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스토리 KINAC 사람들, 그들이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

KINAC의 국제협력은 선택 아닌 필수

국제협력 역량 강화를 통해 국가 핵투명성과 위상 제고

▲ KINAC이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개최한 APSN 8차 연례회의 모습 사진 출처 : KINAC

원자력은 어느 한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에너지가 아니다. 높은 효율성으로 많은 곳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요소가 잠재된 분야다. 북핵 문제에 전 세계가 관심이 있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원자력이야말로 국제 협력과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은 정부산하기관으로 핵비확산과 핵안보를 주로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관련 기술 개발, 정책 제안 등의 다양한 업무와 더불어 국제 협력도 책임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 사회에서 몇 안 되는 원전 수출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원자력공급국으로서의 역할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선진국들에게는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줘야 하고 새롭게 원전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에게는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국제협력은 어느 기관이나 비슷한 방식이다. 선진국에서는 배워오고 후진국에는 알려준다. 다만 KINAC의 국제협력은 다른 기관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국제사회에의 기여라는 일반적 국제협력의 의미를 넘어서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공표하고 성과를 확산해서 국가 핵 투명성을 높이는 정성적 성과로 돌아오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대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 수립

▲ 기반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영욱 미래전략실장은 기관별 협력 중요도를 분석해 국제협력 전략계획을 도출했다. 사진 출처 : KINAC

KINAC의 국제협력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양자 간 협력이 있을 수 있고 IAEA와 같은 국제협력기구를 통한 다자협력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KINAC의 국제협력은 해야 할 일이 많은 분야다. 다만 인적·물적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어떻게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KINAC은 2016년 당시 미래전략실장이던 이영욱 실장과 정진호 선임 연구원이 함께 'KINAC 국제협력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2006년 KINAC 설립 당시부터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 하지만 담당자가 변경되거나 퇴사한 경우도 있고 부서별로 국제협력을 별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기초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신규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기관 전체 의견 반영이 필요해 이를 조율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양자협력, 다자협력 및 정부대표단 기술지원으로 분류해 KINAC 국제협력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또한 이행, 정책, 교육ㆍ훈련 등 기관별 협력 중요도를 분석해 기존 협력 기관들을 분류해 냈다. 진단 결과 2006년까지 다양한 국제협력 시도를 진행했으나 지속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나 지속적인 진행이 필요한 업무도 골라냈다. 이렇게 해서 협력 증진 대상을 선정하였고, 이를 토대로 2018년 국제협력 전략계획을 도출했다.

양자, 다자간 협력 등 다양한 국제협력 진행

현재 KINAC은 국제협력 활성화 종합계획에 기반하여, 세계 유수의 원자력 통제기관들과 적극적인 양자협력 추진을 통해 우리의 핵비확산ㆍ핵안보 분야 기술적, 정책적 역량을 강화하여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유럽(EURATOM), 헝가리, 태국, 핀란드 등과는 양자간 원자력협력협정에 근거하여 안전조치, 수출입통제, 물리적방호에 분야에서의 국제 의무사항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행하는데 협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원자력공급국으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원자력 신규 도입국을 지원하는 역할도 꾸준히 하고 있다. UAE와는 자국 원자력규제 전문기관(FANR)과 MOU 체결 및 협력 채널을 구축해 기술협력회의와 연례협력회의 등 관련 협력을 지속 중이다. 중동지역의 원자력 통제 이행체제 구축 지원을 위한 워크숍도 개최했다. 새로이 원자력을 도입하는 국가들이 핵비확산·핵안보 분야 국제 의무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 원자력공급국으로의 책임에도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2011년부터 UAE 원자력규제기관(FANR)과 MOU 체결 및 협력 채널을 구축해 기술협력회의와 연례협력회의 등 규제기술 지원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도 꾸준히 협력을 강화한다. IAEA에서 논의하는 원자력 통제 분야의 중요 정책 동향을 적시하고 국가 입장의 정립을 통해 적시에 대응하고 있으며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현안과 관련한 안전조치 방안에 대해서도 기술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안전조치, 핵안보의 중요성 제고 및 관련 정보 공유 촉진에 기여하기 위해 아시아원자력협력포럼 등에 참가하거나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KINAC이 주도하게 된 국제협력이 특히 기억에 남아

이렇게 다양한 국제 협력 업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 협력 사례는 무엇일까? 이영욱 실장은 "PCG와 APSN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PCG는 한-미 안전조치 상설 그룹으로 한-미간 핵비확산 및 핵안보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계획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기 위해 1994년 이후 연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실장은 "PCG는 KINAC이 주도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 핵비확산ㆍ핵안보 협력채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PCG라는 틀에서 협력한 것은 20년이 넘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관 차원의 노력을 통해 KINAC의 주도적인 면이 확대됐고, 원안위 차원에서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APSN은 우리나라와 호주 주도로 2009년 조직된, 아시아-태평양 지역내 국가의 안전조치 역량 강화와 기술적 지원, 노하우 공유를 위한 안전조치 협력 네트워크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7~2018년 의장국을 수임하였으며, 이 실장은 "2017년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년대비 참여자 수는 1.5배 늘어나고, 주요 원자력품목의 수출입 정보 관리 등 추가의정서(AP) 이행에 대한 논의 주제가 추가되는 등, 아시아 안전조치 협력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기에 의미가 크다"라고 밝혔다.

UAE 수출로 인해 국제 협력 한 단계 도약

▲ 해외 원전 수출과 관련된 국제협력 업무는 처음이었지만 해외 원전 수출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는 정진호 선임 연구원. 사진 출처 : KINAC

KINAC의 국제 협력 사례로 UAE 수출 건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실장은 "적극적인 수요자로서의 UAE가 실무적이고 다양한 기술 정보와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기에, UAE 요구에 부응하다 보니 경험과 사례가 쌓여서 후발국과의 협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제협력 당담자였던 정진호 선임연구원은 "원전 수출과 관련한 국제협력은 처음 해보는 업무였다"라면서, 원전 수출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에, 현재는 수출입통제실로 옮겨 UAE, 요르단 등과의 기술협력을 담당하고 되었다고 한다.

이 실장 역시 "앞으로도 또 다른 수출국이 생긴다면 그들의 핵비확산·핵안보 규제 및 이행 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비교해 보아야 할 모범사례가 될 것 같다. 책임있는 수출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경험적 기반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협력 현안에 대한 적응력 있는 대처가 필요

현 국제 상황에서 우리가 더 유념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영욱 실장은 "후발국인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만들어 놓은 국제 기준을 따라만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안전조치 분야와 핵안보 전반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이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그룹에 포함되어 있으니, 그에 걸맞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의 선제적인 시도와 실패를 토대로 후발국들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 기술적 기준, 정책적 의사결정 근거, 법·제도적 개선 사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국제협력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데 보완이 되어야 하는 점으로 상대국의 담당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꼽은 박성윤 연구원. 사진 출처 : KINAC

2018년 국제협력의 중점 사항에 대해 박성윤 연구원은 "IAEA에서 SSAC(국가핵물질계량 및 통제 체제) 구축에 대해 몇 년째 계속 강조하고 있다"라며 "SSAC를 강조하는 최근 추세에서 우리가 APSN 의장국으로서 활동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경험과 실무적 사례를 국제사회에 확산하여 후발국들의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정책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협력 부서로써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인터뷰를 진행한 모두가 양자·다자·국제기구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문제를 제일 먼저 꼽았다. 박성윤 연구원은 "다자협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임자에게서 인수한 것을 들고 가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자주 느끼게 된다. 담당자가 바뀌게 되면 아무리 충실한 인계인수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전달이 어려운 내용이 많은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 째로는 "현재 국제협력은 정책연구와의 연계성이 낮은 상태에서 창구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국제협력의 기획력 및 실행력 강화를 위해서는 협력과 정책의 협업 또는 협력을 위해 기관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