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BTS 앓이 중,
BTS는 뭐가 특별할까?
컬처

방탄소년단(BTS)이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20년 9월에 발표한 신곡 'Dynamite'는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의 음악차트 '빌보드 HOT 100'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로 한정하면 1963년 이후 역대 2번째로 HOT 100 차트에서 1위를 한 아시아 아티스트다. 기세는 끝나지 않았다. 11월에 발표한 'Life goes on'까지 HOT 100 1위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가히 'BTS 신드롬'이라 할만하다. 미국과 유럽, 남미와 아랍까지 전 세계에 BTS의 팬인 '아미'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들은 BTS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접해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하며 한국어를 배우러 유학을 온다.

도대체 BTS의 무엇이 세계인을 사로잡은 걸까? BTS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 것일까? 이미 사회학, 철학, 문학, 미디어학을 비롯한 각종 분야의 연구자들은 BTS 현상 이면에 있는, 대중을 사로잡는 끌림의 원천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BTS는 변화한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각 시대에는 그 시대에 걸맞은 가치, 즉 시대정신이 있었다. 산업화를 거친 1960년 이후의 세대들은 국가, 혁명, 민주주의, 경제 성장 같은 거대담론에 매여 있었다. 이는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사회 곳곳에 민주적 절차가 자리 잡는 데 기여했지만, 저마다의 고통, 슬픔, 불안, 사랑, 행복은 잠시 미뤄도 되는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BTS는 거대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간혹 잊고 있는 개인, 특히 어린 학생들과 젊은이들의 꿈과 반항, 청춘의 불안과 희망, 사랑을 노래한다. 그것이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Love Yourself 시리즈이다.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부터 'N.O', '상남자'로 이어지는 학교 BTS의 졸업식 축사 장면. BTS는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고도성장기를 지나 변화한 현대사회에 사는 청춘들의 성장을 하나의 스토리처럼 연결된 컨셉앨범으로 노래했다. 3부작은 무대 의상부터 교복을 착용, 뮤직비디오에서도 학교를 배경으로 하며 짜임새 있는 콘셉트를 살려냈다.

BTS의 졸업식 축사 장면. BTS는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고도성장기를 지나 변화한 현대사회에 사는 청춘들의 성장을 하나의 스토리처럼 연결된 컨셉앨범으로 노래했다.

이전에도 많은 가수들이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BTS처럼 긴 시간동안 서사적으로 하나의 컨셉을 이야기한 것은 독특하다. 특히 BTS는 멤버들이 직접 노랫말을 짓고 곡을 쓴다. 따라서 10대들이 느끼는 삶, 사랑, 사회의 부조리함을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의 시각으로 표현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본인만의 개성을 잃지 않으려는 10대들에게 엄청난 공감을 불러왔을 것이다.

BTS를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린 미니앨범 '화양연화 pt.1'과 정규 2집 'WINGS'에서는 청춘의 양면성, 다시 말해 청춘이 주는 신선함과 활력과 함께 불확실함과 불안을 다루었다. 특히 N포 세대, 열정페이, 수저론으로 대표되는 계급 갈등이 가사에 등장해 이 시대 청춘들의 공감을 샀다.

BTS의 시대정신은 이미지를 통해서도 재현된다. 일반적인 아이돌그룹의 안무를 넘어선 날카롭고 감각적인 군무, 창의적인 영상 미학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세계의 팬들은 처음에 이 이미지에 매혹됐다가 BTS 가사를 듣고 감화되는 경우가 많다. 갖기 어려운 행복과 불확실한 성공보다는 함께 불안을 나누며 개인의 내면을 지키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세계의 시대정신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BTS는 변화한 매체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BTS의 유튜브 채널. 중소기획사의 신인이었던 BTS는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로 팬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기존의 성공 공식을 깨버렸다.

젊은 세대는 책, 잡지, TV 같은 전통적인 매체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문화를 접한다. 그래서 나온 명칭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일 정도다. 2013년 BTS는 중소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보이밴드로 데뷔했다. 초창기에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해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을 적극 알렸다. 팬들과도 적극 소통했다. 자신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 팬들과 쌍방으로 대화하는 브이라이브를 자주 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거대한 팬덤이 생기더니 2017년 AMA 소셜아티스트 부문에서 저스틴 비버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BTS는 미디어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대형 기획사의 인맥과 대규모 자본 투자라는 기존의 성공 공식을 깨버렸다. 특히 이것은 해외 진출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BTS가 해외 방송에 나오지 않더라도 이미 해외에서는 많은 아미가 유튜브를 통해 생겨나고 있었다. BTS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했고 그들을 키운 것은 자발적 팬덤인 아미였다. 아미는 BTS의 모든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노래와 활동에 대해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고 전파하며 BTS만의 문화를 창조해나가고 있다.

BTS는 새로운 공동체를 구축하고 있다

BTS는 이제 아티스트를 넘어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아이콘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유엔총회에서 두 번이나 진행한 특별 연설이다. 첫 번째 연설에서 BTS는 자신들의 앨범 제목에 맞게 소외되고 상처입은 젊은이들을 향해 '자신을 사랑하자'라고 외쳤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7년 11월 유니세프의 아동폭력근절 캠페인 '엔드바이올런스(#ENDviolence)' 협약 체결 이후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년간 26억원의 기금을 전달해 폭력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지원했다.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BTS. BTS는 팬들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전대미문의 공동체를 구축했다.

두 번째 연설에서는 한 단계 더 진보했다. 바로 '삶은 계속된다, 우리 함께 살아가자'라는 연대의 메시지를 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움츠러든 세계를 향해 자신을 사랑하면서 당신, 그리고 우리의 소중함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팬덤인 아미는 이런 메시지에 화답해 BTS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선한 영향력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아미는 인권, 보건의료 같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BTS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국제적 기부 운동과 자원 봉사 활동을 펼친다. 얼마 전 흑인인권운동이 활발했을 때 BTS가 100만 달러를 기부하자 자율적인 모금으로 똑같이 100만 달러를 기부한 사례는 아주 상징적이다.

현재 BTS 팬덤에는 소액 기부 프로젝트 그룹이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활동 중이다. 이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다. 혈연도 이익도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에 기반을 두고 다른 사람을 돕고자 상호 연대를 맺는 공동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을 묶는 구심점인 BTS는 팬들과 함께 더 성장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에 따르면 BTS는 대한민국에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BTS의 영향력을 단지 경제적 효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BTS는 이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문화적 아이콘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긍심이다.