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구독 경제의 시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있다. 그런데 소비자는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가장 좋은지 알기 어렵고 또 안다고 해도 이를 이용하려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렇다면 품질 걱정 없이 나와 상품을 연결해주고 내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난 당신, 곧장 현관문을 연다. 그곳에는 매일 한 벌씩 배송되는 셔츠와 매일 1회씩 배송되는 샐러드가 있고, 저녁 퇴근 후에는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가 배송돼 있어 서울 유명 식당의 음식을 내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다면?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바탕으로 구독 경제가 탄생했다.

바야흐로 구독 경제의 시대다. 구독 경제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상품에 대한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구독 경제는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넷플릭스, 왓챠처럼 구독료를 내고 영화, 드라마, 예능을 마음껏 볼 수 있는 OTT 서비스다. 넷플릭스의 엄청난 성공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 구독 경제가 퍼지고 있다. 어떤 서비스들이 있을까?

나만을 위한 식음료 큐레이션

식음료 구독 서비스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는 전통적인 배달과 다른 차별점을 도입했다. 바로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 서비스란 개인의 취향과 성향을 분석해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사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 제철 음식이 무엇인지, 이 음식이 왜 다른 것보다 더 좋은지 알기 어렵다. 그렇기에 큐레이션 서비스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데는 부담을 덜어주고 품질도 보장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나만을 위한 음식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는 IT 기기에 익숙한 1인 가구를 타깃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shutterstock

요즘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건강한 집밥을 만들어 먹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식사 구독 서비스가 인기다. 특히 개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추어 케어 식단을 제공하는 식사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그리팅'이라는 식사 구독 서비스는 우리집 밥상 주치의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칼로리식단, 저당식단, 저염식단, 라이트식단, 웰니스식단 같은 건강 메뉴를 구성해 구독자에게 추천해준다. 재료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메뉴가 변경돼 최대 2주까지 한 번에 신청할 수 있으며 일자별 메뉴도 고를 수 있고 배송희망일도 직접 고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과자, 차, 술,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술담화'라는 전통술 구독 서비스는 전국 각지의 양조장에서 직접 술을 조달해 추천 전통주 2~4가지와 스낵 안주 그리고 술에 대한 정보가 큐레이션 카드를 보내준다. 롯데 제과는 '월간 과자'라는 과자 구독 서비스를 런칭해 롯데 제과의 인기 제품과 신제품을 함께 보내준다. 이런 식음료 구독 서비스는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나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을 제공하며 저렴한 가격에 다채로운 음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구독으로 만드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

우리 삶의 방식과 가족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이런 변화를 반영한 라이프 스타일 구독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다. 제품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공간을 꾸미는 있는 꽃이나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꽃 구독 서비스는 나만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려는 현대인의 성향을 만족시켜준다. ©shutterstock

플라워테크 스타트업 '꾸까'는 2주마다 원하는 꽃다발을 보내주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처음에는 경조사나 화환 수요가 90% 이상인 국내 화훼 시장에서 꽃을 구독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일상공간과 직장공간을 꽃으로 장식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이런 우려는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꽃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꽃 구독 스타트업도 많아져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늘어났다. 각 구독 서비스는 농가와의 협력으로 유통구조를 최소화해 최저가로 꽃을 배송하거나, 전문 플로리스트가 디자인한 꽃을 보내주거나 하는 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한 번 사면 평생 쓴다는 가구의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가구 회사 역시 소유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구독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미공'이라는 가구 구독 서비스는 원하는 가구와 소품을 골라 월 단위로 정기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대기업 가구가 아니라 개성적인 디자인과 감성이 담겨진 소규모 디자인 가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가구는 개당 제품 가격이 높기에 연 단위로 구독한다. 소파를 구독했다면 월 단위로 정해진 금액을 내고 2년간 이용하다가 반납 후 또 다른 소파를 구독하는 식이다. 기존의 '렌탈' 서비스에서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까지 반영하는 '구독' 서비스로 발전한 것이다. 가구 구독 서비스는 주거 공간이 영속적이지 않은 젊은 1인 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 경제는 구독이 불가능해보였던 가구를 비롯해 생활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shutterstock

우리보다 1인 가구가 더 많은 일본에는 정말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나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아예 거처를 옮길 수 있는 주거 구독 서비스 '어드레스(ADDress)', 월 980엔을 지불하면 등록된 레스토랑과 펍에서 매일 술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구비또(Gubit)', 월 6,800엔에 개인 맞춤형 피부 영양제를 제공받는 '후지미(Fujimi)' 등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서비스로 바꾸고 있다.

미래에는 더 기발한 구독 서비스가 새롭게 런칭되고 다양한 구독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운로드
Share on Facebook Share on Naver Share on kakaostory Share on Twitter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