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수출입통제 이행의 실무 정보를 공유하다
원자력 수출입통제 특별 세미나

2021년 10월, 미국 법무부는 해군의 핵 추진 프로그램에서 일하던 핵 기술자 부부가 핵잠수함 기술을 외국에 몰래 판매하려다 위장 근무 중인 FBI 수사관에게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넘기려던 SD카드에는 스텔스 기능, 무기체계 등 최신형 핵잠수함의 설계와 운용에 관련된 중요한 자료들이 담겨 있었다. 관련 기술의 밀거래는 영화에서나 벌어지는 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국제사회는 대량파괴무기(WMD) 관련 물품이나 기술이 불법적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국제수출통제체제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핵무기 확산 금지를 위한 핵비확산조약(NPT) 체결, 국제수출통제체제로서의 원자력공급국그룹(NSG) 구축, UN안보리결의(UNSCR1540) 등을 통해 핵무기 개발 등으로 전용될 수 있는 원자력전용품목의 국가 간 이전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원자력전용품목과 관련한 수출입통제지침을 원자력안전법과 대외무역법에 반영하여 원자력 수출입통제를 이행해오고 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원자력 수출입통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지원하여 원자력전용품목의 전문판정, 수출허가, 핵물질수출입요건확인, 협정이행 등의 심사 및 기술검토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수출입통제는 매우 중요한 사항임에도, 아직도 많은 원자력 유관 업체가 수출입통제 관련 제도나 수출입허가 절차에 대해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제도를 대상 업체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INAC은 11월 17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원자력 수출입통제 특별 세미나를 열어 이와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세미나 현장으로 찾아가 보자.

수출입통제제도와 적용 대상안내

KINAC 양승효 수출입통제실장이 국내외 수출입통제 제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세미나 1부에서는 수출입통제제도와 절차가 설명되었다. 먼저 KINAC 양승효 수출입통제실장이 '국내외 원자력전용품목 수출입통제 제도와 절차'를 주제로 발표했다. 양승효 실장은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개발하고, 북한에까지 핵 기술을 전수한 압둘 카디르 칸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한 것이 수출입통제 제도"라고 설명했다. 단, "수출입통제는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거래가 적법한지 확인하는 과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양 실장은 원자력 수출입통제 대상이 되는 원자력전용품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원자력전용품목은 5개의 범주로 분류되며, 원자로 용기, 제어봉 등을 비롯한 기기, 부품부터 시험•검사 장비,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의 핵물질, 시설 운영 소프트웨어, 그리고 기술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수출자들은 수출하고자 하는 품목이 원자력전용품목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판정은 KINAC의 원자력수출입통제시스템(NEPS)을 이용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 전문판정에서 원자력전용품목에 '해당'되는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 원자력 수출입통제 제도와 업무 체계를 나타낸 그림.


한국원자력연구원 이광석 책임연구원은 '양국 간 원자력협력협정 및 부속 행정약정'을 주제로 국제 체제를 발표했다. 현재 국제 핵비확산 체제는 다자간, 양자 간 체제와 각국의 독자 정책으로 이뤄지고 있다. 양자 간 체제는 원자력 교역에서 두 정부 간의 의무와 권리를 규정하는데, 원자력협력협정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이광석 책임연구원이 원자력협력협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원자력협력협정은 상호 합의를 통해 원자력 교역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각 협력 주체 간의 원자력 협력을 가능하게 해주며, 수출입통제 행정을 간소화해준다. 또 이를 통해 양국 간의 관계 진전 및 핵 비확산에 대한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원자력 관련 국제 교역이 있을 때 원자력협력협정을 먼저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책임연구원은 "양국간 원자력 협력협정이 국제 핵비확산체제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다자간 체제보다 실효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협정 위반 시 법적 책임이 따를 뿐 아니라, 국가의 핵비확산 신뢰성도 함께 추락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부의 마지막 순서로는 전략물자관리원 오영해 심사판정실장이 '이중용도품목 수출통제 제도 및 이행 절차'에 대해 발표했다. 전략물자에는 재래식 무기, 대량파괴무기(WMD)와 운반수단의 제조, 개발, 사용 등에 이용되는 물품과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포함된다. 그래서 전략물자의 범위는 소재, 기계, 전자, 컴퓨터, 정보통신, 해양, 항공 등 전 산업 분야를 아우른다. 그런데 이 중에는 산업용으로도 쓸 수 있으면서 무기 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품목'이 있다며 특히 원자력이중용도품목의 사례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오 실장은 이중용도품목의 판정과 허가 절차를 설명했다.

UAE 원전 수출 기관들의 수출입통제 경험 공유

한국 원전 기술로 세워진 UAE의 바라카 원전 1~4호기의 모습. ⓒ한국전력공사

이번 세미나의 특징은 실제 이행사례의 공유였다. 2부에서는 원자력 수출통제 제도를 이행한 기관들의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수주에 따라 수출이 폭증했다. UAE 원전 건설은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 사업이었기 때문에 수출입통제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이슈가 있었다. 사업과 관련된 기관이 다수이고 대규모의 물품과 기술들이 이전되면서 발생하는 전략물자 판정, 수출허가 등의 이슈를 해소하는데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많았던 것이다. 이번 사례발표를 통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 기관들이 수출통제를 경험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서로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먼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UAE 원전건설처 김청용 차장이 '2010~2021년 연간 전략물자 판정·수출 허가 취득 현황'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 차장은 한전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총 2만 8천 건 이상의 전략물자 전문판정을 신청했고, 이중 4,588건이 해당 품목으로 판정됐다"고 말했다. 또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전략물자 중 품목의 비중이 높았다면, 2016년 이후부터는 품목보다는 기술이전이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 김청용 차장이 UAE 원전 사업의 전략물자 수출허가 신청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김 차장은 특히 "UAE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WA, NSG, AG, MTCR)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인데다 사업 초기에는 수출통제에 대한 자국법도 없어 수출 과정에서 UAE의 질문, 판정 수정 요구에 대응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은 UAE 자체적인 법체계와 판정기관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고 전했다.

한전은 수출통제의 세부사항을 상세히 적은 전략물자 관리절차서를 수립했고, 다량의 물품ㆍ기술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전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협력사(기술생성자)를 활용해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은 기존의 전문판정과 수출허가 절차로는 30일 이상이 소요됐는데, '원자력플랜트기술수출허가' 제도 적용 후에는 절반가량으로 단축되었다고 말했다. 원자력플랜트기술수출허가는 원자력발전소 등 대규모 수출 사업 관련 원자력 전략기술의 수출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업 기간 동안 일괄적으로 허가하는 제도다.

두 번째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UAE 사업실 박종수 차장이 '인력파견 및 서비스에 관한 수출입통제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한전이 UAE 원전의 건설을 맡았다면, 한수원은 시운전, 교육 훈련, 운영·관리 시스템 구축 등 실제 원전 운영을 맡았다.

2021년 3월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준공 이후 원전 운영 단계의 정보 교류가 증가하고, 파견인력도 늘어나면서 수출통제 관리가 필요하게 됐다. 한수원이 UAE원자력공사와 체결한 운영지원계약(OSSA)도 원자력플랜트기술수출허가로 효율화됐고 물품보다 기술, 인력에 관한 통제가 화두가 됐다. 박 차장은 "파견 직원, 유형 기술정보, 무형 기술정보와 관련된 전략물자 수출통제 관리지침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수출통제 절차를 거친 후에도 분기별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인철 실장이 원자력연구원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이행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인철 원자력통제실장이 '원자력연구원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이행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 설계, 핵연료주기 연구 등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기에 실험실 단위로 핵물질, 관련 물품 등의 반출입이 빈번해 수출입통제 업무가 중요하다.

이에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전용품목과 이중용도품목을 모두 관리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수출입통제 전산시스템을 마련해 활용하고 있다. 김 실장은 "계약서, 신청서 등 각종 서류에 수출통제 항목을 추가하는 등 전략기술의 관리에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이중용도품목에 대한 자율준수체제와 관련하여 전략물자관리원으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많은 관계자들이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 기관들이 수출통제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서로 나누었다. 원자력 수출입통제는 원전 공급국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다. KINAC은 앞으로도 수출입통제 대상자들에게 제도와 절차를 알리고 효과적인 수출입통제제도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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