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세계 평화와 인류의 번영을 위해
핵비확산체제의 지난 반세기를 묻다
KINAC 2021 핵비확산ㆍ핵안보 심포지엄

2021 핵비확산‧핵안보 심포지엄
"지속가능한 NPT 50년"

핵비확산조약(NPT) 50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는 심포지엄
ㆍ기간 및 장소
2021년 5월 26일~27일, 더플라자 및 온라인
ㆍ주요 참석자
한국 및 미국, 스웨덴, 중국, 일본 등의 핵비확산 연구자, 정책 전문가

핵비확산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은 인류가 흘린 참혹한 피에 대한 저항이었다.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경험한 핵무기는 전 세계에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된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에 공포를 이용하려는 국가들은 핵무기 확보에 열을 올렸고 이는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마침내 국제 사회는 더 이상의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는 체제를 형성하고자 힘을 모았고 그렇게 NPT가 1970년 3월 발효되었다. NPT는 더 이상의 핵무기 보유를 막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는 전후 국제 사회의 근간 체제로 자리 잡았고 2020년, 50주년을 맞았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제10차 NPT 평가회의를 앞두고 지속가능한 NPT 50년을 주제로 핵비확산ㆍ핵안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평화로운 사회와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는 NPT의 과거와 미래를 논의함으로써 NPT가 어떻게 계승되고 발전되어야 하는지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NPT가 만든 평화에 대한 인정, 그리고 과제

KINAC 김석철 원장은 NPT는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핵심으로서 미래 세대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계승ㆍ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은 KINAC 김석철 원장의 개회사로 포문을 열었다. 김 원장은 NPT가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핵심으로서 미래 세대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계승,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은 이런 목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NPT 관련 정치적ㆍ기술적 이슈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원장은 "코로나19는 발생가능성이 희박한 극단적 사건들에 대한 준비 태세와 우리 사회체계의 견고함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사이버공격, EMP 폭탄, 드론 등 새로운 위협이 규제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건이 되었다"고 작금의 핵비확산ㆍ핵안보 여건을 진단했다.

따라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점점 복잡해지는 위협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핵비확산ㆍ핵안보 메커니즘을 도출하기 위해 미국, 스웨덴, 증국, 일본 등의 연구자 및 정책 전문가와 함께 정보와 통찰을 나누고자 했다. 김석철 원장은 "KINAC이 지속가능하고 가시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이러한 여정을 함께하는 국내외 기관들과의 협력에 사의를 표하며 심포지엄의 시작을 알렸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심포지엄의 축사를 맡아 히로시마 답사로 핵비확산체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으며 국제적으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국내에서는 KINAC이 핵비확산 규제의 전문기관으로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음을 상찬했다.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및 군축고위대표가 지속가능한 NPT 50년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첫째 날 기조연설은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및 군축고위대표가 맡았다. 김 전 대사는 '지속가능한 NPT 50년'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전 대사는 냉정히 말해 NPT는 조약 외 핵보유국들의 핵무기 개발을 사전에 막지 못했지만, NPT 덕분에 핵보유국의 숫자를 한 자리로 제한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임을 강조하며, 지난 50년간 NPT의 공과 실을 평가했다.

김 전 대사는 그러나 핵보유국 간 그리고 핵비보유국 간 이중의 분열이 날로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오늘날의 NPT가 지난 50년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대해 핵우산에 속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입장 차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사는 "여기에는 이른바 마술적 해결책이란 없다"라고 단정하며, 명확한 문제 인식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제10차 NPT 평가회의가 NPT의 해묵은 문제들을 더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사는 이러한 대화의 과정에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갈등 및 핵비보유국끼리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위치를 진단하고, 이번 심포지엄 개최를 포함한 한국의 핵비확산 노력을 다시 한 번 조명했다.

이어진 세션 1에서 'NPT 50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서 논의했다. 짐 월시 MIT 연구교수는 1945년부터 2019년까지의 핵 확산 추이를 통해 NPT가 핵무기 보유국의 수를 줄이고 핵확산을 저지하는 데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NPT 체제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분명히 각 국가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어 기대 이상의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KINAC 핵안보본부장은 NPT 모범 사례로서 우리나라의 핵비확산 역사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1975년 핵비확산조약에 가입해 IAEA와 협력하며 안전조치, 수출통제 같은 핵심 규제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NPT의 중요한 목표에 기여하고 있다. 2012년에는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명실상부 핵비확산 모범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고 밝혔다. 나아가 NPT의 핵심 가치를 확산한 사례로서 2009년 UAE 원전 수출 계약을 맺고 4기의 원전을 건설한 프로젝트를 들었다. "대한민국이 건설한 UAE 1호 원전은 2021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UAE 사례는 국제 협력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소중한 사례이다." 라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지난 50년간의 NPT의 성공과 앞으로의 도전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날 이나영 본부장(오른쪽)은 핵비확산 모범국가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의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서 NPT 체제가 맞닥뜨린 현안으로 'NPT와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관한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타츠지로 스즈키 나가사키대학교 교수는 동북아에 위치한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 협력과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 가능성을 제안했다. 통 자오 칭화대 카네기센터 박사는 동북아의 균형과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민수 센터장은 한반도 비핵화의 경과와 향후 고려사항에 관해 발표했다.

원탁회의에 참여한 김민수 KINAC 비확산기술지원센터장은 현 핵비확산 체제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인 북핵 문제를 거론했다. 김 센터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단계는 NPT에 기반을 둔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북한을 재통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검증 방법을 발전시키고 이런 방법을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외교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핵비확산 이념의 지속을 위한 미래 세대 육성과 정치적ㆍ기술적 과제

야코브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는 NPT 50주년 평가회의를 맞아 NPT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날 심포지엄에서는 윌리엄 맥우드 원자력기구(OECD/NEA) 사무총장이 NPT 기반의 신뢰가 인류에 이로운 원자력 활용을 촉진했다며, 핵비확산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축사를 전달했다. 이어 야코브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가 기조연설을 했다. 할그렌 대사는 코로나19와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심화라는 정세에서 국제 안보, 다시 말해 핵안보와 핵비확산은 더욱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NPT 기반 핵비확산 체제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고 개선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국제사회의 50주년 NPT 평가회의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그렌 대사는 50주년 평가회의에 앞서 핵군축 현안에 대한 공동 입장 모색을 목표로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같은 국제적 협력이 더욱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스톡홀름 이니셔티브는 핵비보유국 16개국으로 구성된 장관급 협의체로 2020년 2월 공동선언문을 채택해 ▲NPT 공약 준수 및 핵군축 진전 ▲핵보유국들의 핵위협 감소를 위한 투명성 제고 및 핵무기 역할 축소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둘째 날 패널 세션에서는 더 다양한 주제로 흥미로운 논의가 펼쳐졌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NPT 후속 세대 양성에 관한 논의였다. 진의림 외교부 외무사무관은 '청년 모의 NPT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청년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NPT의 다음 50년에 새로운 개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핵군축과 핵비확산에 반영되기를 원했으며 NPT에 기반을 둔 핵비확산체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최유연 KINAC 교육훈련센터 연구원은 핵비확산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KINAC의 노력을 소개했다. KINAC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는 핵비확산과 핵안보 교육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교육ㆍ시험시설을 활용해 국내외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민의 핵비확산 인식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2021년에도 INSA는 온라인, 오프라인 훈련 과정을 개설해 시행 중이며 더욱 정교한 훈련 장치를 개발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제74차 유엔총회 1위원회에서 채택된 '청년과 군축‧핵비확산' 결의안을 주도한 바 있다.

다음 세션에서는 NPT의 정치적 의제와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데릴 킴벌 미국 무기통제협회장은 군사 목표를 공격할 목적으로 이용되는 폭발력이 작은 핵무기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한민국은 비핵국이지만 핵군축에 대해 목소리를 낼 시점이라고 제안하며 그간의 경과와 현 상황을 설명했다. 발표 첫머리에서 전 교수는 지구종말시계를 예로 들어 핵전쟁의 위기가 아직 사라진 것은 아니며 핵군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시 북한의 핵개발로 핵군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기까지 이르렀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NPT와 핵안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세션에서는 IAEA 엘레나 부글로바 핵안보국장, 미국 에너지부 국가핵안보국 캐서린 홀트 과장, KINAC 장성순 물리적방호실장, 이정호 사이버보안실장이 발표했다. 부글로바 국장은 벨라루스에까지 닥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방사능 여파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을 토대로, 핵물질을 안전하게 방호하고 사이버공격으로부터 원자력시설을 지키는 핵안보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장성순 KINAC 물리적방호 실장과 이정호 사이버보안 실장은 각 분야의 최신 이슈와 그 경험에 대해 발표했다.

홀트 과장은 미국의 핵안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특히 신규 위협 대응 및 핵안보 교육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협력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장성순 실장은 신형 원자로를 과제로 제시하며 그 중에서도 모듈화되어 있어 설치하기 쉽고 안전한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핵안보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SMR은 오지나 저개발 국가, 지정학적 요건이 불안한 곳에 건설할 경우 물리적 공격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SMR에 맞춘 방호 개념과 실질적 방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호 실장은 한국의 원자력시설에서 사이버보안 능력을 증진하는 규제 활동과 그 경험에 대해 발표했다. 사이버보안 위협평가-검사-훈련평가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사이버보안 수준을 높이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로써 팬데믹 상황에서 대면, 온라인의 혼합 방식으로 NPT의 과거와 현재, 미래 과제를 논의한 심포지엄이 막을 내렸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반세기 핵비확산체제를 점검함으로써 향후 50년의 평화를 위한 과제와 그 실행 방안을 통찰하는 자리였다. 또한 이번 심포지엄은 앞으로 있을 50주년 NPT 평가회의에서 핵비확산체제가 더욱 강건해지고 발전하는 데 거름이 될 생각의 씨앗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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