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국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의장국 선출
그 의미와 기대

지난 9월 27일 비엔나에서 개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한국이 만장일치로 차기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었다. 의장국 선출은 한국이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의 창설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래 최초의 쾌거이다. 의장국 임기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년이며,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겸 주빈 국제기구대표부 대사가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IAEA 이사회 의장국 선출의 의미

한국이 IAEA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IAEA 이사회 의장국 임기는 1년이며,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대사가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IAEA

한국이 IAEA 의장국으로 선출된 것은 국제 원자력 및 비확산 분야에서 그간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역량과 기여에 대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한반도는 핵문제에 있어 위험지역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의 안보에 실존적 위협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원자력의 모범적 운용국가이지만 안보적 고려로 인해 항상 핵무기 개발의 유혹 아래 살아가는 국가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북핵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비핵평화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의 IAEA 의장국 선출은 근래 국제질서에서 제 기능을 해오지 못한 국제제도와 레짐의 약화 추세에 비추어 볼 때도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최근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폐지, 미국의 대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 탈퇴, 북한과 이란으로 인한 NPT 체제의 약화, 자국이익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로 인한 자유무역협정(FTA) 레짐의 약화, 길거리 민주주의, 포퓰리즘으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 등이 주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제 레짐의 약화에는 강대국들의 자국 이기주의로 인한 다자주의와 국제제도에 대한 경시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IAEA, 핵비확산 및 핵안보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의 본부. IAEA는 핵무기 확산 방지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1957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Rodolfo Quevenco/IAEA

원자력은 전력을 생산하는 저탄소 에너지원인 동시에 핵무기라는 대량파괴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면성을 갖는다. 2차 세계대전 말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실제 사용되면서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이 입증되었다. 그 이후 인류는 어떻게 하면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은 장려하고 핵무기의 파괴적 힘은 제한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제 핵비확산을 위해 탄생한 두 개의 축이 바로 IAEA와 핵비확산조약(NPT)이다.

IAEA는 1957년 국제연합(UN) 주도로 설립되었으며,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된 과학적·기술적 정보 공유를 지원하고, 원자력이 군사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IAEA의 설립과 더불어 핵무기의 확산과 파괴적 여파를 제한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또다른 국가로 핵무기가 확산되는 수평적 확산과 기존 핵무기 보유국이 핵무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수직적 확산 모두를 대상으로 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보편적 비확산과 완전한 핵군축 달성을 목표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핵무기의 완전 철폐보다는 자제를 강조하는 데 집중되었다. 그 결과 기존 보유국 외 더 이상 핵보유국을 늘리지 않도록 제재하는 체제가 NPT이다. NPT 조약은 1960년대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논의를 거쳐 1968년 회원국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해 1970년에 발효되었다.

IAEA가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북한의 핵개발 검증 문제를 통해서였다.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할 경우 이를 검증할 일차적인 국제기구가 바로 IAEA이다. IAEA는 북한의 핵 검증 문제뿐만 아니라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 검증 문제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계기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는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또한 방사선을 이용한 보건 의료 기술 발전 및 농업, 식량 기술 발전 등 원자력 기술을 활용한 인류 편익 증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AEA 이사회는 핵개발 검증 및 사찰 문제, 원자력 안전, 핵안보, 기술응용 등 실질 사안을 논의하고 총회에 필요한 권고를 하는 IAEA의 핵심 의사 결정 기구이다.

IAEA 의장국으로서의 한국의 기대 역할

한국은 IAEA와 원자력 관련한 곡절을 겪은 바 있다. 국내 과학자들이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채 핵물질 분리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2004년 8월 IAEA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 따른 신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 한국은 IAEA 이사회 내 논의 대상이 되었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도 회부될 뻔했다. 정부의 적극적 해명과 대응으로 종결되었지만, 이후 한국 정부는 2004년 9월 18일 통일·외교통상ㆍ과학기술 등 3부 장관 합동기자회견에서 핵비확산 정책과 의지를 담은 원칙으로서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을 발표했다.

그러한 과거의 기억을 딛고 지금 한국은 핵확산 방지라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목표를 견지하면서도, 세계 6대 원전 강국으로 성장하였으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취를 이룬 모범 사례이다. IAEA 가입 이후 한국은 기술 협력의 혜택을 받아왔지만, 2010년 이후로는 순수 공여국으로 전환, 개발도상국과의 기술협력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한국은 IAEA의 분담금 기여에서 세계 11위 수준이며, 최근에는 IAEA 핵안보훈련센터 건립 및 코로나19 등 동물원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원자력 기술 응용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재정적 기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이번 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공여국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보여야 한다. 국내적으로 안전조치 검증 역량 강화를 위해 정책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측면에서도 IAEA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핵안보 분야에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적극적으로 최적관행을 도출하는 등 선진적 핵안보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IAEA 이사회 의장국 수임 기간 동안 IAEA의 핵심 의제인 핵 비확산 및 핵 검증 문제에 있어 국제적 리더십을 강화할 좋은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 한국의 비확산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에 비확산 전문가 정책커뮤니티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량은 향후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치적 여건 조성 시 우리나라가 핵개발 프로그램 검증 등 기술적 분야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를 우리 정부의 원자력 분야 외교력 제고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IAEA의 논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원자력 관련 유관 부처 소관 업무와 연관되어있는 만큼,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가 관계부처 간 더욱더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다양한 IAEA 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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