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핵비확산과 핵안보 분야에서
AI(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

최근 오픈AI가 공개한 인공지능(AI) 챗봇 'ChatGPT'의 성능이 연일 화제다. ChatGPT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질문에 대한 정보전달은 물론, 소설의 플롯을 구상하거나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코딩까지 도와줘 Chat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은 날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우리 삶에 필수 기술이 되어가고 있으며, 핵안보와 핵비확산 활동에서도 AI가 활용되는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AI를 활용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진행 중이다. AI는 핵안보와 핵비확산 활동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불법 핵물질 모니터링 및 탐지에 AI 활용

우선 연구자들은 불법 핵물질을 모니터링하고 탐지하는 데 AI를 활용하고자 한다. 원자력 발전이나 연구 등의 목적으로 매년 수백만 건의 핵물질이 수입 혹은 수출된다. 수출입통제를 통해 핵물질을 관리하고 있지만, 때때로 규제 범위 밖에 있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핵물질이 발견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불법으로 탈취된 핵물질일 가능성이 있기에 핵물질을 누가, 어디서 생산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법 핵물질을 추적하기 위해 AI가 활용될 수 있다. ⓒTimothy Holland/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

지문으로 범죄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것처럼, 핵물질도 추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핵물질에 포함된 특정 오염 물질의 동위원소 농도를 조사하면 핵물질이 생산된 원자로의 유형과, 플루토늄 또는 우라늄이 얼마나 오랫동안 원자로에 있었는지, 또 얼마나 오래전에 생산되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이를 파악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공개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핵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혼합된 플루토늄 핵물질이라면 정보 파악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테러 단체가 의도적으로 위장하기 위해 서로 다른 시간에 두 개의 원자로에서 나온 물질을 혼합하고, 그 물질이 서로 다른 시간 동안 냉각됐을 경우, 이런 핵물질은 기존의 방법으로 식별하기가 까다롭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 수닐 카이라야스 텍사스 A&M대학교 핵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AI의 기계학습을 이용해 혼합된 핵물질의 소재를 쉽게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원자력 과학 및 공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출처를 모르는 핵물질 샘플을 AI를 이용해 테스트했다. 그 결과, 각 플루토늄 샘플이 생산된 원자로를 성공적으로 식별해냈다. 연구팀은 더 큰 핵물질 샘플을 이용해 AI를 테스트할 계획이다.

다른 방법도 있다. 핵물질의 미세 구조를 비교하기 위해 전자현미경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질의 합성은 해당 지역의 습도 및 출발 물질의 순도와 같은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특정 시설에서 생산된 핵물질은 그 물질만의 독특한 '시그니처' 모양을 갖게 되는데, 이를 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북서태평양국립연구소(PNNL) 연구팀은 다른 협력 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핵물질의 이미지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이를 AI의 기계학습을 사용해 주어진 샘플의 출처를 파악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안전조치 효율성 향상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국가가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물질을 사용하고 핵물질이 핵무기 생산에 전용되지 않도록 다양한 안전조치 활동을 수행한다. 그런데 안전조치의 대상이 되는 물품과 범위가 증가하고, 핵물질을 탐지하기 위해 새로운 측정 기술 및 센서, 위성 이미지, 비디오카메라 등 다양한 방법이 도입되면서 데이터양과 검사 횟수도 그만큼 증가하고 또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해야 하는 안전조치 활동은 점점 더 노동 집약적인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AI가 투입되면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값을 식별하는 것은 인간보다 AI가 훨씬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사찰관은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IAEA 안전조치 사찰관이 사용후핵연료 감시를 위해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데이터는 분석을 위해 IAEA 본부로 전달된다. ⓒDean Calma/IAEA

예를 들어 사용후핵연료를 감시하는 과정은 안전조치 활동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상 유지 데이터를 계속 검토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고단한 작업이다. 또 현재 감시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은 종종 잘못된 경보를 보내기도 한다. 이 작업을 AI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바꾼다면 잘못된 경보를 줄일 수 있고, 데이터 측정과 분석을 더욱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현재 IAEA는 AI를 활용해 비정상적인 활동을 감지하고 추적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안전조치 사찰관이 AI의 보조를 받게 된다면 안전조치 과정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활약 가능, 하지만 AI가 만능은 아냐

AI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shutterstock

이밖에도 AI의 상황 인식, 빠른 계산 및 데이터 처리 기능은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이버보안에서는 사이버 공격을 받은 후 적시에 대응하고 신속히 복구하면서 보안 위협을 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원자력 시설의 계측 및 제어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시설에 물리적인 피해를 줄 수 있고 사보타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AI에게 과거 사이버 공격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이에 대응하는 훈련을 시킨다면 비정상적인 징후나 패턴을 신속히 감지해 즉각 대응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상태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AI는 빠른 데이터 처리를 바탕으로, 핵물질의 이동을 모니터링하고 안전조치 활동의 효율성을 개선하면서 핵안보와 핵비확산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해결책은 아니며, 아직 불확실성이 큰 기술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또 핵안보와 핵비확산 시스템에 AI를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취약성이나 여러 윤리 및 개인정보 문제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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