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웹툰 만화와 함께 떠나 볼까?

곧 휴가철이 온다. 최근 '워라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work)과 일상(life)의 균형(balance)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휴가는 일상의 중요한 균형지점이다. 많은 이들이 휴가를 의미 있게 보내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독서'를 꼽는다. 휴양지 비치 파라솔 아래 누워 책 읽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평화롭다. 때맞춰 언론도 대통령이나 대기업 총수가 여름휴가를 이런 저런 책을 읽었다고 보도한다. 곧 덩달아 사겠다는 사람들 덕에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미안하지만 휴가 시즌에는 책보다 만화가 더 어울린다. 왜? 당연하다. 글자 읽는 것이 쉬운가? 그림 보는 것이 쉬운가? 책은 일상의 좋은 동반자다. 하지만 느슨한 기분의 휴가 중에 읽는 책은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미지는 문자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수용되기 때문이다.
만화는 이미지의 언어다

▲ 그래픽 노블 '어벤져스'를 바탕으로 개봉한 '어벤져스:인피니티워 포스터. 사진 출처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문자는 인간 사이의 소통 방법이다. 문자로 표현되는 소설이 일반적 스토리텔링이라면 만화는 시각적 스토리텔링이다. 만화는 글보다 먼저 '시각'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결국 근원적으로 만화는 이미지의 언어다.
아마 만화는 대중적으로 제일 사랑받는 매체일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그 형태도 거의 변함없다. 대중만화는 늘 전 세계 대중의 취향을 저격해 왔고 일상적인 소통의 도구로 확산되고 있다. 문자 언어보다 감성에 호소하며 상상적 표현에 한계가 없어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청소년, 성인층도 좋아하는 가족형 엔터테인먼트 장르다. 게다가 요즘의 만화는 소설처럼 문화적 가치를 창출한다. 최근 웹툰은 웹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출판물로도 인쇄되며,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의 원천이 된다. 최근 극장가를 달구는 수많은 할리우드 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그래픽 노블 만화들이 원작이다.
웹툰 천국 대한민국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웹툰 서비스인 네이버 웹툰(좌)과 다음 웹툰(우) 사진 출처 : 네이버, 다음
웹툰이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각종 멀티미디어 효과를 동원해 제작된 인터넷 만화를 의미한다. 한국의 웹툰은 2002년 야후 코리아가 선보인 '카툰세상'에서 시작되어 2003년 다음(daum.net)의 '만화 속 세상'에서 대중화된다. 그전까지는 주로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연재되었는데, 웹툰의 가능성을 알아본 포털사이트들이 전문 웹툰 플랫폼을 만들면서 오늘날의 웹툰 개념이 형성되었다. 웹툰 전성시대를 연 것은 2004년에 네이버 웹툰이었다. 독자에겐 무료로 웹툰을 제공하고 광고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전체 웹툰 시장을 선도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처럼 한국의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들은 웹툰이다. 웹툰이 영화화된 것은 2006년 강풀 작가의 <아파트>가 최초다. 강풀 작가의 작품은 전편이 영화로 제작되거나 판권이 판매되었다. 이런 계기로 한국 영화 시장에서 인기 웹툰은 몸값을 올리기 시작했다. 웹툰의 등장과 성공은 검열과 단속으로 침체된 한국만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출판만화 시장과 차별화된 독립적인 장르로 성장하였다. 게다가 온라인을 통해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웹툰은 인쇄본으로 출판되는 선순환 구조도 자리 잡았다.
휴가 중에 볼 만한 웹툰

▲ 사랑하는 여성의 감성이 잘 표현된 N포털의 '유미의 세포들'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만들어 가는 내용인 D포털의 '이태원 클라쓰' 사진 출처 : 네이버, 다음
일단 쉽고 간단하게 만화를 즐기고 싶다면 단연 웹툰이다. 다양한 작품이 포털사이트에 무료로 연재되고 있기에 취향에 맞는 만화를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포털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웹툰의 경우 웹툰별로 구독자들이 평가하는 별점수가 표시되어 있어서 어떤 웹툰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별점이 높은 웹툰 위주로 보면 된다.
최근 많은 조회수와 좋은 별점을 기록하고 있는 웹툰을 살펴보자. N포털의<고수>나 <호랑이형님>, <신의 탑>, <대학일기>, <유미의 세포들>등이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D포털에서는 <우두커니>, <어쩌다 발견한 7월>, <이태원 클라쓰>,<옥탑빵>, <아비무쌍> 등이 별점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웹툰이 포털에서만 서비스 되는 것은 아니다. 레진코믹스나 KTOON과 같은 웹툰 전문 사이트에서도 웹툰 구독이 가능하다. 하지만 웹툰 대부분이 무료로 서비스 되는 포털에 비해 이런 전문 사이트의 웹툰은 유료가 많기 때문에 일정 비용을 내고 봐야 한다. 무료 웹툰이나 유료로 판매되는 웹툰이나 큰 차이는 없으나 유료 웹툰의 경우 성인 취향의 웹툰이 많은 편이다.

▲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그래픽 노블 어벤져스는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차원 세계에서의 활동을 다루고 있어 그 양이 방대하다. 사진 출처 : 시공사
포털만화가 취향이나 격에 맞지 않다면 그래픽 노블 작품들을 권한다. 최근 극장가 스크린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어벤저스>,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하는 수많은 슈퍼 히어로 작품뿐만 아니라 <터미네이터>, <300>, <씬시티>처럼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들은 모두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작품들이 원작이다. 그래픽 노블은 말 그대로 '그림소설'이라는 뜻이다.
코믹스(comics)란 단어 대신 그래픽 노블이란 단어를 쓴 것은 만화에 대한 편견에서 벗기 위한 노력이었다. 미국 만화계의 거장 윌 아이스너는 오랫동안 천대 받던 만화를 예술의 위치로 끌어 올리려 했다. 소설의 예술적 완결성을 빌려 만화의 수준을 높이려 했던 시도가 그래픽 노블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래픽 노블은 소설보다는 직관적이고 몰입도도 높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의 페이지 구성은 역동적인 한국 만화의 구성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픽 노블을 처음 접한다면 지루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영화로도 제작되어 사회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친 브이포 벤데타. 사진 출처 : 시공사
우선 그래픽 노블의 전설인 아트 슈피겔 작가의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가 있다. 세계적으로 호평 받은 르포 만화지만 휴가시즌엔 내용이 무거울 수도 있다. 좀 더 극화다운 것을 찾는다면 <Y 더 라스트 맨(Y - the Last Man)>을 추천한다. 제목 그대로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 수컷들이 일순간에 죽어버린 상황에 홀로 살아남은 남자의 이야기다. 출판된 지 50년 된 만화지만 오늘날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스토리와 세계관이 놀랍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브이포 벤데타(V For Vendetta)>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문학적으로도 그 작품성이 매우 뛰어나서 서구권의 대학교에서는 영문학 전공서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대학에서는 새 학기를 맞이하여 전공서적들을 구입하러 갔다가 이 만화책이 진열되어 있는 광경을 제법 볼 수 있다.
휴가와 여행은 다른 세상을 만나는 설렘의 시간이다. 한편으론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고요의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개인에게 휴가는 온전한 자유 시간이다. 자유의지로 선택한 일은 남들을 따라 선택한 일보다 더 즐겁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이번 휴가는 '제비 따라 강남'가지 말고 자유의지를 담아 명작 웹툰이나 그래픽 노블 명작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