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스토리

2022년 범부처 재난안전 연구개발 성과
대상 장려상 수상,
김명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선임연구원 인터뷰

지난해 10월, 김명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선임연구원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주최한 '2022년 범부처 재난안전 연구개발 성과 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행안부는 2019년부터 재난안전 분야 연구개발 성과의 지속적 발굴 및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한 해 동안 해당분야에서 우수성과를 창출한 연구자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2년에는 총 17개의 연구 성과가 선정되었는데, 김 선임연구원은 '고방사선 물질 유출 고속 탐지를 위한 소형 검출기 세트와 고방사성 물질 무인채취 도구'라는 연구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방사선 상황 발생에 대한 탐지 및 분석 능력을 크게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자인 김 선임연구원을 만나 수상 소감과 연구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Q. 범부처 재난안전 연구개발 성과 대상 장려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매우 기쁩니다. 제 개인의 역량과 KINAC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것도 기쁘지만, 국가적으로도 원자력 안전 연구사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받았기에 더욱 뜻깊은 것 같습니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Q. 수상하신 '분산형 방사성 물질 탐지 기술과 무인 시료채취(회수) 도구' 연구에 대해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분산형 방사성 물질 탐지 기술의 시연 모습.

처음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대비하기 위해 시작한 연구였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그들이 보유한 핵이 얼마나 되고, 숨겨놓은 핵물질은 없는지를 찾아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였죠. 하지만 개발된 기술은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러 상황이 발생해 고방사성 핵물질이 유출된다거나, 사용후핵연료가 탈취되는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한두 시간 안에 해당 지역을 폐쇄하고 빨리 핵물질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데, 빠르게 접근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분산형 방사성 물질 탐지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시중에 확보할 수 있는 항공체 중에서 긴급 상황에 가장 빠르게 확보·운용 가능한 것이 드론입니다. 드론에 방사성 계측기를 탑재해서 핵활동이 의심되는 지역이나 핵테러가 발생한 지역 곳곳에 떨어뜨리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취합·분석해 고방사성 물질이 어디 있는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김명수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협업해 시료 채취를 할 수 있는 로봇팔을 제작했다. 또 핵테러나 핵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핵물질의 원산지와 농축, 재처리 등 핵 활동의 시기를 추정해서 범인을 찾아내는 것을 '핵감식(nuclear forensics)'이라고 합니다. 핵감식을 위해서는 핵물질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고방사성 물질이 분포한 지역에서는 사람이 직접 채취하기 어렵죠. 그래서 시료 채취 도구를 설계해 제작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어떤 형태의 로봇에 갖다 붙여도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로봇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Q. 기술을 개발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김명수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협업해 시료 채취를 할 수 있는 로봇팔을 제작했다.

개발한 장비의 성능을 알아보려면 실제로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만큼의 고방사성 물질이 있는 곳에 놓고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장소는 찾기가 힘들어요. 다행히 최근에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와 협력해 후쿠시마 내 다이이치 원자력발전소 사고 지역 인근에서 개발한 장비의 성능을 평가하고, 문제점을 분석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후쿠시마 원전도 제염(방사선에 오염된 인체, 장치, 실내시설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활동)이 많이 되어 있어서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높은 방사선 수치가 나오는 지역은 없었어요.

무인 시료 채취 도구 개발의 경우에는 기술 개발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로봇 관련된 연구는 오랜 시간과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에 전문적으로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팀과 협업을 해야 했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연구 협력을 위해 노력했고,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암스트롱' 개발팀과 함께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적은 예산에도 해당 기술의 완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신 '로봇응용연구실' 연구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Q. 향후 후속 연구는 어떻게 진행하실 예정인가요? 또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2009년부터 이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올해 마무리가 됩니다. 그래서 현재는 개발된 장비를 연속성 있게 마무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원자력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소방이나 군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데, 이렇게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때 필요한 추가 기술(사용성 개선이나 운영절차 확립 등)을 개발하는 사업을 다음 단계 연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측기에서 측정된 데이터들이 중앙관제센터로 넘어오면, 이 데이터들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분석하게 되는데, 이 알고리즘의 완성도를 조금 더 높이기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중성자 토모그래피(Tomography, 단층 촬영) 연구를 좀 더 해보고 싶습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용기 안에 넣고 난 뒤에는 보통 이걸 다시 열 일은 없어요.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혹시 모를 탈취 등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24시간 카메라 등으로 감시합니다. 그런데 지진 등의 자연재해나 갑작스런 정전 등으로 카메라가 꺼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중성자의 흡광도를 감지해서 시각적으로 사용후핵연료가 그대로 잘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중성자 토모그래피 기술을 중장기적으로 더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Q. KINAC에 입사해 핵비확산·핵안보 연구를 수행하고 싶은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통 원자력 분야의 규제는 '안전(Safety)', '안보(Security)', '안전조치(Safeguard)'의 '3S'를 이야기하는데요, 안보와 안전조치를 주로 담당하는 KINAC에서는 드론 기반 테러 대응, AI 기반 원자력전용품목 불법이전 차단 등 굉장히 '핫한' 기술변화에 대비하는 연구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항상 최신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익히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원자력 분야는 여러 상황에 대한 대응이나 대처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성만큼 다양성도 중요해요. 그래서 융합 연구를 해본 경험이 많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핵비확산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INAC은 국내 유일의 핵비확산·핵안보 전문기관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분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검증 장비(OFPS), 원자력 시설에서 발생한 미량의 핵물질 시료를 분석하는 마이크로 X선 형광 분석기(MMXRF) 개발 등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IAEA 인증장비로 선정되거나 기술 수출을 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과 같은 국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연구개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죠. KINAC은 앞으로도 핵비확산ㆍ핵안보 측면의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안전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저 또한 KINAC의 연구원으로서, 국민의 안전 향상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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