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으로 떠나는 여행,
템플 스테이
컬처

7~8월의 대한민국은 무더위를 피해 이곳저곳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풍경이 익숙하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록이 푸르른 계절에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 아깝고 힘도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을 수는 없다.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멋진 여행지는 없을까?

거리두기와 여행,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면 템플 스테이를 추천한다! 사찰은 대부분 한적한 산자락에 있다. 게다가 템플 스테이는 한정된 인원만 할 수 있으니 코로나19 시대에 제격이다.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는 사찰도 템플 스테이를 잠정 중단했으나 생활 방역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조심스럽게 운영을 재개했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마주하면서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 템플 스테이, 어떤 곳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체험형으로 공양, 예불, 명상 등 주요한 불교의식을 경험할 수 있다. 사찰에 따라서는 소원쪽지 달기, 108배, 스님과의 차담시간 등을 가질 수도 있다. 불교 문화를 잘 모르거나 템플 스테이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두 번째는 휴식형으로 공양과 예불 같은 최소한의 불교예식에만 참여하고 고즈넉한 사찰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속세를 떠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다. 마지막은 당일형으로 사찰에서 진행하는 염주 만들기, 예불 같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하루 이상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에게 추천한다.

관동팔경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강원도 양양 낙산사

낙산사는 바쁜 일상에서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을 위해 휴식형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다.

낙산사는 금강산, 설악산과 함께 관동 3대 명산의 하나로 손꼽히는 오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사찰이다. 관음보살이 항상 머무는 곳을 이르는 보타낙가산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으며 대한민국 사적 제495호이다. 특히 낙산사는 동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관동팔경 중에 하나로 장엄한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는 공중사리탑, 보물로 지정된 건칠관음보살좌상, 동양 최대의 해수관음상 등 숱한 문화재를 갖추고 있다.

현재 낙산사에는 휴식형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는데, 특히 "꿈, 길 따라서" 라는 이름의 템플 스테이를 추천한다. "꿈, 길 따라서"는 정신없는 일상에서 바쁨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시간,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쉬어가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예불, 공양, 운력(함께 청소나 풀 뽑기 등 소일거리를 하는 것) 외에 해맞이, 독서, 기도 등으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스님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차담 시간도 있는데, 이때를 활용하여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스님의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낙산사에는 매우 특별한 템플 스테이도 있다. 바로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방역관계자를 위한 토닥토닥 템플 스테이'라는 것인데, 코로나19 대응 의료인 및 방역관계자들의 마음 치유와 휴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저녁 예불과 새벽 예불은 모두 선택 사항이며 천혜의 자연풍경을 가진 낙산사에서 자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며 방역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다. 다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코로나19 관련 근무 확인서를 내야한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낙산사로 100
전화: 033-672-2417

고즈넉한 풍경 속 걷기 명상에 좋은, 충남 부여 무량사

무량사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됐고 고려 고종 때 확장되어 요사채 30여 동과 부속암자가 12채가 있는 큰 사찰이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탔으나 조선 인조 때 다시 재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거대 사찰로 조선의 뛰어난 목조 건축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주위의 산림이 울창하며 보물 제356호로 지정된 극락전은 드물게 있는 2층 불전으로 외관상은 2층이지만 내부는 상 ·하층의 구분이 없는 조선 중기의 건물이다. 당시의 목조 건축술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도 경내에는 보물 제185호로 지정된 5층 석탑, 보물 제233호인 석등, 김시습 부도(金時習浮屠) 등이 있다.

무량사는 2015년 4월부터 한국의 전통사찰에 머물면서 사찰의 일상생활을 체험하고 한국의 전통 문화와 수행 정신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최고의 자비심은 용서입니다'를 주제로 당일형, 체험형, 휴식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휴식형 프로그램만 예약을 받고 있다.

무량사 템플 스테이에서는 걷기 명상을 하며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태조암 트래킹 코스가 있다. 경내에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으며 이 길은 만수산 등산로까지 이어진다. 아침에 트래킹을 한 뒤 사찰로 돌아와 숙소를 정리하고 점심 공양을 하는 코스가 마음을 수양하는 데 제격이다.

또한 무량사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최초의 한문소설로 평가받는 <<금오신화>>를 쓴 매월당 김시습이다. 그래서 무량사에는 김시습을 기리는 '청한당'이라는 독채가 있는데, 이 독채에서 묵으며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청한당에서 休(휴)'라는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만하다. 청한당은 큰 방 1개와 욕실 1개로 이뤄져 있으며 가족 5명 정도가 묵을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그동안 담아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좋고, 혼자라면 호젓한 청한당에서 시 한 수 써보면 어떨까.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 무량로 203
전화: 041-836-5099

도심 속 천년 고찰, 봉은사

봉은사는 서울의 중심지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 잡은 1,200여 년 역사의 천 년 고찰이다. 신라 원성왕 10년(794년)때 연회국사가 창건했다. 현재 코엑스자리에서 스님을 선발하는 승과고시를 실시해 한국불교의 맥을 이은 서산대사, 사명대사 같은 걸출한 인물을 배출했다. 현재 판전의 현판 글씨는, 말년에 봉은사에 머물며 추사체를 완성시킨 추사 김정희의 글씨이다.

봉은사의 사찰순례 프로그램은 불교의 문화와 예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날 봉은사는 수행 중심의 사찰 운영으로 새로운 한국불교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한 템플 스테이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적으로 양질의 한국불교 문화를 널리 알리며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도심 대찰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일요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일요 법회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 법회, 중·고등학생을 위한 파라미타(청소년)법회에서는 큰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할 수 있다. 한 달에 첫날에 열리는 초하루법회에서는 한 달 동안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겠다는 다짐을 하고 과거의 내 삶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봉은사에서는 현재 '소상공인 및 여행업계 종사자를 위한 쓰담쓰담 템플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경제적, 심리적 피해가 큰 소상공인 및 여행업계 종사자를 위해 참가비가 없다.

봉은사 템플 스테이에서 해볼 만한 주요 프로그램에는 '사찰순례'가 있다. 단순히 불교사원을 방문해 도량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불교의 전통과 문화를 느끼고 배운다. 사찰의 구조와 건축, 조각, 공예, 불화, 단청 등 각종 불교문화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민족의 전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기에 사찰순례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전통사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힐링하자.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전화: 02-3218-4826

템플스테이는 전통사찰의 문화를 경험하고 사색하는 문화체험이지만, 사찰은 경건한 종교시설인만큼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술과 담배는 절대 금하며 지나치게 화려한 옷을 입는 것은 삼가야 한다. 고즈넉한 곳에서 내 마음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번 여름 템플 스테이에 가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