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지향한다
새로운 세대의 노동요, 로파이(lo-fi) 음악

최근 음악을 듣는 방법은 스트리밍이다. 음반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접속해 곡을 듣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다. 특히 유튜브는 주제별로 다양한 음악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악의 천국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릴 때 듣는 음악, 비가 올 때 듣는 음악, 공부할 때는 음악, 일할 때 듣는 음악 등 수없이 많은 음악 모음집이 준비돼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하나의 신드롬일 정도로 크게 유행하며 개성을 추구하는 힙스터들의 '노동요'로 불리는 컴필레이션 음악이 있다. 그것은 바로 '로파이(Lo-Fi) 힙합'이다. 로파이 힙합이 뭐길래, 유튜브에서 일하며 듣는 음악으로서 하나의 큰 기둥이 됐을까?

로파이는 고음질의 음원을 가리키는 하이파이(Hi-Fi)와 반대되는 단어로 노이즈나 잡음을 일부러 거르지 않고서 만들거나 아예 저음질 필터를 거쳐 만드는 제작 방식을 의미한다. 로파이 힙합은 이렇게 저음질에 낮은 음역대로 만든 힙합의 하위장르로 랩도 가사도 없고 오로지 차분히 반복되는 비트만 있다. 고음질이 아닌 잔잔하고 조용한 비트로만 이뤄져 있다 보니 감상하는 음악이 아니라 재택근무를 할 때, 책을 읽을 때, 단순 반복 작업을 할 때 틀어 놓는 배경 음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로파이 힙합 컴필레이션을 들려주는 음악 채널도 이 점을 노린다. 유튜브 이용자들에 선택을 받으려면 미리보기 이미지인 썸네일이 중요하다 로파이 힙합 채널은 대개 정적이고 복고적인 느낌을 주는 80~90년대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차용한다. 헤드폰을 끼고 작업하는 소녀, 쉴새없이 돌아가는 턴테이블, 커피잔과 따뜻한 김,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모습 등이 전형적이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은 저음질의 음악이라는 로파이의 본질과 잘 어울려 청자가 있는 공간을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고독한 작업실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칠드 카우 채널의 유명한 썸네일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채팅을 나누는 전 세계인들. ©Chilled Cow

가장 유명한 로파이 힙합 채널은 구독자가 854만 명이나 되는 '칠드 카우(Chilled Cow)'가 있다. 데스크 램프가 켜져 있고 책상에 앉아 헤드폰을 쓴 소녀가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썸네일 덕에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드는 이 채널에는 전 세계인들이 24시간 로파이 음악을 들으러 모인다. 평균 스트리밍 인원이 2만 명이 넘는다. 그 덕분에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등 각종 언어로 실시간 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거나 함께 몇 분 동안 집중해서 일을 하자는 다짐을 나누기도 한다. 여담으로 채널이 유명해지면서 감성적인 소녀의 일러스트가 로파이 음악의 대명사처럼 되어 이 소녀를 로파이걸(Lo-Fi Gir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멜로비트 시커 채널은 한국 인디 로파이도 많이 소개해주는 특징이 있다. ©Mellowbeat Seeker

두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채널은 '멜로비트 시커(Mellowbeat Seeker)'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멜로비트를 찾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데, 로파이 음악이 멜로비트라고도 불리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멜로(mellow)'라는 영어 단어의 뜻 그대도 부드럽고 풍부한, 그윽한 음악이 24시간 재생된다. 이 채널의 강점은 로파이 힙합뿐만 아니라 '멜로'한 한국의 인디음악, R&B 음악이 컴필레이션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청자들이 실시간 채팅방에 모여 날씨나 그날의 작업 얘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재택근무나 혼자 일을 할 때, 무언가 집중해야 할 때 틀어놓기에 제격인 채널이다.

판타스틱 뮤직 채널에 있는 다양한 상황별 로파이 음악들. ©Fantastic Music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채널은 '판타스틱 뮤직(Fantastic Music)'이다. 판타스틱 뮤직은 일할 때 듣는 로파이라는 개념을 더 확장해 음악이 필요한 각종 상황에 맞는 로파이 힙합부터 재즈까지 컴필레이션해준다. 그래서 종류별로 들어보는 재미가 있다. 일요일 아침 집에서, 밤늦은 시간, 해질녁, 조용한 여름밤, 시끄러운 도시, 고요한 방, 커피 타임, 가을 낙엽질 때 등등 아주 다양하다.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닌 20~30분 길이의 음악 클립으로 구성되어있어 내 상황과 시간, 공간에 맞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있는 느낌을 원한다면 음악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지향하며 고품질보다는 턴테이블처럼 아련한 노이즈를 담은 새로운 세대의 배경음악, 로파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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