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테러에 맞서 원자력 시설을 보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
기동타격대 운영 이해 과정 신설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다. 9·11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큰 영향을 미쳤는데, 원자력시설 방호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9·11테러의 잠재적 공격 대상에 원자력발전소도 포함됐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이후로 테러 조직이 악의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테러 집단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시스템을 손상시키거나 시설을 공격해 방사성 물질이 노출되면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핵물질을 탈취해 다른 테러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이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최소 3년에 한 번 모든 원자력발전소 현장에서 대테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3주에 걸쳐 진행되는 이 훈련에는 테러 조직과 이를 막는 대응팀 간의 모의 전투가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물리적방호 체계를 갖추고 매년 정기적인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에 대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물리적방호 교육을 실시하여 관련자들의 인식과 역량 제고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직무특성에 따라 교육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비상 상황시 가장 먼저 대응하는 기동타격대에 특화된 교육을 신설했다. 지난 10월 18일에 처음으로 개최된 기동타격대 과정의 현장을 찾아가 보자.

테러 발생 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기동타격대

이번 교육은 원자력시설의 기동타격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총 4교시 중 1~2교시는 이론 및 시범 강의로 이뤄졌다. 교육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진행됐다.

"모든 테러는 초동 대처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동타격대는 테러가 발생했을 때 작전 지역에 신속히 이동해 가장 먼저 대처하는 팀입니다." 김세종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 경사가 기동타격대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원자력시설에 대한 테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원자력시설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해당 기관의 기동타격대가 임무를 수행한다. 초동 조치와 더불어 긴급 대피, 구급활동과 관계기관에 지원 요청 등이 기동타격대의 임무다. 김 경사는 "청원경찰법에 따르면, 실제 상황 발생시 기동타격대는 원자력시설의 경비를 위해서는 필요한 범위에서 경찰관과 같은 직무를 수행한다"며 범죄의 예방과 제지, 무기 사용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사가 권총을 들고 사격 자세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 강사는 기동타격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심리적 긴장감도 자세히 설명했다. 작전 상황에서는 여러 심리적 반응이 나타나는데, 심장박동수에 따라 컨디션 화이트, 옐로, 레드, 그레이, 블랙으로 구분한다. 화이트가 보통 사람의 평상시 심박수인 분당 60~80회에 해당하고, 순서대로 높아지며 심박수가 분당 175회 이상이 되는 컨디션 블랙에서는 운동 제어 능력을 잃게 된다. 김 강사는 "기동타격대의 경우 컨디션 레드와 그레이를 잘 기억해야 한다"며 "적절한 긴장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컨디션 레드일 때는 우리 몸의 심박수가 분당 115~145회로 이때 전투 능률이 최적화된다. 운동 기능, 시각 반응 시간, 인지반응이 향상되는 것이다. 컨디션 그레이는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한계상황이며, 이때 차질없는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평소 연습과 숙달이 중요하다.

이론 강의 이후에는 대테러 전술에 대한 공유가 있었다. 김 강사는 과거 전술을 기밀로 유지해 왔으나 최근 테러 위협이 높아지면서 전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기관간 전술을 공유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에 대테러 전술의 요소와 사례를 설명하고, 소총과 권총 모형을 사용해 테러 사격에 대한 시범도 보였다. 또 테러는 주로 야간에 급습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라이트 이용과 저광도 전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격실과 출입문 진입 절차 실습을 통한 전술 이해

3~4교시는 이론을 바탕으로 실습 교육이 진행됐다. KINAC 야외 핵안보교육시험시설에는 실제 원자력발전소 격실을 모방한 실습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실습 교육은 이론 강의를 맡았던 김 경사와 고성훈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경장이 두 조로 나눠 진행했다.

교육생들은 소총 모형을 들고 테러 집단이 원자력발전소에 침입했을 경우를 가정해 2인 1조로 격실과 출입문 진입 절차를 실습했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치 선정, 위험 구역 확인 등의 절차를 익히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스텝이 꼬이거나 호흡과 타이밍을 맞추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적극적으로 실습에 참여하고,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상황에 대한 열띤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고 경장은 "진입 절차를 반복적으로 훈련해 실제 상황에서 몸이 기억하도록 하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사가 격실 진입 행동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왼쪽). 교육생들이 2인 1조로 나뉘어 실습하고 있다(오른쪽).

IT 접목해 실습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바꿔나갈 것

기동타격대 교육을 준비한 KINAC 김동현 선임기술원은 "기동타격대의 중요성을 감안해 맞춤형 과정을 개설하게 되었다"며 "주어진 시간 안에 어떤 내용을 선별적으로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테러 임무를 가진 해양경찰청과 수개월의 논의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동현 선임기술원은 "교육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만족도를 99점이라 응답했고, 심화 교육을 요청하기도 하는 등 교육 성과가 매우 높게 나타나 교육담당자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교육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이후에는 기동타격대 교육을 기본과 심화과정 등으로 세분화해 구성할 계획이다.

KINAC 교육훈련센터 신동훈 센터장도 "기존의 이론 중심 교육은 한계가 많았다"며 "기존 이론 중심 과정에서 벗어나 실습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기동타격대 교육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센터장은 "최근 교육의 트렌드가 VR(가상현실) 등의 IT 기술을 접목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KINAC에서도 VR을 적용해 규제 분야별로 실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라고 앞으로의 교육 계획을 밝혔다. KINAC은 앞으로도 테러로부터 원자력시설을 지키기 위한 전문 인력 양성 교육에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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