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AC 물리적방호 교육 드론 이해 및 식별 과정
물리적방호 업무 종사자가 드론에 의한 원자력시설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드론의 개념과
드론 테러 상황 모의 실습

- 기 간 : 2020년 11월 12(목)~13일(금)
- 장 소 : 인천로봇랜드, 인천국제공항

2018년,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연설을 하던 도중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시민들과 군인들이 대피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경호원들은 신속히 방탄 장비로 대통령을 감싸 피신시켰다. 그 와중에도 폭발 소리는 여러 번 들렸다. 하지만 피의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사 결과 대통령이 연설하던 인근 상공에서 몇 차례 폭발이 있었으며 원인은 폭발물을 운반하는 드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드론을 이용해 암살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것 같았던, 드론을 이용한 테러가 현실화되고 있다. 2019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석유 시설 2곳이 드론 공습을 당했다. 여러 대의 드론은 순식간에 폭탄을 투하해 석유 단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 공격으로 아람코는 일일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인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드론을 막기 위해선 먼저 드론을 알아야

이렇듯 드론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중요 국가보안시설인 원자력시설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전 인근에 드론이 출몰하는 상황이 드물지만 일어났기 때문이다. 취미용 드론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드론에 의한 공격을 우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드론이라는 신기술로부터 원자력시설을 성공적으로 방호하려면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드론에 대한 기초 개념부터 시작해 드론이 불러올지도 모를 잠재적 위협 상황을 습득해야 한다. 이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에 대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법정 교육기관으로서 드론에 특화된 물리적방호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당초 계획보다 소규모로 진행됐고 방역 수칙을 엄격히 지켰다. 강사로는 드론 유통사이자 드론 전문교육기관인 한빛드론의 전문가를 섭외하여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도록 했다. 첫 교시는 한빛드론 이성재 팀장이 드론과 드론 기술에 대한 기초 이해에 대해 강의했다.

드론으로부터 원자력시설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드론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드론은 최신 기술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이 무인기임을 생각하면 사실 역사가 오래됐다. 1935년 영국에서 대공사격 원격조종 무인비행기를 만들면서 퀸비(Queen Bee), 즉 여왕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무인기는 상당히 원시적이었지만 인명피해 없이 대공사격을 할 수 있어 본격적으로 무인비행기 연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의 무인비행기 연구 프로젝트명이 '드론(수벌)'이었다.

현재 드론은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스스로 비행하는 모든 비행체를 광범위하게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며 프로펠라의 수에 따라 쿼드콥터(4개), 헥사콥터(6개), 옥토콥터(8개), 수직 이착륙하는 V-TOL 등으로 구별한다.

드론의 활용도는 정말 높다. 군사용뿐만 아니라 농업, 소방, 측량, 의료, 택배 같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드론을 도입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다만 사용자에 따라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정부는 기술 발전에 맞춰 드론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고 있다. 이 팀장은 "개정된 법률에 따라 소형 드론이더라도 조종자는 교육을 받아야 하며 2kg을 초과하는 드론은 비행 경력을 증명하고 필기 및 실기시험을 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조종자는 음주 비행, 야간 비행, 가시권 외 비행, 인구밀집지역 비행을 해서는 안 되며 낙하물 투하도 금지돼 있어 이를 어기면 과태료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드론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있으며 비행장 주변 관제권, 서울 강북지역과 휴전선 부근, 원전 주변은 거리와 고도 제한을 받는다.

드론 위협과 탐지, 기술에는 기술로 맞선다

2, 3교시는 본격적으로 드론이 가할 수 있는 위협과 드론 탐지 방법에 대해 배웠다. 강의를 맡은 한빛드론 김주현 부장은 드론 시장이 커지고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드론 위협 사례가 늘고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정유시설 공습을 언급하며 이런 사건이 원전시설에 대한 방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총 5개의 원자력시설에서는 반경 10해리, 즉 18.52km 이내는 비행금지구역임에도 드론 사용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2016년부터 불법드론 비행 사례가 드물지만 발생하고 있어 불법적으로 출몰하는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빛드론 김주현 부장이 드론 비행제한구역의 개념과 설정 방법, 그리고 드론 테러 상황 모의 시연과 드론 탐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부장은 "드론을 일찍, 그리고 먼 거리에서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는 먼 거리에서 육안으로만 봤을 때 드론에서 화학물질이나 폭탄이 떨어지는 것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드론 자체에 대한 탐지 방법은 대표적으로 레이더, 무선전파 신호 감지, 전기 광학 기술 기반 탐비, 자기 감지 기술을 언급했다. 각각의 기술은 모두 드론의 형체, 드론이 내는 신호,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 이미지, 금속 부품의 자기성을 이용한다. 김 부장은 각각의 기술에 있는 원리를 설명하며 장단점이 있으므로 하나를 쓰기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레이더는 날아다니는 물체를 감지하는 데 적합하지만 건물 밀집지역 같은 사각지대에서는 효율이 떨어진다. 이때는 드론의 신호를 감지하는 무선전파 신호 감지 기술이 유용하다.

출몰한 드론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유럽에서는 한 때 드론을 막기 위해 독수리를 훈련시켜 드론을 잡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독수리는 처음에는 2~3번 정도 드론을 공격했지만 드론 프로펠러 등에 상처를 입거나 충돌로 충격을 받으면 더 이상 드론에 관심을 갖지 않아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 되었지만, 그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사례이다.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불법으로 출몰한 드론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전자기 펄스(electromagnetic pulse)로 무력화하는 파괴적 방법이 있고, 그물 등으로 포획하는 방법이 있다. 김 부장은 최근에는 불법 드론을 막는 안티 드론(Anti drone) 연구가 활발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통합관제시스템을 두어 불법 드론을 촬영해 전송하면 안티 드론으로 즉각 대응하는 방식이다.

강의 후 질문 시간에는 교육생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내용은 주로 원전 반경 비행금지거리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 비행을 승인하는 원칙 및 절차가 무엇인지 등이었다. 효과적인 원전방호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어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다. 불법 드론 대응과 드론 공격 대비라는 현안이 현재 원자력시설의 물리적방호에 있어 가장 큰 고민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시뮬레이션과 현장 견학으로 현장감 있는 교육 제공

마지막 시간에는 두 조로 나뉘어 한 조는 바깥에서 실제로 드론을 날리며 테러 상황을 모의 실습하고 한 조는 실내에서 소형 드론을 조종하거나 드론 시뮬레이션을 체험했다. 김주현 부장은 드론을 날린 뒤 고도와 거리를 바꿔가며 교육생들에게 현재 고도와 거리를 추정해보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육안으로는 어림으로도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은데도, 드론이 내는 엔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으며 낙하물을 낙하하는 것도 잘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프로펠러가 아닌 비행기 같은 형태의 고정익을 가진 드론은 속도가 매우 빨랐고 소음도 잘 내지 않았으며 육안으로 포착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를 통해 교육생들은 드론 위협이 원전시설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숙련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드론 테러 상황 모의 시연을 하기 위해 준비한 다양한 드론들



실내 교육에서는 소형드론을 실제로 운전해보며 예상외로 드론을 조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 교육생들은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여러 방향으로 드론을 조작해보며 드론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교육생들이 비행하는 드론을 지켜보며 거리를 추정해보고 있다(왼쪽). 실내에서는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드론을 직접 조종했다(오른쪽).



이번 교육의 담당자인 교육훈련센터 김동현 선임기술원은 드론 위협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기획하기 위해 1년을 준비했다고 한다. "교육을 준비하면서 드론의 위협에 대한 방호 및 대응관련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이 어려웠다. 여러 전문가를 만나면서 커리큘럼을 구체화하고 실현가능하도록 구성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준비한 교육이 연기되고 방역수칙을 강화하는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기획한대로 교육을 개최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론 교육 및 실습 이튿날 KINAC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실제 테러대응팀의 드론방호 시스템과 운용 현황을 견학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드론으로 인한 공항이나 비행기에 대한 테러도 인천공항공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슈로,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과 사고 예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선진 방호시설을 체험하는 것은 원자력시설의 드론 방호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도 KINAC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신기술 테러로부터 국가중요시설인 원자력시설을 지키기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