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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수출입통제는 '제한'이 아닌 '보호' "

원자력 관련 물품과 기술은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어 함부로 수출·수입할 수 없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국제조약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에서 수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도 1970년대 핵비확산조약(NPT) 가입 이래 국내 법체계를 운영하며 원자력 관련 물품·기술의 수출입 관리 의무를 지키고 있다. 특히, 1995년 국제수출통제체제인 원자력공급국그룹(NSG)에 가입하면서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엄격한 수출입통제 체제를 운영하며 원자력 물품과 기술을 전략물자로 관리하고 있다. 원자력 수출입통제는 핵물질은 물론 원자로·펌프 등 발전 관련 장비, 장비개발 도면 등 장비, 소프트웨어 및 기술이 대상이다. KINAC 수출입통제실에서는 이들 물품과 기술이 평화적 목적을 위해 수출될 수 있도록 확인하며 그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KINAC 수출입통제실 양승효 실장을 만나 수출입통제실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에 대해 알아봤다.

원자력 전용품목 전문판정기관…행정부담은 최소화, 관리는 효율적으로

수출입 '통제'가 곧 수출입 '제한'은 아니다. 국가가 원칙에 맞춘 안전한 거래를 위해 관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양승효 수출입통제실장은 "원자력 수출입통제 업무는 국제조약, 양자협정, 국제수출통제지침과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수출입을 관리하는 것이다."라며 "원칙에 기반하되, 과도하지 않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심사 과정에서 국제기준이나 다른 나라 또는 국내 유사기관의 사례 등을 참조한다. 양 실장은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출통제 원칙을 지키면서 기업의 행정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자력 수출입통제와 관련된 모든 절차는 원자력수출입통제시스템(NEPS)에서 이뤄진다. 해당여부의 전문판정 요청에서부터 허가 신청, 처리현황 및 결과 확인, 상담접수까지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출입자들이 행정적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지원기능을 구축해 상세한 민원처리 결과를 알림톡으로 제공한다. 수출입자는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처리 과정 및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NEPS로 민원처리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UAE BNPP(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등 대규모 수출사업이 진행되면서 플랜트수출허가 등 환경변화에 맞는 시스템을 마련해 차질없이 수출입통제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운영지원사업 등 수출이 이어지면서 매뉴얼, 사양서 등 다량의 기술 이전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물품 심사 업무 범위에서 이행 여부 검사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졌다. 기업들의 기술 이전에 대한 사후관리와 같은 현황점검을 위해서다. 양 실장은 "검사 절차와 방법, 후속 조치에 대한 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우선이다."라며 "장기간 이전되는 전략기술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검사를 정기화하고 그에 따른 인력도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출입 기업의 입장에서는 검사를 통해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관리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평이다. 양 실장은 "우선 대규모의 사업에 대해서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기업이 너무 부담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아웃리치 활동으로 기업 이해 제고

수출입통제는 국가 간의 약속이다.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어기는 것은 핵무기 개발로 간주되어 국가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수출금지 등의 국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원자력 관련 물품과 기술의 수출입은 정부 보증으로 이뤄지므로 기업의 잘못도 정부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은 국내법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다.

2014년 대외무역법이 개정되면서 기술적으로 오고 가는 모든 것이 통제대상이 됐다. 특히 기술의 경우 이메일 송수신 자료도 통제대상이 될 수 있다. 당장 확인이 어렵다고 해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사후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위반 건을 조사하다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양 실장은 "제도를 몰라 지키지 못한 부분은 교육명령이 주로 처분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벌금 등 형사 처벌도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KINAC은 사업자들이 이를 예방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에 대한 안내 및 상담 등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양승효 실장이 수출입통제 업무를 보고 있다.

"수출입통제 제도를 몰라 지키지 못했다." 원자력 관련 물품과 기술의 수출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INAC은 규제 안내 및 기술지원을 하는 아웃리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양 실장은 "최근 아웃리치를 수행한 기관이나 신규 기관에서 전문판정, 수출허가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그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사 인력이 아웃리치까지 수행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양 실장은 "주요사업자, 중소기업, 대학 등 모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아웃리치도 어려워졌다. 비대면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제도를 알거나 공감대가 있을 때 효과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양 실장은 "현 상황에서, 처음 제도를 접하는 기업에 적합한 아웃리치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수출입통제는 '전문성과 소통'이 중요하죠."

수출입통제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수출입하는 물품과 기술에 대한 이해, 이와 관련한 협정·조약·지침도 전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양 실장은 "전문성을 가지고 해당 물품과 기술, 수출입 상황을 연결하여 이행해야 할 절차를 빈틈없이 확인하여 처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폭넓은 범위의 기술을 모두 깊이 있게 알면서도 기술과 법 모두에 정통하기는 어렵다. 이에 분야별 외부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많이 개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호사, 관세사, 사업자 등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시간도 중요하다.

양승효 실장과 회의 중인 수출입통제실원들.

수출입통제 과정에서는 많은 대상과 소통한다. 특히 기업들에는 가능한 모두 답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양 실장은 "기업 자료를 검토 후 결과를 상세히 알려주려고 한다."라며 "통제대상이 되면 최소 1~2개월에 걸친 복잡한 행정처리 후 허가가 나기 때문에 미리 알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고지한다."라고 했다. 기술적 진단내용을 전달할 때는 원자력안전위원회나 외교부와 소통해야 한다. 해당 협정 당사자나 수출입 정부, 즉 해외 정부나 기관과의 소통도 필요하다. 양 실장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수출입통제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KINAC은 수출입통제를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양 실장은 "최근에는 블록체인 등 최신 IT 기술이 국제 무역 거래에 활용되려는 움직임이 있다."라며 "이런 최신 분야에 대한 수출입통제 적용 방안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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