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를 넘어선 영상 콘텐츠의 천국,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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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유튜브의 전성시대다. 이제 영상 콘텐츠의 대명사는 유튜브라는 보편적 인식이 자리 잡았다. 매일 2억 개가 넘는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BTS의 신곡 'Dynamite' 공개 24시간 만에 1억 뷰를 기록하고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는 꾸준한 상승세로 약 117일 만에 6억 뷰를 달성하며 최단기간 6억 뷰를 달성하는 등 유튜브 조회 수는 인기의 척도가 되었다.

유튜브에는 생산자와 이용자 간의 경계가 없다. 이용자들이 직접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참여해서 개인적인 표현 욕구를 드러낸다. 그래서 유튜브를 이끌어가는 것은 개성 있는 크리에이터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송출하는 것이 유튜브의 매력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드는 것처럼 세련되고 잘 짜인 콘텐츠는 아니지만 이용자들은 그런 개인성에 열광한다.

유튜브의 '날 것' 같은 매력 때문에 젊은 시청자들은 텔레비전을 떠나고 있다. 사회의 최신 트렌드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것은 텔레비전보다 유튜브 콘텐츠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유행어와 유명인들이 이제는 유튜브에서 만들어진다. 심지어 유튜브에서의 인기로 유튜버들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튜브 콘텐츠를 참고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최근 유튜브에서의 인기 있는 콘텐츠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

내 노하우를 가르쳐줄게, 튜토리얼 콘텐츠

튜토리얼이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 사용하는 지침, 교습 소재를 뜻한다. 물론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영상 소재는 유튜브에만 등장한 새로운 장르는 아니지만 유튜브 덕분에 그 소재와 방법은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메이크업, 요리, 인테리어, 피부 관리, 외국어뿐만 아니라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치 방법에 이르기까지 유튜브에는 각종 교육 영상이 넘쳐난다. 검색 채널이 네이버에서 유튜브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세대는 이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먼저 유튜브에 검색하며 영상을 보며 따라하는 것이 새로운 풍조가 되었다.

튜토리얼 콘텐츠 중에서 가장 먼저 지상파로 진출한 것은 단연 뷰티 콘텐츠이다. 메이크업, 패션, 패션 아이템 리뷰, 쇼핑 같은 콘텐츠는 외모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대 연령층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뷰티 유튜버로는 '이사배'가 있다.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이사배는 메이크업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고품질 영상으로 지상파에까지 진출한 크리에이터다. 화장의 기본기를 알려주는 '#백투베이직', 화장할 때의 궁금증과 문제점을 도와주는 '#메이크업진단'은 튜토리얼이라는 개념에 충실하지만 이사배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보는 사람도 헛갈리게 하는 '커버 메이크업'이다. 유명한 케이팝 스타들은 물론이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영화 캐릭터, 심지어 만화 속 인물까지 전부 '화장 기술'로만 재현해 내는 과정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뷰티 유튜버들 사이에서 회사원A는 구하기 어렵고 특이한 뷰티 제품의 리뷰로 인기를 얻고 있다. 출처: 회사원A

한국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유튜버는 570만 명을 보유한 '포니 신드롬'이다. 포니 신드롬은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컬러를 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 유명세를 탔다. 특별한 메이크업 감각을 무기로 삼아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서 '뷰티 다이어리'라는 시리즈 영상 콘텐츠를 내면서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독보적이고 특이한 뷰티 유튜버로는 '회사원A'가 있다. 회사원A는 기상천외한 뷰티 제품을 리뷰하는 웃긴 콘텐츠로 유명하다. 구하기 어려운 북한 화장품이나 블루투스 칫솔, 유명 브랜드 카피 화장품 등을 해외에서 구매해 체험해 보는 콘텐츠로 큰 인기를 얻었다.

뷰티 콘텐츠는 그 특성상 텍스트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지침이나 노하우가 있다. 따라서 영상을 통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의 발색이나 발림성 등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어 잠재적 소비자에게 상품 리뷰의 기능까지도 하는 것이다. 유튜브 뷰티 콘텐츠의 성장에 따라 지상파에서도 패션과 메이크업에 관심이 없는 연예인을 변신시켜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이사배 같은 유튜버를 고정 출연자로 섭외하기도 했다. 한국의 뷰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뷰티 유튜버 역시 선망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평범하지만 무언가 다른 타인의 일상 보기, 브이로그(VLOG)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기록(Log)의 합성어로 영상으로 내 일상을 기록하는 것, 즉 영상 일기장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출근하고 식사하고 퇴근하며 취미를 즐기고 주말을 보내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담아낸다. 이것이 특별한 콘텐츠와 기술을 가진 사람만 성공한다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유튜브를 일반인들에게 더욱 확대시킨 요인이다.

왜 사람들은 브이로그를 좋아하는 걸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랑 똑같네! 하는 공감 포인트다. 일상에서 자기만이 하는 습관이나 버릇을 타인에게서도 볼 때 우리는 자신의 삶이 타인이나 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얻는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갖가지 사건과 에피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유튜버 여락이들은 지상파의 여행 브이로그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주었다. 출처: 여락이들 유튜브

또 하나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타인을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과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이다. 여행 브이로그는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의 풍경을 보여주고, 데이트 브이로그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준다. 또한 나와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통해서는 간접 경험과 함께 내가 품은 꿈의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57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여락이들'은 지구상에서 여행을 가장 재밌게 하는 크리에이터를 모토로 여행지에서 겪는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인도, 멕시코, 쿠바처럼 선뜻 가기 힘든 여행지나, 퇴근하고 바로 여행 가기, 돈 없이 여행하기 등 도전적인 여행의 모습은 여행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끌어모으고 있다. 요새 지상파에서 새롭게 트렌드로 떠오른 관찰 예능과 청춘들의 여행기도 유튜브 브이로그의 형식을 차용한 것이 많다.

브이로그 중 단연 인기가 높은 것은 일상과 먹방을 결합한 먹방 브이로그다. 부부의 소소한 일상과 맛있는 음식과 술로 콘텐츠를 만드는 '우니의끼니'는 결혼과 음식이 주는 인생의 재미를 표현한다. 우리 인생을 그나마 살 만하게 해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열혈 구독자를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다.

유튜브로 진출한 연예인들

이제 연예인들은 더 이상 지상파에 의존하지 않고 아예 유튜브 콘텐츠만을 전문으로 찍기도 한다.스타의 삶을 공유하길 원하는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팬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일부 콘텐츠나 채널은 거대 방송사의 PD와 작가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플랫폼만 바뀐 것이라고 생각하지 쉽지만 실제 영상에서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유튜브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지상파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빠른 편집과 각종 인터넷 유행어들을 적극 사용하는 자막, 그리고 격의 없고 파격적인 연예인의 모습까지 유튜버들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god의 박준형은 '와썹맨'을 통해 지상파 방송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맘껏 발휘했다. 아나운서 장성규 역시 '워크맨' 채널을 통해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상대적으로 정제되고 순화될 수밖에 없는 지상파 방송에 비해 거침없는 솔직함으로 소통하며 재미를 이끌어 낸다.

이제 전통적인 방송사는 영상 트렌드의 선두가 유튜브임을 인정하고 연예인을 섭외해 적극적으로 유튜브에 진출하고 있다. 출처: 네고왕 유튜브

최근에는 아이돌 황광희가 등장하는 '네고왕'이 구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네고왕은 황광희가 직접 프랜차이즈 기업을 찾아가 이른바 가격을 '네고'한다는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가격 네고를 통해 실제로 소비자들이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는 이벤트와 연계함으로써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많은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이런 사례 역시 지상파 없이 유튜브만으로도 프랜차이즈 기업을 섭외하고 이벤트를 끌어내는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렇듯 유튜버들이 지상파에 진출하고, 튜토리얼,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가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며 '와썹맨', '워크맨', '네고왕' 같이 방송사와 연예인이 합작한 유튜브 콘텐츠가 제작되는 것은 영상 콘텐츠의 트렌드가 명실상부 웹으로 이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튜브에서 어떤 실험적이고 기발한 크리에이터들이 나오는지, 어떤 콘텐츠와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영상 콘텐츠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