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UAE 바라카 원전 수출로 돌아보는
KINAC의 핵비확산 노력과 성과

최근 한국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2009년부터 시작된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은 1·2호기가 각각 지난해 4월 6일과 올해 3월 23일에 상업 운전을 개시했고 3호기는 지난해 8월 완공됐으며 4호기가 건설 마무리 단계에 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이라는 성과도 있지만, 한국의 핵비확산 역사에도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원자력 분야의 후발주자였던 한국이 이제는 다른 국가에게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명실상부한 원자력 선진국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이 과정에서 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NSSC)와 함께 수출통제 관련 노하우 전수를 비롯 원활한 사업 운영 지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에서 수행된 KINAC의 다양한 노력과 성과를 살펴보자.

연례회의와 기술협력회의로 UAE에 핵비확산 규제체제 구축 도와

제9차 원안위/KINAC-FANR 연례회의 모습.

UAE는 원전을 처음 수입했기 때문에 핵비확산 관련 규제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이에 KINAC은 우선 UAE가 핵비확산 규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11년 UAE의 원자력규제청(FANR)과 MOU를 체결해 두 가지의 정례 회의 체제를 만들었다.

먼저 정보의 공유, 규제 이행 경험과 훈련 협력 등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해 NSSC, KINAC과 FANR가 참여하는 연례회의를 개최했다. 초기에는 FANR의 수출통제규정을 검토해 FANR이 수출통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 어느 정도 체제가 잡힌 이후에는 안전조치와 물리적방호 분야로의 협력을 확대했다. 지금도 매년 연례회의를 통해 한국에서 UAE로 이전된 원자력전용품목 현황을 확인·관리하고 있다.

규정이나 체제 구축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실무단계의 협의 체제도 필요했다. 이에 2012년부터 연 1회 기술협력회의도 개최하여 UAE에 원자력 규제 체제 기반 구축을 위한 실질적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핵심 통제 분야에 대한 공동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수출통제 규범을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한 시스템과 정책 개발

원자력 관련 물품과 기술을 포함한 전략물자는 개별적으로 전문판정, 수출허가, 그리고 국제 규범에 따라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수입국의 정부보증이 있어야 수출허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전 건설의 경우, 전략물자와 전략기술이 이전되는 시기를 사전에 예상하기 어렵고 한 건당 수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바라카 원전의 경우 2017년 1호기 완공 시점까지 약 5000여 종의 물자가 이전될 것이라 예상돼, 원활한 원전 건설과 정부의 적기 수출지원을 위해 이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KINAC은 수출통제 규범 준수에 필요한 절차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전산시스템을 개발했다.

핵심은 이전되는 전략물자에 대해 빠짐없이 정부보증을 수령하되, 이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것이었다. KINAC은 계약범위 전체를 포괄해 정부보증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이 방법으로 정부보증 수령 절차를 진행했다. 대신 매년 이전된 수출품목의 목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보증 대상을 명확하게 하는 보완장치를 두었다. 이 제도는 바라카 원전 사업 이후에도 원자력전용품목이 대량으로 이전되는 신규수출사업에 적용돼 효율적인 수출통제 이행에 기여하고 있다.

개별수출허가 절차와 원자력플랜트기술수출허가 발급 후 절차.

또 정부보증의 포괄적용처럼, 기술 수출에 대해서도 플랜트 단위의 대규모 사업은 프로젝트별로 일괄 수출허가를 발급하고 사후에 일정 기간 단위로 품목을 확인하는 '원자력플랜트기술수출허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 덕분에 기술을 수출할 때 개별적인 수출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전략물자 여부만 확인받고 이전이 가능하게 됐다. 2018년에는 기술을 먼저 이전한 후 전략물자 여부를 확인받는 '긴급이전제도'를 개발해 급하게 기술이전이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이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뿐만 아니라 KINAC은 UAE 원전 수출에 따른 다량의 수출통제 업무를 적기에 처리하기 위해 원자력수출입통제시스템(NEPS)도 개선했다. 서버 용량을 증설하고 원전사업 전용 DB를 구축하는 등 수출통제 이행지원을 위해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또 전문판정 신청 건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심사지원시스템도 개발해 심사자와 사업자의 부담을 줄였다. 이 심사지원시스템은 수출통제에 IT 기술을 접목한 최초의 사례로 2017년 스위스 베른에서 개최된 NSG 총회에서 발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핵연료 수출에 따른 해상 운송방호 성공적으로 수행

마지막으로 KINAC은 핵연료 수출과정에서도 '핵물질방호협약'과 IAEA 핵물질 운반 방호지침에 근거해 첫 핵연료 국제운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한국은 핵연료 공급계약에 따라 초기노심 900여 다발, 교체노심 800여 다발을 UAE에 공급해야 했다. 핵연료를 선박으로 운송할 때, 수출국은 핵물질방호협약에 따라 해상운송과정의 물리적 방호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

원안위와 KINAC은 수출국 항만에서 선박에 선적돼, 공해상과 여러 경유국의 영해를 거쳐 최종적으로 UAE의 항만으로 운송되기까지 핵연료의 방호조치에 대해 신중히 검토했다. 운송 경로상의 국가 정세, 해상 위협 세력 등을 살펴보고 대응방법과 조치를 확인했으며, 핵물질방호협약 당사국 또는 그에 동등한 방호 수준이 인정되는 곳으로 경유국의 수를 최소화해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로 경유국을 한정했다. 이런 여러 노력을 통해 국제운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KINAC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핵물질 운송과정을 규제하기 위한 국내 법과 제도의 미흡한 점을 확인해, 2021년 방사능방재법 개정에 반영했다. 이는 규제기관이 유관 정부 부처, 사업자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바라카 원전사업은 1975년 NPT에 가입해 국제 핵비확산 규제를 받아들인 이후 34년간 한국에 축적된 규제역량을 다른 국가에 성공적으로 전수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지난 8월 2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에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300km 떨어진 엘다바에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바라카 원전에 이은 또 하나의 획기적인 성과다. KINAC은 바라카 원전에서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앞으로의 원전 수출 사업에서도 역량을 총동원해 관련 기관과 사업자들을 지원하고 핵비확산 체제를 넓혀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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