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스토리

"전문성 확대와 신기술 도입으로
인류를 위한 원자력 규제기관 될 것"
황용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신임 원장 인터뷰

국내 유일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의 제6대 원장으로 황용수 박사가 취임했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분쟁, 기후변화,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5년 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이자 불확실성의 시대에 KINAC은 어떤 커리어를 그리고 있을까? 황용수 신임 원장으로부터 현재 KINAC이 직면한 환경과 현안 및 미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신임 원장으로 부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원장님께서는 연구자로서 일생을 핵물질의 관리 및 핵확산 문제를 연구하는 데 주력하셨습니다. 핵확산 문제는 사회적, 외교적, 정치적인 이슈이기도 해서 대외 활동을 많이 하셨을 듯한데요, 부임 이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문 활동과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관련된 일에 참여했습니다. 2004년 이란 핵문제가 대두됐을 때 IAEA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도출하고자 국제 전문가를 소집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전문가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이란의 농축·재처리 문제의 해법에 대한 국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했습니다. 다자간 협력을 통해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되, 핵물질 농축과 재처리를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지요. 2016년에는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의 개정에 참여했으며 이후에도 경주에 설치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서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부터 북핵 문제까지 당면한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정세와 사회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KINAC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KINAC 황용수 원장은 핵비확산 전문가로서 국제 이슈 해결에 참여해 왔다.

KINAC이 변화하는 환경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사람이 중요합니다. 연구개발을 통해 각 분야의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하지요. 또한 실무자들이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관련 이슈가 제기되었을 때, 기술적 솔루션을 제시하고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가가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기술 기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연구해 오면서 느낀 점은 과학자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내가 철저하게 연구해서 정확한 결론을 도출한다고 하더라도, 그 연구가 사회적으로 의미를 지니려면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공신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신력은 내가 직접 행동으로 입증해야 하지요.

더군다나 안전 및 안보 문제는 과학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안전하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바는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안보는 사회 구성원을 위험요소에서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그런데 위험인식은 주관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저는 비행 중 갑자기 에어포켓을 만나서 뚝 떨어진 경험이 있는데, 그 이후로 비행기를 탈 때는 무척이나 긴장합니다. 여객기 사고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계속 남은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안전하니 믿어달라'고 아무리 주장해봐야 개인이 느끼는 위험한 정도는 모두 다르다 보니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불안함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안전을 주장하기보다 일반 시민들이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진심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요.

소통은 국제 관계에도 적용됩니다.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평화적인 원자력 사용을 추구하는 모범국가로 바라봅니다. 한편으로 원자력 선진국으로서 핵비확산 체계의 유지와 기술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기도 하지요. 우리가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고 국제사회의 모범적인 일원으로 있으려면 우리가 평화적인 원자력 사용에 전력을 다한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즉 핵물질과 관련 물자, 기술을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우리의 핵비확산 노력을 국제사회에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요청에 부응하려면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KINAC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KINAC은 국내 유일의 핵비확산·핵안보 전문기관으로서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안전조치, 수출입통제, 물리적방호, 사이버보안의 네 가지 이행업무입니다. 안전조치는 핵물질이나 관련 활동이 핵무기에 사용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조치, 수출입통제는 핵물질이나 물품, 기술이 국가 간 이동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에 대한 관리, 물리적방호는 원자력 시설이 테러 등에 저항성을 지니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 사이버보안은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원자력 시설의 핵심 디지털 자산(CDA, Critical Digital Assets)을 지키는 것을 말합니다. 네 가지 모두 기술적 사항과 함께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이행해야 하는 분야지요. 따라서 저와 같은 핵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부터 전산학, 화학, 정치학, 사회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해야 합니다. 이처럼 한정된 인원으로 다양한 영역을 고려해야 하기에 복합적인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불어 교육훈련과 국제협력도 KINAC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KINAC은 교육훈련센터(INSA)를 설립한 이래 국내외 현장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핵비확산, 핵안보 관련 교육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교육훈련센터는 기술을 현장에 전달하는 장이자 국제교육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의지를 알리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지요. 또한 교육 및 협력프로그램을 통해 원자력 도입국들이 우리에게 자문을 구할 때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KINAC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황용수 원장은 KINAC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핵비확산에 적용함으로써 인류를 위한 원자력이라는 이상을 구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핵비확산·핵안보 업무 환경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수출입통제 체계가 상당부분 간소화, 자동화되어 원자력 통제 이행에 대한 장애물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허가받지 않은 수출입을 빠르게 스크리닝하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향후 기술이 더 발전하면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은 더 자유로워지면서도 핵물질 및 물품의 위험한 유통은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인류를 위한 원자력'이라는 이상을 구현하는 데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머신러닝 등 신기술에 대한 이해는 특정 분야에서만 갖춰야 할 소양이 아니라 범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인재 채용 시에도 이러한 기술에 대한 이해 및 역량을 중시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기술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핵안보·핵비확산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 군이나 경찰에서도 활용되어 사회 전반의 안전을 지키는 기술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이런 바람이 근시일 내에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현실에 가져오며 발전해왔기에 언젠가는 그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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