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소유의 개념을 바꾸는 NFT, 그게 뭐야?

지난 8월, 9,000만 원짜리 대형 진달래 그림이 불탔다. 언뜻 예술품이 화재로 훼손된 사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의도적인 행동이었고, 불을 붙인 사람이 작가 본인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화단의 중진 작가로 주로 '진달래'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온 김정수 작가가 그림을 태워버린 것은 디지털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김정수 작가는 진달래 그림을 그린 뒤 바로 태워버리고 NFT 파일만을 남겼다. 예술과 소유의 개념을 다르게 보게 만든 상징적인 퍼포먼스였다. ⓒ김정수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100호짜리(162×130cm) 대형 작품은 총 300개의 고화질 이미지 파일 한정판 NFT로 발행됐고, 판매가 시작된 지 2시간 만에 초반 품번 20여 점이 판매돼 전 세계 NFT 수집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작가는 "시각예술을 NFT화하는 작업은 이 시대를 주도할, 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란 판단에 망설임 없이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각예술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음악, 웹툰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도 NFT화 되고 있다. 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손잡고 BTS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한정판 NFT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인 소유의 개념을 바꾸고 있는 NFT, 도대체 정체가 뭘까?

소유권과 희소성을 더한 디지털 파일

NFT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가상 자산이다. 다만 가상 화폐와는 다르게 내 소유권을 보장하는 권리 증명서로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여기서 블록체인은 특정 NFT의 소유권자가 나 자신임을 입증하는 온라인 등기소 역할을 한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에 소유권자가 기록되듯이, NFT라는 디지털 파일을 낙찰받으면 블록체인에 내 정보가 등록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NFT가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디지털 파일은 그 특성상 복제가 무한히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NFT는 블록체인에 소유권자를 기록해 원본과 복제본을 구분할 수 있으며 자연히 원본 파일의 희소성 덕분에 미술품처럼 거래가 이뤄진다. 김정수 작가의 그림처럼 여러 개로 발행된 NFT라 하더라도 작품 하나하나마다 고유의 블록체인 주소가 삽입돼 있다.

잭 도시 트위터 CEO의 첫 트윗도 NFT로 제작돼 한화로 약 32억 원에 팔렸다. ⓒ트위터

NFT는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콘텐츠면 어느 것이나 발행할 수 있다. 동영상, 음원, 사진 등의 디지털 원본에 블록체인 주소 삽입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NFT로 발행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대에 쓴 입사 지원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첫 트윗도 NFT로 발행되어 거래됐다. 심지어 DNA 염기서열 분석 방법을 개발한 조지 처치라는 과학자는 자신의 게놈을 NFT로 만들어 내놨고, 아르헨티나의 디자이너 안드레 리지너는 메타버스에 배치할 수 있는 가상 가구 열 조각을 NFT로 팔았는데, 이 중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된 가구는 우리 돈 약 8천만 원에 거래됐다.

팬심과 정체성을 표현하면서도 재테크까지, 일석이조

무한도전의 무야호 동영상 클립이 NFT로 제작돼 비싼 값에 팔린 것은 NFT가 팬심을 겨냥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MBC 유튜브 캡처

사람들은 왜 NFT에 열광하고 적극적으로 구매할까?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팬심이다. 아이돌 굿즈를 생각해보라. 아이돌 팬들은 수량이 한정된 포토카드를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서고 거금도 아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NFT도 창작자나 창작물에 대한 사랑과 지지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일례로 MBC는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을 NFT로 제작해 경매에 부쳤는데, 한때 인터넷 밈으로 유행했던 일반인 출연자 최규재 씨가 '무야호~'라고 외치는 동영상 클립은 무려 950만 1,000원에 낙찰됐다. 이 외에도 <무한도전>관련 NFT는 전량 판매되는 성과를 올렸다.

두 번째 이유는 미술품이나 한정판 신발처럼 NFT 역시 재테크 상품으로 기능한다는 점 덕분이다. MBC의 '구 조선총독부 해체' 뉴스 보도 NFT를 100만 원에 산 한 소유자는 가격을 1,000만 원으로 매겨 재판매했다. 또한 '무야호'라고 외치는 동영상을 950만 1,000원에 낙찰받은 낙찰자는 이를 재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클레이스왑이라는 암호화폐를 사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NFT는 디지털 파일이지만 화폐와 같이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현실의 예술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 가치가 올라가고 내려가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NFT는 가상 현실의 시대에 걸맞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소비 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소비는 필요에 따라 이뤄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취향과 사상을 표현하는 양식이기도 하다. 오늘날 현실의 삶과 가상의 삶의 경계가 흐려지는 메타버스의 시대의 NFT는 가상의 세계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리는 좋은 수단이다. 예를 들어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이라는 NFT 프로젝트의 가격은 수십억 원이 넘는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에 오래 전부터 투자해 온 '고인물'들은 이렇게 비싼 가격의 NFT를 구매해 자신의 SNS, 혹은 커뮤니티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프로필만 보고도 "이 사람은 코인 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일종의 증표나 정체성 표현 수단으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명품 가방이나 명품 시계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고, 대학교 이름과 학과명이 적힌 점퍼로 소속감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가치는 다르다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OpenSea). 오픈씨에서는 NFT는 물론, 디지털 수집품, 이더리움 기반 게임 아이템 등 다양한 자산을 경매 등의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다. ⓒ오픈씨 홈페이지 캡처

투자 자산으로서의 NFT는 크게 '경매'와 '고정 가격 판매' 형태로 거래된다. 경매는 익히 알고 있듯이 작품이 나오면 최저가에서 입찰을 시작하고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격을 제시한다. 대체로 단 하나의 NFT를 발행했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한 내 최고가를 부른 사람에게 파일의 소유권이 돌아간다. 고정 가격 판매는 판매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올리는 방식이다. 주로 다수의 NFT 작품을 제작했을 때 사용한다. 거래 대금은 대개 암호화폐 이더리움으로 지불한다. NFT 자체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NFT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해외와 국내 모두 디지털 파일을 NFT로 변환해주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NFT로 만들 디지털 파일과 변환 비용으로 이더리움 또는 클레이튼 같은 가상 화폐를 준비하면 된다. 플랫폼 사이트에서 'NFT 만들기' 버튼을 눌러 NFT로 만들려는 파일을 업로드한 뒤 '제작'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이후 NFT 파일을 거래소에 등록하는 단계를 밟을 수 있다.

누구나 NFT를 만들 수 있지만 누구나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인지도 있는 작품이 거래되는 유명한 NFT 거래소에 작품을 등록하려면 특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인증된 창작자만 작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NFT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다. 따라서 NFT를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NFT의 가치 역시 현실 시장과 마찬가지로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소재를 활용했는지, 어떤 커뮤니티가 지지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NFT는 부동산처럼 단위 가격이 높고 분할 구매가 어렵기 때문에 쉽게 팔리지 않을 수 있으므로 암호화폐가 많지 않으면 구매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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