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핵비확산 규제 수요, 기술개발로 준비한다
현장형 탐지·검증시스템 개발에서 미래형 시설규제까지 기반 구축

최근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하 KINAC)은 원자력안전종합계획에 따라 진행된 핵비확산 기술 개발 관련 연구를 완료했다. 핵테러 및 핵물질 불법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핵감식 기반체계 구축부터 사용후핵연료 검증 장비 제작, 현장형 농축우라늄 탐지·검증시스템 개발과 더불어 미래 원자력시설의 새로운 안전조치 평가 방법 개발까지 총 4가지다. 이것들의 구체적인 성과와 의미를 살펴보자.
국가 주도의 핵감식 체계 구축
2004년부터 핵물질 및 기타 방사성물질에 대한 불법거래 사건이 증가하고 있으며 파리 테러를 비롯해 동시다발적 테러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총 4차례의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렸으며, 핵안보 회의를 통해 국가 핵감식 체제 구축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우리나라도 핵테러 및 핵물질 불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주관으로 2013년부터 5년간 핵감식 기반체계를 구축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핵감식이란, 핵물질 및 기타 방사성물질을 이용한 핵테러(또는 불법거래)의 흔적과 관련해 물질의 취득, 이력, 출처를 확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핵테러 및 불법거래와 같은 범죄행위를 규명하는 증거로서의 역할을 한다.
KINAC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가 핵감식 법령의 기반을 마련해 테러의 한 갈래로서 핵테러를 명시한 법·제도를 제언하고, 국가 핵감식 이행 매뉴얼을 개발하였다. 이와 더불어 유관기관과 핵감식협의회를 구성해 훈련을 시행하였으며, 핵물질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국가 차원의 핵감식 체계 구축을 통해 방사능 테러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본 연구결과는 현재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국가 핵감식 라이브러리 구축과 연계할 예정이다. (상세내용 인사이드 기사 참조)

▲ KINAC에서 개발한 핵감식 훈련 장비. 전자파를 송출하는 모의 방사선원으로부터 송출된 전자파를 사진속 모의 검출기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 훈련원들은 모의 선량계와 모의 계측기를 통해 방사선원 탐지 모의 훈련을 할 수 있다.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속중성자 계측 분야 선점 가능성

▲ 국제학회 WM 2017 Symposium에서는 HLW/SNF/UNF/TRU 분야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수 년 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등에서 속중성자(fast neutrons) 검출기 개발 및 활용에 대한 연구와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이 분야의 연구가 매우 미미했는데, 이번에 KINAC에서 3년에 걸쳐 속중성자 계측 기반의 사용후핵연료 안전조치 재검증 분석법(수학적 모델)과 안전조치 검증 기술을 개발하였으며, 재검증 장비(시작품)을 제작하고 성능평가를 시행하였다.
핵물질이 비평화적인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조치(Safeguards)의 기본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것에 기반한다. 이를 위해 건식저장시설의 핵물질의 양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므로, KINAC은 한국형 건식저장시설의 특성을 모사하여 안전조치 방법론을 마련하였고 그 유효성을 확인하였다. 이 과정에서 관련 사항은 국제학술대회 WM2017에 발표하여 우수논문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속중성자 검출기 모델을 선정하고 제작하여 성능평가를 시행했으며, 계측 결과를 시각화하고 미비점을 보완하여 시제품 안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속중성자 검출기 제작 및 활용 관련 기반 기술을 습득했으며, 속중성자 계측 분야의 연구 교류 및 협력을 통한 국제적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KINAC과 플로리다대학(UF) 공동 연구를 통해 실험 타당성 평가를 시행했는데, 사진 왼쪽은 검출기이며 오른쪽은 중성자 발생장치이다.

▲ 속중성자 검출기(He-4 기체섬광 검출기)의 정밀 모사도.
기술개발과 더불어 실제 원자력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장비 제작 가능성을 확인하여, 관련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상대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과 미래 원자력시설의 안전조치에 나서다
원자력시설 및 핵활동 다변화에 따라, 국제사회는 빠르고 정확한 안전조치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KINAC에서는 2013년부터 미신고 핵활동을 적시에 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장비 및 기술을 개발해 왔다. 특히 사찰 현장의 다양성, 특수성, 제약조건 등을 고려하였으며 대표적인 개발 장비로는 탐지·검증할 수 있는 Quad-CZT Array System, 핵물질 방사화학 전처리 장비 및 우라늄 총량·원소비 측정장비(Hybrid XRF/L-edge Densitometer)가 있다.

해당 장비들은 국내 원자력시설에 대한 IAEA 및 국가 안전조치 검사에 활용할 수 있고, 핵주기 시설의 핵물질 분석 및 검증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과는 국제 핵비확산체제를 강화하고 국가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 국산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강화되는 국제 규제 기준을 만족시키면서도 원자력 시설의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미래형 원자력시설의 규제 및 평가기법을 연구하였다.
미래형 원자력시설 연구는 차세대 원자로(GEN-Ⅳ)와 IAEA의 INPRO(International Project on Innovative Nuclear Reactors and Fuel Cycles) 프로젝트에서 핵확산 저항성 평가방법론 및 물리적 방호와 관련된 연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INAC에서는 2008년 '물리적 방호 신기술 개발' 연구 과제를 통해, 원자력시설에 설치돼 있는 물리적 방호 시스템의 구성요소(탐지, 지연, 대응)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물리적 방호시스템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초기 버전의 컴퓨터 코드와 방법론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또한, 미래 원자력시설의 핵비확산 핵안보 규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핵확산저항성 및 물리적 방호 평가 방법론과 시설 특성을 반영하여 시설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조치성을 높이는 FSA(Facility Safeguardability Assessment) 프로세스 응용 연구를 완료하였다.
구체적으로 GEN-Ⅳ, INPRO와 같은 기존 원자력시설의 핵확산저항성 및 물리적 방호 시스템의 평가 인자를 도출하고 평가 모델을 개발해 그 유효성을 검증하였으며, 미래 원자력시설의 안전조치성에 대한 평가 방법론을 개발하여 시설을 평가하고 우려되는 공정에 대해 대체 공정을 제안함으로써 안전조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미래 원자력 관련 시설 및 시스템의 안전조치성을 비롯한 핵확산저항성과 물리적방호의 평가 및 개선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핵비확산·핵안보 규제 역량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FSA 과제를 통해 원자력 시설에 대한 안전조치성 통합 평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KINAC은 중장기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강화를 위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 및 기술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