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코로나19에도 예술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VR 미술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작가를 양성하고 작품을 전시·연구하며 판매까지 하는 미술의 숨통 같았던 수많은 미술관은 잠정적으로 문을 닫게 됐다. 이는 현장성과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미술계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제 미술산업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있다.

그러나 미술계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천천히 새로운 방식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오자 미술은 이 기술을 이용해 관객의 예술적 체험을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을 없애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가상현실(VR)기술이다.

가상현실 기술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더욱더 정교하게 발달해 마치 실제와 같은 3차원 공간성을 그대로 구현하며 그 안에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술관이라고 하는 특별하게 설계된 공간에서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한다는 인간의 예술적 체험은 이런 가상 공간에서도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 세계 유수의 미술관은 VR 체험관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 흥미로운 가상미술관으로 떠나보자.

예술과 미술의 대명사인 루브르 박물관을 내 집에서?

미술관하면 루브르 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영국 런던의 대영 박물관, 바티칸의 바티칸 미술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비롯해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명작으로 가득하다. 총 3개동으로 나뉘어 1개동을 다 도는데 반나절이 걸리는 루브르 박물관을 이제는 컴퓨터나 VR 기기로 앉은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정부의 봉쇄 조치로 무기한 휴관하게 되자 온라인 무료 개관으로 시민들과 관광객을 위로하고자 VR 투어를 마련했다. 고대 이집트 유물을 비롯해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 등 시대별 주요 소장품을 실제 현장에 있는 듯이 볼 수 있다. 루브르 VR 투어는 단지 작품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천장과 바닥까지 실제와 똑같이 구현했다. 투어의 첫 화면도 전시관이 아니라 실제 박물관에 처음 들어섰을 때보는 홀이다. 작품 옆에는 아이콘이 있어 클릭하면 설명도 함께 나온다.

온라인 VR 박물관은 다른 관람객 없이 홀로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작품을 360도로 회전하며 감상할 수 있는데, 이는 조각 작품을 감상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걸작 조각품이자 영원한 인류의 유산인 <사모트라케의 니케>작품이 높은 받침대 위에 세워져 있을뿐더러 루르브 박물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목에 전시돼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오직 <모나리자>만을 위한 VR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이 위대한 걸작품을 내 마음대로 돌려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

그렇기에 조각으로 물에 젖은 옷감과 그 속에 비치는 살을 묘사한 아주 정교한 기술을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당연히 VR 투어는 이런 어려움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니케 조각상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확대해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백미는 역시 <모나리자>다. 실제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모나리자 앞에 관람객이 모여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루브르는 VR 박물관 이외에도 모나리자만 감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만들어 다운로드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사람들과 유리로 둘러싸여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모나리자>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360도 영상으로 재탄생한 살바도르 달리

미국 플로리다주 피츠버그에 있는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은 VR 기술을 이용해 달리의 작품을 재구성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미술가로서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나뭇가지에 걸린 채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시계가 그려진 <기억의 지속>이 대표적이다.

달리 미술관이 기획한 '달리의 꿈'이라는 영상은 달리 미술관을 360도로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의 2차원 작품을 3차원 영상으로 바꿨다. 달리의 많은 작품 중 밀레의 <만종>에서 영감을 얻은 <밀레의 만종을 고고학적으로 회상하기>라는 작품이 3차원 영상이 주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환상적인 분위기로 호평을 받았다.

살바도르 달리의 원작인 <밀레의 만종을 고고학적으로 회상하기>(왼쪽)과 이를 3D VR 영상으로 재구성한 <달리의 꿈>(오른쪽). 작품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현대 기술로 재구성해 정말 달리의 꿈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

밀레는 <만종>은 부부로 보이는 두 농부가 고된 농사를 마치고 감사 기도를 올리는 목가적이고 평화적인 그림이다. 하지만 달리는 평화와 안식보다는 두 남녀를 거대한 석상처럼 바꾸고 노을빛 하늘도 초록빛으로 다시 그려 꿈속 같이 불안함과 스산함을 주는 분위기로 전환시켰다.

달리의 꿈은 이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3D로 구현해 관람객이 마치 달리의 꿈속에 실제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두 남녀를 묘사한 거대한 석상의 주변을 돌고 걸어가며 관람객은 달리의 세계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데, 한 가지 더 재밌는 점은 작품 안에 달리의 또 다른 작품을 배치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품을 관람한다기보다는 어떤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달리의 꿈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공개돼 있으며 VR 기기와 스마트폰이 있으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독보적인 미술 컬렉션을 집에서 음성 해설로 감상한다

정보통신기술 연구의 리더답게 우리나라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국공립미술관은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온라인 VR 투어를 제공한다. 사립미술관 중에서는 단연 리움미술관의 VR 투어가 돋보인다. 리움은 한국의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미술관이며 그 소장목록 또한 고미술의 경우 국보 36개, 보물 96개에 달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유물과 작품을 볼 수 있다.

리움미술관 역시 코로나19로 무기한 휴관하게 돼 작품의 일부를 집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일반적인 VR 투어의 기능은 물론 각 전시물에 대한 음성 설명도 들을 수 있어 한 단계 더 진보한 VR 체험을 할 수 있다.

리움 미술관은 조각 작품이 많은 야외도 VR 투어를 할 수 있다. 파란 하늘 아래 <큰 나무와 눈> 작품이 우뚝 서 있다. ©리움 미술관

리움미술관의 VR전시는 야외에 있는 아니쉬 카푸어 작가의 조각 작품부터 리움의 작품 중 가장 큰 <큰 나무와 눈>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로비를 지나 1번 전시장에 들어가면 상설전시인 한국 고미술전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선사시대에서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문화 유산을 관람할 수 있다. 도자기, 서화, 금속공예, 불교미술부터 목가구, 민화, 민속품, 전적류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통미술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리움미술관의 고미술관. 동그란 아이콘을 누르면 음성 설명이 나온다. ©리움 미술관

두 번째 상설전시인 현대미술 소장품전시는 1910년대 이후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과 1945년 이후 외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품들로 구성된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서양화로 표현한 이인성,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의 작품과 백남준, 이불, 서도호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구글 같은 거대한 IT 플랫폼과 세계의 미술관이 협력해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 투어를 골라서 경험할 수 있다. 구글은 2011년부터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등 세계 17개 미술관과 협력하여 해당 미술품들을 고해상도 화질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디지털화해 업로드했다. 현재 46개의 박물관, 250개 이상의 기관과 협력을 체결하여 45,000점 이상의 예술작품을 볼 수 있으며 한국어를 포함한 18개 언어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물리적 장벽은 생겼지만 예술을 창작하고 이를 보며 즐거워하는 인간의 본성은 막을 수 없다. 비록 모니터를 통해 작품을 볼 수밖에 없지만 기술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형태의 관람도 예술적 체험의 하나가 아닐까. 앞으로도 VR 전시관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VR로 경이로운 미를 창작하는 작가도 양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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