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원자력발전소를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매의 눈이 되는 사람들
월성원자력본부 제3발전소 물리적방호 정기검사 현장

원자력발전소는 핵물질과 원자력 시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호 설비 및 체계를 빈틈없이 갖춰야 한다. 만약 누군가 원자력시설을 공격하여 방사선이 누출되거나 원자력발전소의 핵물질을 훔쳐내어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면, 상상 이상의 큰 피해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원자력시설의 물리적방호 태세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제12조 및 18조에 따라 정기검사, 특별검사, 운반검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그 중 지난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월성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에서 진행된 KINAC의 물리적방호 정기검사 현장을 살펴보자.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준비

"이번 정기검사에서는 특히 방호구역 설비 유지관리와 핵심구역 출입절차 이행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부 검사 일정과 그에 따른 역할 분담을 확인해 주세요." 아직 검사가 2주 정도 남아 있었지만 분위기는 이미 검사현장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이번 월성3발전소 물리적방호 정기검사 팀장인 물리적방호실 최선도 선임연구원을 비롯하여 검사원 5명이 사전 회의를 가졌다. 그들은 정기검사 일정과 역할, 중점 항목 등 검사 전 확인할 사항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백인선 연구원은 "주기적으로 물리적방호 검사를 진행하므로 반복적인 작업이 많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소는 국가중요시설 및 국가보안시설이므로 보안이 철저해야 한다. 또한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물리적방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KINAC은 등급별 핵물질관리 및 출입통제를 비롯한 10개 분야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 사업자 인터뷰 등을 시행하며 정기검사를 진행한다. 특히 이번에 검사를 진행한 월성원자력발전소는 가압중수로와 가압경수로형 원자로가 공존하는 곳으로 두 가지 노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KINAC은 노형에 따른 구조와 설비 특성을 기반으로 사전에 방호구역을 구분해 물리적방호를 적용토록 했다. 이에 구분된 방호구역별로 물리적방호 태세를 확인하는 형태로 검사 방법과 일정을 기획했다.

물리적방호 검사원들은 일반인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늘상 드나드는 출입문 하나도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누군가의 침입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INAC 검사팀은 준비 단계부터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검사를 계획했다.

승인받지 않은 사람을 위한 출입구는 없다

검사원들이 도착한 날부터 검사장 안 책상에는 서류가 잔뜩 쌓여있었다. 정기검사 전 사업자에게 필요한 자료들을 미리 요구한 것이다. 보안 등의 문제로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현장에서 서류를 통해서 물리적방호 운영 조직 및 종사자 교육, 등급별 핵물질 관리 현황 등을 검토하고 의문점에 대해서는 관련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한다. 검사 기간 내내 검사장에서는 서류 검토와 관계자 인터뷰가 진행되고 검사장 밖에서는 현장 확인이 이어졌다.

출입통제에 대한 현장 확인은 발전소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KINAC 검사원들은 월성원자력본부 정문과 제3발전소 출입문에서 각각 출입통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했다. 발전소 가장 외곽인 본부 정문에서는 차량 인식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등록된 차량만 출입을 허가하는지를 살폈다. 또한 출입 경비소에서 차량 트렁크 등을 검문해 폭발물, 무기류 같은 위험한 물건의 반입 여부를 확인하는지 등을 점검했다.

KINAC 검사원이 보안검색대의 탐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제3발전소 정문에서는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보안검색 현황을 점검했다. 먼저 출입신청이 되어 있는지와 출입을 신청한 사람과 출입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다음은 가지고 있는 물품(가방)을 엑스레이(X-ray) 화물검색기에 통과시켜 위험한 물건이나 허가되지 않은 물건 등은 없는지 살펴본다. KINAC은 이때 보안검색대 화면을 확인하는 담당 직원이 상주하는지, 검색된 결과 데이터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또한 X-ray 검색장치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상 신호를 탐지하는지를 시험했다. 그리고 출입자가 통과하는 문형 금속탐지기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금속탐지기가 울리는 경우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상세 검색을 시행하고 결과를 기록하는지도 점검했다. 또한 담당 경비원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장의 보안 상태를 확인했다.

이어 출입구 외 침입에 대비한 물리적방호 체계는 방호구역 등급별로 나누어 점검했다. 우선 원자력발전소의 등급Ⅱ 방호구역에 대한 침입차단체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며 물리적방호 시설 및 설비에 대한 점검도 함께 진행했다. 검사원들은 발전소를 둘러싸고 있는 이중 울타리를 따라 이동하며 감지 센서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감도가 약하지는 않은지, 울타리에 구멍이 뚫린 곳이 없는지 등을 점검했다. 칩입탐지 센서나 CCTV에는 사각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기상 상황이나 동물의 접근으로 인한 탐지 오류를 줄이기 위해 장비의 위치나 종류를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KINAC 검사원이 등급Ⅲ 방호구역의 이중울타리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따라서 검사를 통해 해당 설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점검했다. 문제가 발견될 경우에는 원인을 파악하고 장비의 위치나 종류 등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간단한 건은 현장에서 바로 조치하기도 했다. 또한 설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지, 장애가 발생한 경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방호구역 경계를 따라 걸으며 검사원들은 물리적방호 관점에서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다.

등급Ⅲ 방호구역의 울타리는 외부와 발전소의 경계로, 침입자가 가장 먼저 통과하게 되는 구간이기 때문에 출입구의 개폐장치는 잘 잠겨있는지, 이중울타리의 높이가 적절한지, 유지보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CCTV에 사각은 없는지 등을 더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또한 출입문의 잠금장치에 대한 관리대장과 현장도 살펴봄으로써 침입탐지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KINAC 검사원이 핵심구역의 방호조치를 점검하고 있다.

KINAC 검사팀은 핵물질이 저장된 핵심구역에 방호조치가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출입자 관리를 비롯해 도면에 표시되지 않은 출입구는 없는지, 출입구의 개폐장치 상태는 양호한지도 살펴보았다. '핵물질'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핵연료가 보관된 곳의 '출입'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물리적방호 검사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를 위해 협력이 중요

정기검사 1주차 마무리 회의에서 KINAC 검사원들이 사업자와 검사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기검사동안 KINAC 검사원들은 매번 현장 확인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검사원들이지만 사실과 원칙을 토대로 정확하게 검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사전 준비에서 현장 점검까지 그 모든 과정에서 검사원들 간의 협력에 기반해야 효과적인 정기검사가 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정기검사 1주차 마지막 날, 사업자와의 회의를 진행했다. 발전소 측에서는 물리적방호와 관련된 사업부서별 책임자와 담당자가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KINAC이 검사 중 확인한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공유했으며 발전소 측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 회의에서도 일방적인 결과 통보가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검사원들이 제시한 문제에 대해 사업자의 의견을 듣고 현실적인 조치 요구를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이로써 일주일간 정말 쉴 틈 없이 달려온 물리적방호 정기검사 현장 점검이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2주 동안 검사 결과에 대한 검토, 추가 검사, 개선요구사항에 대한 최종 확인을 완료해야 진정한 월성3발전소에 대한 정기검사가 끝이 난다. 정기검사 결과는 발전소에 전달되어 후속조치를 취하게 되며, 물리적방호 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데 활용된다.

물리적방호 정기검사는 사업자를 제재하고 억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더 효과적으로 물리적방호를 시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KINAC은 규제를 담당하지만, 물리적방호를 직접 실행하는 것은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규제-피규제의 관계이지만 협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선도 검사팀장은 "원자력발전소의 물리적방호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규제 기관과 협력하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KINAC은 사업자들이 원자력시설을 보호하는 데 협력하며 핵안보 규제체제를 지속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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