국가간 원자력 안전조치 담당기관의 네트워크로, 정기적으로 안전조치 관련 경험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2018 APSN 의장국으로서 안전조치 심포지움과 APSN 연례회의의 연계 방안을 협의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회원국의 안전조치 심포지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심포지움 개최 한 주 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APSN 연례회의를 개최할 것을 확정하여 공표하였다. 이와 함께 MSSP 조정관회의에서는 APSN 회의의 구체적 장소와 경비, 의제와 같은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여기에 더해 심포지움 기간에 한국 전시부스 운영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에 대해 IAEA는 지역협력체 의장국으로서의 의미있는 행보라 평가하며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우리나라가 안전조치 심포지움을 지원함으로써 IAEA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 및 협력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핵비확산을 이끄는 선도 국가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