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새로운 방호 규제 연구 추진,
안전-안보 연계 기술 강화한다

1985년 구성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 국제원자력안전자문위원회(INSAG)는 각국의 원자력 안전 수준을 높이고자 전문가 자문에 기반한 국제안전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발표된 안전안보 연계지침 'INSAG-24'는 원전 전주기에 걸쳐 안전과 안보 요건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원자력 안전과 안보가 목표에서는 동일하나 방법적 측면에서 서로 상반되는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전성 확립에 있어서 유지·보수를 위한 시설 및 정보의 접근성 확보는 중요한 요소지만, 반면에 안보 확립을 위해서는 기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필수디지털자산(장비)의 보안을 강화한다고 취약점을 제거하는 조치 과정에서 안전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자력 시설의 제어시스템에 조치를 적용하기 전에 안전과 안보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규제기준을 제시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이러한 부분에서 안전-안보 간 충돌을 방지하고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산ㆍ학ㆍ연과 함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6년간 추진될 신규 연구('방호 규제를 위한 원자력 안전‧안보 연계 통합 평가 기술')는 핵안보 분야 전반에 도입할 안전-안보 연계 통합 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 106억 원 가량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이번 연구는 통합 평가 기술을 검증하는 규제 검증 과제와 사이버보안, 물리적방호 분야에서 안전-안보 연계 규제 요건을 개발하는 네 개의 단위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력 시설의 필수디지털 자산, 안전-안보 교차 영향 평가한다

필수디지털자산의 보안 취약점 분석과 분류 체계 마련은 보안 이슈가 많은 오늘날 반드시 필요하다. ©shutterstock

첫 번째 과제는 필수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 요건의 상호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원자력 시설에서는 안전, 보안, 방재 기능과 관련된 컴퓨터나 정보시스템을 필수디지털자산으로 식별하여 사이버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필수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 요건이 안보와 안전에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해 사이버보안 규제를 고도화하는 연구이다. 원자력 시설은 사이버보안 취약점을 평가하고 개선해 시설의 보안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안전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연구과제에서는 필수디지털자산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안전-안보 교차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시범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과정에서 먼저 필수디지털자산에 대해 사이버보안 측면에서 취약점 분석 체계를 마련한다. 국내외에서 사용하는 필수디지털자산의 알려진 취약점을 수집한 후 정보 특성별·국가별·산업별로 정량화하여 분류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파악된 취약점을 토대로 KINAC의 규제 기술기준을 비롯한 일반적인 보안 요건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제안을 도출하고 안전 요건과 비교 분석해 안전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한다. 안전-안보 요건 간 연관성에 중점을 두어 분석하고 보안조치의 효과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한다. 안전-안보 교차 영향 평가에 관한 사항은 차후 원자력 시설의 심사 및 검사에 활용되도록 심ㆍ검사 지침서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다.

혁신형 원전 디지털 시스템, 보안 최적화한 규제 모델 만든다

두 번째 과제는 혁신형 원전 디지털 시스템에 적용될 보안 규제 모델 개발이다. 중소형 원자로와 같은 차세대 원자로는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고, 안전성 확보도 용이하여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형 원전은 원격으로 제어 및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되는 등 기존의 원전 설계와 다른 점이 많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기존의 규제요건과 기준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에 맞는 규제 모델을 고안해야 한다. 혁신형 원전에는 수많은 디지털 특성이 적용되므로 안전 영향성과 더불어 보안평가가 동시에 고려된 규제기준이 필요하다.

2022년부터 시행될 이 연구과제는 국내외 혁신형 원전 디지털 시스템의 규제 현황을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어 혁신형 원전의 설계특성에 따른 시스템 보안성을 평가하고 최적화된 보안 규제 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시스템에서 통용될 필수디지털자산의 식별과 등급 분류에 관한 요건, 디지털자산에 보안 조치를 적용하는 요건도 함께 개발하며, 안전 요건과의 비교 및 영향 평가를 통해 이러한 보안 요건을 검증한다. 최종 결과물은 혁신형 원전 디지털 시스템에 적용할 사이버보안 규제 방법론의 형태로 제시될 것이다.

원전 사보타주에 대응하는 방호 규제를 보강한다

물리적방호 태세를 점검하고 있는 KINAC. ©KINAC

다음 과제는 원전 사보타주의 대상인 공격 목표 집합을 식별하고 이를 방호하기 위한 규제방안을 개발하는 것이다. 물리적방호에서는 사보타주로 인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방사선영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원자력시설 및 핵물질을 방호하기 위해 핵심구역을 설정한다. 핵심구역은 공격을 받는 여러 구역(공격목표집합)을 평가해 필수적인 구역을 선정하는데, 최근 국내에서는 확률론적 안전성 분석 자료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원전의 핵심구역을 설정해 왔다. 그러나 핵심구역을 포함한 공격목표집합의 식별 및 방호에 대한 법적 규제 근거가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방안 및 기준을 개발하는 것이 본 과제의 목표다.

연구 1단계(2021~2023년)에서는 공격목표집합과 물리적방호 핵심구역 설정에 대한 현행 국내외 규제 기준을 조사한다. 그리고 핵심 구역을 어떻게 설정하고 규제할 것인지, 방호시설물 설계나 설치 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핵심요소를 도출한다. 연구 2단계(2024~2026년)에서는 공격목표집합 및 핵심구역 식별에 대한 규제기준 초안을 도출한다. 그리고 방호시설물 설치, 설계에 대한 규제기준 초안도 마련한다. 이를테면 방호문, 미사일 차단문 등 방호 시설물을 설치 및 설계하는 기준도 고안되는데, 이들 방호규제 기술이 원자력시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지 유효성을 검증한다. 또한 공격목표집합 식별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방호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한다.

사용후핵연료 방호, 방사선 영향까지 고려한다

사용후핵연료 운반은 사보타주에 노출될 수 있어 엄격한 방호 조치가 필요하다. 사진은 일본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다. ©RFS

국내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각 발전소 내에서 관리되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중간저장시설에 별도로 관리하며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는 최종처분장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도 저장·처분시설이 마련될 것에 대비하여 사용후핵연료 운반 및 저장에 대한 사보타주를 고려한 규제 기술을 개발한다. 이 연구는 방사선 영향을 고려하여 사용후핵연료의 운반·저장 시 방호조치를 취하도록 규제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물리적방호 기준에는 핵물질에 대해 방사선 영향을 고려해 사보타주에 대한 방호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나, 운반 및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에 관한 국내 요건은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기존 또는 신규 시설로의 육상 및 해상 운반이 예상되므로 사보타주 위협에 있어 보다 합리적인 방호 규제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운반에 있어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방사선 영향 평가 기술과 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둔다. 미국ㆍ영국ㆍ일본 등 사용후핵연료 운반이 잦은 주요 국가의 규제 기준을 조사하고 국내 사정에 맞춘 방호평가 기술을 개발한다. 이와 동시에 사용후핵연료 운반 용기에 관한 방호기술을 기존 안전 기술에 기반하여 개발하고 실증 실험을 거쳐 기술의 적합성을 파악할 예정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방호 기술에도 방사선 영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안전 측면에서 개발되었거나 사용중인 기술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한다. 방사선 영향을 고려한 방호 규제 기술은 최종적으로 방사능방재법령 개정, 규제 기준 개선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제까지 원자력 시설 제어시스템·필수 안전 설비·사용후핵연료 등은 안전 규제와 안보 규제의 기준과 요건을 서로 독립적으로 마련하고 적용해왔으나, 머지않은 미래에는 안전과 안보가 연계된 기술이 방호 규제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할 것이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 방호규제의 효과성을 높이고, 원자력 시설의 보안성과 안전성을 함께 높이는 중장기적인 노력이 지속될 것이다. 나아가 국내 원자력 시설 및 핵물질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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