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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무인 정찰기 일상 위에 착륙하다

드론의 역사와 다양한 활용




개인이 간편하게 공중촬영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드론 덕분이다. 개인 촬영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유명한 방송국의 다큐멘터리에서도 드론은 대활약 중이다. 원래라면 비싼 헬기를 띄워서 촬영해야 하는 험한 장소에도 드론만 띄우면 훌륭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드론의 진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무인 택배 서비스, 보안과 정찰을 위한 군사 병기, 재해 현장 복구, 드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드론은 누가 개발했고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드론의 요람은 군사 연구소

▲ 최초의 실험용 무인 정찰기 케터링 버그(1918). c. wikipedia

드론의 역사는 절대 짧지 않다. 최근 들어 미디어로부터 큰 주목을 받은 드론이기 때문에 그 탄생도 최근 몇 년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 역사는 제1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드론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약 100년이 지난 셈이다.

원래 드론은 군사 이용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무인 정찰기로 개발된 드론을 처음 구상하고 개발한 개발자가 누구인지는 안타깝게도 군사 기밀로 취급되어 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전쟁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개발이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자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전시 중 막대한 인적 자원과 예산을 들여 진행한 무인비행체, 즉 드론 프로젝트는 전쟁후에도 군사적 이용을 목적으로 계속 개발되었고 일부는 소규모 작전에서 활용되었다.

드론이라는 이름의 기원은 수벌을 의미하는 드론(Drone)에서 유래한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벌이 날개짓을 하는 소리와 흡사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화에 따르면 1935년에 미 해군 제독 윌리엄 스탠들리(William Standely)가 영국 해군이 공중 사격용 과녁으로 활용하던 무인 항공기 퀸비(Queen Bee)를 보고 감명을 받아 미군에서도 무인 항공기를 활용할 것을 지시하였는데 이때 퀸비(여왕벌)와 대비되는 드론(수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러니 '드론'이라는 이름을 받은 최초의 드론은 퀸비라 할 수 있다.

세상으로 나온 드론의 진격

그렇다면 군사적 뿌리를 가진 드론이 어떻게 민간산업에 폭넓게 활용되기에 이르렀을까? 우리가 흔히 드론이라 부르는 네 개의 프로펠러를 지닌 소형 비행체를 최초로 개발한 곳은 일본이다. 1980년대 말 일본에서 개발한 장난감 헬리콥터 Keyence Gyrosaucr 2 자이론사 E-570은 3분 동안 비행이 가능했다. 그 후 한동안 무선 조종 장난감 매니아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드론은 1999년 캐나다의 드래건 플라이어(Draganflyer)사가 출시한 쿼드콥터가 영화 <형사 가제트>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AR 드론(2010) c. http://www.gearlive.com

'드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공중촬영이나 무선카메라로서의 용도로 사용하는 촬영용 드론일 것이다. 이러한 상용 드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것이 2010년 프랑스의 패럿(Parrot)사가 개발하고 판매한 'AR드론(AR Drone)'이다. AR드론을 휴대전화나 태플릿 피씨(Tablet PC)로 조종하는 기능은 당시 혁신적인 기능으로서 무선 조종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본체 스펙도 6축 자이로 균형 센서와 초음파 센서를 지원하는 등 현재의 드론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완성도의 걸작이었다. 이처럼 현재의 드론은 2010년에 이미 상품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게가 가볍고 조종도 편해 사람이 가기 힘든 산악지역, 무인섬, 깊은 밀림 지역을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때부터 드론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민간 드론 시장의 발전을 주도한 곳은 중국이다. 흥미롭게도 후발주자인 중국이 국가적 뒷받침을 배경으로 드론 산업을 선점하며 시장의 70%를 가져갔다. 그중에서도 DJI사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2010년 5억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는 2017년에 매출로만 약 3조 원의 거금을 벌어들였다. DJI의 촬영용 드론은 가격뿐만 아니라 기체 성능이나 카메라 성능도 우수하여 당분간 업체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며 후발주자와의 차이를 점점 벌려가고 있다.

이처럼 드론의 민간 이용은 촬영 분야에서 출발했으며 지금도 드론 시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드론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농업 영역에서도 드론은 활약하고 있다. 농업용 드론은 GPS 기능을 활용하여 공중에서 농약을 살포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 관찰을 통해 작물의 생장 상태를 체크한다. 노령화와 청년층의 농촌 기피로 인해 만년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은 전체 농경지 중 40%를 드론에 맡겨 관리하면서 농업 선진화에 성공했다.

▲ 2017년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드론 챔피언스 리그 레이싱 장면. 형형색색의 드론이 펼치는 곡예비행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c. http://drone-next.jp

배송업 또한 드론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표적 분야이다. 이미 드론을 이용한 무인 택배 서비스의 가능성에 주목한 유수 대기업이 택배 드론 개발 및 서비스망 구축에 막대한 액수의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미국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하여 30분 이내에 물품을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미국 당국에 서비스 개시를 위한 허가를 요청했다. 구글 또한 드론 택배 서비스 '프로젝트 윙(Wing)'을 진행 중이며 DHL, UPS 등 기존의 전문 배송 업체 역시 2015년을 전후로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자유롭게 비행하는 드론의 스피드를 겨루는 드론 레이싱도 전망이 밝다. 드론 운전자는 모니터 너머로 마치 자신이 새가 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최고 150km의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많은 메카닉과 크루를 고용하지 않고도 자신만의 드론을 자유롭게 개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부품을 교체하고 모터를 고르며 만드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경주용 드론이라 하여도 50만 원 정도의 가격이기 때문에 일반인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이다.

그 외에도 경비원을 대신해 오피스 내부 야간 순찰을 하는 경비 드론, 초경량 소재 개발과 인공 지능 운전수의 힘을 빌린 공중 드론 택시, 댐이나 터널, 산 중턱에 설치된 전압 탑과 같은 험지에 설치된 인프라 시설의 관리 및 점검 등 여러 면에서 우리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수준의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이 시작되었던 군사용 드론이지만 현재 안타깝게도 DJI사의 드론을 중동의 테러조직 IS가 이용하는 등 민간 기업이 개발한 드론이 범죄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가 있다. DJI사는 테러 목적의 드론 사용을 우려해 이라크·시리아의 분쟁지대 전역에 대해 GPS를 막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드론의 공중 침공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안티 드론 기술도 개발 중이다. 네덜란드가 개발한 로빈 레이더 (Robin Radar) 시스템은 레이더 센서를 사용하여 시설 주변에 출현한 드론을 색출한다. 독일의 아로니아(Aaronia) 사는 드론이 주고 받는 무선 전파를 포착하여 드론과 조종사를 알아낸다. 1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는 열카메라 센서와 음향센서가 효과적이다. 미국 데드론(Dedrone)사의 드론DNA(DroneDNA)는 드론에서 발생하는 소리, 열신호 등을 종합하여 드론의 종류를 식별해내는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공격 드론을 직접 공격하기 위해서는 해킹과 네트워크 교란법이 효과적이다. 드론과 조종사간 통신방식이 와이파이(Wi-Fi) 등의 기존 통신방식일 경우 취약한 네트워크 지점을 해킹한다. 실제로 2009년 이란의 사이버 보안 부대는 해킹을 통해 미국 CIA의 드론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디도스(DDos) 방식도 효과적이다. 드론에 수많은 접속 신호를 걸어 조종사가 드론을 조종하는 것을 방해한다. 전자기충격파(EMP)나 마이크로파를 주사하여 침입 드론의 회로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방식도 활용 가능하다.

드론과 함께하는 약속된 미래

전 세계 드론 시장의 성장 속도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할 정도다. 미국 시장 연구 단체 마켓 앤 마켓(Markets &Markets)에 따르면 당장 향후 5년간 연간 드론 시장이 성장률 70%를 뛰어넘는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며 2022년에는 전체 드론 시장 규모가 약 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되는 드론의 개수만 하더라도 3년 후에는 지금보다 3배 더 많은 연간 백만 대의 상업용 드론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전망이다.

군사 이용을 목표로 시작된 드론은 촬영 드론이 종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우리 삶에 파고들었다. 드론을 이용한 운송, 농업, 산업 및 레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지금도 전 세계를 무대로 각국의 개발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 언젠가는 한 집에 한 대씩 드론이 보급되는 날이 올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