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핵비확산조약(NPT)가 발효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북한의 핵개발과 최근 이란의 핵합의 탈퇴 위협을 포함해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NPT는 전 세계 핵 비확산에 큰 역할을 해왔다. 50주년을 맞아 NPT의 형성과 현황, 성과, 전망 등을 살펴보자.

핵 확산 억제를 위해 발효된 최초의 다자조약

NPT에 서명하고 있는 딘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 사진 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 린든 B. 존슨이다. 출처: 미국 국무부

1945년 8월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세계 2차 대전의 종전을 앞당겼지만, 이를 지켜 본 사람들에게 핵무기의 위력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더구나 미국뿐만 아니라 구소련, 영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프랑스와 중국도 차례로 핵실험에 성공하자, 국제사회에서는 핵무기가 국제 평화와 인류 안전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핵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면서 1970년 3월, 핵비확산조약(NPT)이 공식 발효됐다.

NPT 조약이 발효되는 과정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설립이 중요했다. 1953년 12월 8일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제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 for Peace)'을 제창하면서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대한 전 세계적 요구가 커졌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원자력에 대한 평화적 이용을 증진하고 핵물질을 국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유엔 총회를 거쳐 드디어 1957년 IAEA가 설립됐다. IAEA는 핵확산 방지에 많은 공헌을 해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드높아진 핵비확산 체제에 대한 인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조되고 있는 냉전체제와 핵무기 개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1965년 미국과 소련은 유엔 18개국 군축위원회(ENDC; Eighteen Nation Disarmament Committee)를 기점으로 핵비확산을 목적으로 하는 조약안을 제시했고, 이것이 여러 협상을 거쳐 NPT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NPT는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마련된 세계 최초의 다자조약이며 현재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이 되는 규범이다. 당초 유효기간을 25년으로 정했으나, 1995년 유효기간을 무기한으로 확정하는 데 합의해 지금까지 효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191개 국가가 NPT에 가입했으며, 한국은 1975년 4월에 86번째로 정식 비준국이 됐다.

핵비확산과 군비축소, 평화적 이용이 3대 축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첫 번째 평가회의의 모습. 출처: 미국 국무부

서문과 본문 11개의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 NPT의 핵심 축은 핵의 비확산, 핵무기 군비 축소, 원자력 기술의 평화적 이용의 3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축인 핵비확산의 주요 의제는 안전조치와 수출통제, 핵안보다. 안전조치는 각국이 평화적 용도로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 시설, 장비 및 물질이 핵무기가 기타 핵폭발장치 제조에 전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격납, 감시, 사찰 등의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협정에 명시된 핵물질 등에 한해 안전조치를 적용하는 부분안전조치(Item-Specific Safeguards Agreements)를 적용해 왔으나, NPT 발효로 국가 내 모든 핵물질을 다루는 전면안전조치협정(CSA; Comprehensive Safeguards Agreement)으로 확대 적용하게 되었다.

또한 원자력 관련 수출이 핵무기 개발을 지원하지 않도록 하며, 핵물질 및 시설의 보안과 물리적방호에 대해 가장 높은 기준을 유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쉽게 말해 핵 비보유국은 새로운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개발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인 군비 축소는 말 그대로 조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들이 핵무기 경쟁을 중단하고, 핵무장 해제에 관한 효과적인 조치를 위해 협력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약 당시 이미 핵을 가지고 있던 영국, 소련, 프랑스, 중국의 5개 핵무기 보유국은 다른 나라에 핵무기나 관련 기술을 제공할 수 없음을 명시하였다. 2010년 들어서는 핵보유국이 핵무기 감축 및 완전 제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후속조치를 내놓았다.

마지막 세 번째 축인 원자력 기술의 평화적 이용은 원자력을 핵무기 개발이 아닌 원자력 발전이나 연구 개발과 같은 평화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NPT 제3조에 의거, 각국은 모든 관련 시설과 물질이 평화적 용도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장받기 위해IAEA의 핵 사찰을 받아야 한다. 또한 가입국들은 1975년부터 매 5년마다 평가회의를 개최하고, 이 평가회의를 위해 총 세 차례의 준비 회의를 거친다. 이를 통해 조약의 전문 및 각 조항의 실질적인 이행에 대한 진전 사항을 점검하고 논의한다.

신뢰 기반 조약으로 강제력 없는 것은 한계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이란이 핵사찰을 거부하고 NPT 탈퇴를 거론하면서 국제협력과 NPT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 출처: 이란 원자력청

지난 50년 동안 NPT는 국제사회의 수평적‧수직적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NPT는 핵을 보유한 국가를 인정하고 핵 비보유국의 핵무장을 막는 정책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핵확산을 막기 위해 비핵국들은 핵무기 개발이나 획득이 절대 금지되고 안전조치를 적용받는 반면, 핵보유국에 요구되는 것은 단지 점진적으로 핵무기를 감축하는 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핵보유국의 핵무기 군축에 특정한 목표 시한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2015년 평가회의에서도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해 회의 최종 문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또 NPT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조약이기 때문에 가입을 하지 않아도, 탈퇴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핵 비보유국들은 NPT에서 요구하는 대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평화적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이런 틈새를 이용해 핵 보유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은 NPT 체제에 합류를 거부하면서 핵무장을 했고, 북한은 1985년 구소련의 권유로 NPT에 가입했으나 2003년 탈퇴를 선언하며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이란 또한 NPT를 탈퇴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며 이란이 북한처럼 핵 개발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하는 것 아니냐는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NPT는 국제 핵비확산체제의 핵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핵심은 NPT이며, 전 세계는 NPT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지속해 왔다. 각국은 NPT 이행에 대해 비가역성, 검증가능성, 투명성의 원칙을 적용하는 데 노력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NPT의 가치를 강조해 왔다. IAEA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안전조치 검증 방법을 개발 및 이행하고 있으며, 핵무기 군축 분야에서도 액션플랜 이행 보고서 제출, 안전조치 적용 방법과 구체적인 보완 조치 등이 논의되며 점진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NPT는 주기적인 평가회의와 결론도출, 권고를 통해 보완하며 성장하는 국제조약으로서 앞으로도 국제평화와 안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추가적인 협정 체결, 회의체 설립, 선언 등을 통해 NPT에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사항들을 규제하고 핵비확산 체제를 강화하려는 노력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월 개최된 '제2차 핵군축·핵비확산조약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스웨덴 등 핵비보유국 16개국 대표들은 NPT의 3대축을 지지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국제사회가 '핵없는 세상'의 목표를 향해 NPT를 중심으로 핵군축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핵보유국 간 대화를 통한 투명성 강화, 신뢰구축, 핵위협 감소 등의 중요성을 제기하는 한편, 점진적이고 실효적인 핵군축 진전을 위해 핵보유국뿐만 아니라 핵비보유국 등 모든 국가들이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하에 함께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KINAC은 NPT 이행을 위해 규제업무를 이행하고 있으며 특히 국제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핵투명성과 원자력통제 기술을 널리 알리고 있다. 출처: KINAC

국제레짐이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 국가가 철저하게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교부를 비롯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핵비확산 체제의 이행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NPT의 핵심 조항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핵비확산 및 핵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기관으로 한국의 NPT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핵비확산을 위한 이행 업무인 안전조치, 수출입통제 등의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핵투명성을 높이고 국제적 신뢰도 제고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KINAC은 세계 핵비확산 체제의 강화와 유지를 위해 앞으로도 NPT를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며, 특히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핵비확산‧핵안보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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